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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0년, 우리글은?
2015.08.13
며칠 전, 반기문 국제연합 사무총장이 오바마 대통령 생일에 붓으로 ‘上善若水’를 쓴 휘호를 선물했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사진을 보니 오른쪽에 ‘奧巴馬 總統閣下 雅正’을, 왼쪽에는 ‘潘基文과 낙관’을 넣었습니다. 아마 이는 중국 사람이 중국식으로 오바마 대통령에게 예의를 갖추는 형식인가 봅니다. 이 사진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듭니까?‘상선약수’는 우리나라에도 쓰는 사람이 많습니다. 나는 저런 한자성어를 적어 다니는 걸 싫어합니다. 나는 이런 한자말을 아는데, 너는 알긴 하느냐 하며 자랑하듯 내보이는 것 같습니다. ‘가장 좋은 선은 물과 같다’는 뜻이면 그렇게 적고 말하면 될 텐데, 소리로 들어서는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말을 하고 다니는 게 내키지 않습니다.이 기사를 보고 미국 사람은 반기문 총장을 어느 나라 사람으로 알겠습니까? 반기문 총장을 잘 알고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 기사를 보면, 반기문 총장은 중국, 아니 더 나아가 중국 조선성 출신으로 알 것 같습니다.'흐르는 물처럼, 반기문' 이런 식으로 적었으면 참 좋겠는데, 이분의 머릿속에 이런 생각 떠오르지 않았나 봅니다. 오바마 이름과 직위도 한자로 지어준 모양인데, 이걸 보고 그를 중국 출신으로 보더라도 할 말 없을 것 같습니다.어떤 사람은 ‘반기문 총장이 영어 휘호를 써 줬더라도 미국인이나 영국인으로 보진 않을 터이니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고 합니다. 미국에서 영어로 썼다면 그 나라를 배려한 것이니 이해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와 있는 중국 사람에게서 히라가나로 쓴 붓글을 받았다면, 나는 그 사람을 일본 사람으로 알 겁니다. 또, 중국 사람에게서 일본글로 쓴 휘호를 받았다면, 나는 그 사람을 이상하게 볼 것 같습니다.2012년 2월 부임한 최○○ 주미대사의 명함은, 앞면에는 영어로 돼 있고 뒷면엔 ‘駐 美國 大韓民國 大使館 大使 崔○○’이라고 씌어 있었다고 했습니다. 대사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외교관인데 그 명함에 한글이 없습니다. 외국인이 한국 대사에게서 중국 글자를 쓴 명함을 받았다면 한국 대사를 어떻게 생각할까요?우리나라에서 만나는 외국인에게서 받는 명함에는 대부분 한글을 씁니다. 여긴 한국이고, 명함을 받을 사람이 한국 사람이니 당연하겠죠. 그러면서 자국 글자로도 새겼습니다. 누가 시키지 않더라도 당연한 일입니다. 우리 외교관은 외국에서 중국글자를 쓰고 다녔더군요. 요즘에는 그러지 않겠지요?광복 70년이나 지났지만 여러 분야에서 우리는 아직 독립하지 못했습니다. 곳곳에 일본 말투와 일본말 찌꺼기가 남아 있습니다. 요즘에는 우리말 자리를 영어가 차지하려 합니다. 심지어 그 어려운 한자를 어린 초등학생에게 공부시키겠다고 합니다. 시대를 거스르는 정책으로 당장 그만둬야 합니다.우리 한글은 목적을 갖고 만들어서 만든 시기와 만든 이가 알려진 유일한 글자, 읽고 쓰고 배우기 쉬운 글자, 가장 과학적인 글자입니다. 이런 글자가 있기에 그 짧은 시간에 가장 못사는 나라에서 선진국 문턱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기술발전은 정보와 지식이 쌓여야 됩니다. 한글이 있었기에 정보와 기술을 빨리 축적할 수 있었고, 이것으로 경제를 발전시켰습니다. 나는 한글이 자랑스럽습니다. 저분들은 한글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나 봅니다.광복 70년, 이제 우리말과 글도 빛을 찾아야 합니다. 21세기 지식재산시대를 이끌어갈 대한민국, 그 바탕에 우리말과 우리글이 있습니다. 우리말을 몰라서 외래어를 쓰면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광복 70년, 우리말과 글에도 광복을 안겨주길 기대합니다.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자유칼럼그룹은 특정한 주의나 입장을 표방하지 않습니다.
필자소개
고영회(高永會)
진주고(1977), 서울대 건축학과 졸업(1981), 변리사, 기술사(건축시공, 건축기계설비). (전)대한기술사회 회장, (전)과실연 수도권 대표, 세종과학포럼 상임대표, 대한변리사회 회장 mymail@patinf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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