[한글날] 세종대왕도 놀라실 '건설업계 외래어'

루베는 ㎥, 헤베는 ㎡, 마루보는 둥근봉, 

기레빠시는 재료 자투리.. 알아들으시나요?

건설현장 정체불명 용어 업계 자정 노력에도 여전

젊은 현장 관리자·알바생 현장 인부와 대화 안돼

일본어 사용하면 많이 아는 것으로 '치부'돼


출처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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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태양의 도시' 주인공인 명문대 건축과 수석 출신의 강태양은 건설현장에서 당황한다. 소위 화려한 스펙은 현장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일본어가 난무하는 건설 현장용어를 알아듣기 힘들었던 그는 결국 인부들과의 소통을 위해 인부들과의 대화를 모두 녹음해 반복해서 듣고 공부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나간다.


드라마 속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8일 건설·인테리어업계에 따르면 건설·인테리어 시공 현장에서 일본어의 잔재는 물론 정체 불명의 외래어가 난무하면서 인부들간, 인부들과 현장 관리자간의 소통이 어렵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1990년대부터 대형건설사는 물론 국가 차원에서 바른 건설용어 쓰기 캠페인이 시작됐지만 2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현장 용어는 여전히 일제의 잔재가 남아있다.


루베(㎥), 헤베(㎡) 등은 그나마 알아듣기 쉬운 용어에 속한다. 우리말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한글날이 법정공휴일로 재지정됐지만 건설현장에서 쓰이는 우리 말은 조사나 일본어에 한글 서술어를 붙인 정체불명의 용어 투성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건축사 사무소에 입사한 이모씨는 입사 첫 해 현장을 찾았다가 인부들이 '마루보'를 찾자 마루바닥재 샘플을 가져다 줘 비웃음을 샀다. 인부들이 이야기한 마루보는 둥근봉을 일컫는 이야기였다. 이씨는 "여자여서 건설 현장 용어가 더 서툴렀는데 인부들은 오히려 그걸 즐기는 모양새였다. 일부러 알아듣지 못할 용어를 자랑스레 이야기하는 이들을 보며 그들의 용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내가 부끄럽다기 보다 우리말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이들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군 입대 전 지방의 건설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김모씨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특별한 시공 기술이 없던 그는 주로 허드렛일과 건자재를 나르는 일을 했다. 그는 아버지뻘 되는 인부가 "기레빠시 좀 쳐라(치워라)"고 지시를 했는데 기레빠시를 몰라 우물쭈물했다. 그 인부는 작은 나무 토막을 가리켰고 그는 작은 나무토막이 기레빠시라고 생각하고 다음번에 다른 인부가 같은 지시를 하자 나무토막부터 찾았지만 찾을 수 없어 당황했다. 기레빠시가 '재료의 남은 자투리 부분'이라는 것 알게 된 것도 이 때였다.


이처럼 젊은 현장관리자나 아르바이트생과 현장 인부들과의 용어로 인한 괴리감으로 업무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으면서 건설사는 물론 건자재 기업들도 대리점들을 대상으로 용어 바로잡기에 나서고 있지만 좀처럼 개선이 이뤄지진 않고 있다.


한 건자재 기업 관계자는 "정부나 관련 협단체에서 발행하는 용어집을 전달하면 겨울철 불쏘시개로 쓰이기 일쑤"라며 "최근 국토교통부에서 발행한 북한 건설용어집을 접하면서 국내의 현실이 개탄스럽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북한 건설용어는 순우리말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한자어까지 순우리말로 바꿔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지하도는 '건늠굴길', 건물 내구성은 '건물오래견딜성', 방음벽은 '소리막이벽'으로 부르는 식이다. 주택은 살림집으로 다세대주택은 하모니카집으로 명명하는 북의 건설용어는 일제의 잔재가 남아있는 국내 건설현장보다 한글의 소중함을 더 잘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파이낸셜뉴스yhh1209@fnnews.com 유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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