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못간 지 열흘, 땀범벅 방호복 속 사투"

[르포-메르스와 싸우는 이들]

'혹시…' 불안감에 귀가 포기 

사명감으로 버티는 의료진 

가족 생각하면 순간 '갈등'도 

"신분 알려지면 아이 따돌림  

이름 내지 말고 사진도 사양" 


16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국민안심병원인 부산 동아대병원 메르스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진찰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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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도 지워 주시고 뒷모습도 찍지 말아 주세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전쟁의 최전방에 서고자 자진해 동아대병원 음압병실로 들어온 간호사였지만, 그녀는 철저히 자신을 숨기고 싶어했다. 사명감 하나로, 메르스와 싸워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이곳에 왔지만 15일 심폐소생술을 하다 메르스에 감염된 간호사 소식을 듣고는 가슴이 또 한 번 철렁 내려앉았다.


젊고 건강했던 삼성서울병원 의사가 위독하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로는 가족들의 염려 전화도 부쩍 잦아졌다. "니 말고 다른 사람이 들어가면 안 되나"라는 친정어머니 전화에 "그렇게 피할 거면 간호사가 되지도 않았다"며 핀잔을 줬지만, 그녀도 사람이기에, 집에 있는 올망졸망한 아이들을 떠올리면 또 한 번 갈등을 하게 된다. 


사실 그녀를 가장 괴롭히는 건 육체적 피로도, 메르스에 대한 두려움도 아닌, 아이들을 향한 학교에서의 '낙인'이다. 동료의 자녀 학교에서는 동아대병원 가족이라는 이유로 매일 양호교사가 열을 재러 와 친구들 사이에서 별명이 '메르스'가 됐단다. 


부산 두 번째 환자가 치료를 받고 있는 메르스 지정 치료병원인 동아대병원에서는 현재 감염내과 교수 2명과 팀장급 수간호사 1명이 고정 배치돼 24시간 교대 근무를 서고 있고 평간호사 2명도 돌아가며 근무하고 있다. 


감염내과 교수 2명은 지난 6일 이 병원을 거쳐간 부산 첫 번째 메르스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뒤로는 집에도 못 들어가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접촉이 없어 안전하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고 두 번째 환자가 이 병원으로 오면서부터는 격무에 시달려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의료진은 두번 세번, 이름을 절대 쓰지 말아 달라고 했고 뒷모습도 찍지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부모가 동아대병원에서 일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학교에서 자녀들이 따돌림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선별진료소에서의 고충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16일 오후 1시 30분께 부산 서구 동아대병원 메르스 선별진료소. "아버님, 가래는 끓어요?" "주변에 격리된 환자는 없으세요?" "좋은강안병원에 가신 적 있으세요?" 15분여에 걸친 짧은 문진이지만 긴장을 유지한 상태로 바람이 전혀 통하지 않는 천막에서 온몸을 꽁꽁 싸맨 방호복을 입고 진료를 하노라면 금세 땀범벅이 된다. 이렇게 메르스 증상이 의심돼 선별진료소를 방문하는 환자는 하루에 60~70명. 진료를 마치면 당연히 녹초가 된다.


동아대병원 관계자는 "방호복을 일단 벗으면 다시 못 쓰고 버려야 하는 데다 옷을 입는 데도 10분 이상 걸려 진료가 밀릴 수 있다"며 "선별진료소에 오시는 분들은 1분 1초라도 빨리 '괜찮다'는 말을 듣고 싶으신 분들이지 않으냐"고 말했다. 


앞서 부산 최초 환자가 있었던 부산의료원은 이미 '메르스 병원'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외래환자는 평균 1천여 명에서 반 토막이 났고 의료진은 '메르스 감염자' 취급을 당했다. 평소에 잘 지내던 주변 이웃들도 멀찍이 떨어져 인사를 하고는 이내 자리를 떠나 버린다. 부산의료원 관계자는 "메르스가 언제 마무리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긴장을 유지하는 것은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정말 힘들다"고 털어놨다.


시선은 따갑지만 부산의료원은 메르스와의 전쟁을 계속한다. 부산의료원은 음압시설을 기존 5개에서 10개를 추가 확보해 17일 재운영에 들어간다.  

부산일보 이현정·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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