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여러분~찍습니다~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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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여름입니다. 무더운 여름이면 납량특집이 제격이지요. 어린 시절 저는 흡혈귀에게 물릴까봐 무서워서 이불로 목을 꽁꽁 싸매고 자던 어린이였습니다. 물론 지금은 과학 중년으로 거듭나서 그런 귀신이니 괴물이니 하는 것에 코웃음을 치고 다닙니다.
그런데 주변을 보면 귀신의 존재를 믿는다는 사람이 은근히 많습니다. “과학적으로 규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존재”가 있다는 거지요. 가만히 있을 수 없지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이름하야 귀신 뺨 때리는 납량특집. 귀신 뺨 때릴 정도로 무섭다는 건 아닙니다. 평소 성격대로 귀신 같은 비과학적인 개념에 뺨을 날려버리겠다는 소립니다.
비물질적인데 사진에는 찍혀?
과학동아(일러스트 권오한) 제공
문화권에 따라 개념이 조금씩 다르지만 귀신이나 유령이라고 부르는 건 대개 사람이 죽어서 비물질적인 상태가 된 존재를 말합니다. 육체가 없어서 나타났다 사라지고 벽도 통과하고 그럽니다. 그런데 또 어찌된 일인지 살아 있는 사람에게 해코지도 하고 폴터가이스트처럼 물체를 움직이기도 해요. 그뿐인가요. 사람에게 빙의해서 그 사람을 조종하기도 하지요. 모습도 다양합니다.
죽었을 때 옷을 그대로 입고 나오기도 하고(옷도 죽었나?), 창백한 얼굴에 새빨간 입술을 하고 나온다거나(평소에는 안 그랬으면서 갑자기 왜?), 아예 상처투성이나 신체 일부가 잘린 흉측한 모습으로(어차피 혼령인데 굳이 죽었을 때 육체 상태에 얽매일 필요 있나?) 나오기도 합니다.
체험담은 수도 없이 많지만, 귀신의 존재가 과학적으로 입증된 적은 없습니다. 비물질적인 존재라 검출기를 만들 수도 없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물리 법칙은 전부 물질에 대한 것이니까요. 그런데 웃기게도, 귀신이 사진에 찍히는 경우는 또 있네요. 심령사진이라고 하지요.
생각해 봅시다. 사진에 찍히려면 피사체에 반사된 빛이 필름이나 센서로 들어와 상이 맺혀야 합니다. 그러니까 귀신은 비물질적인 존재지만 어쩔 때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빛을 반사한다는 소리네요. 아니면, 자체 발광을 해야 하겠지요. 비물질적인 존재가 광자를 내뿜는다는 것도 웃기죠. 귀신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존재랍니까? 혹시 그……, 그럼, 창조주?
영혼의 무게 21g은 뻥!
물질, 비물질 이야기를 하니 사람의 영혼 무게를 측정하려고 했던 연구가 떠오릅니다. 영혼에게 무게가 있다는 건데요, 1901년 미국의 의사 던컨 맥두걸은 영혼의 무게를 측정하려고 죽기 직전의 환자를 모아 무게를 측정했습니다. 죽는 순간 몸무게가 줄어들면 그만큼이 영혼의 무게라는 거지요. 그 결과 영혼의 무게가 21g이라고 발표했지요. 이 일화는 꽤 유명해서 제가 어렸을 때도 학생 잡지에서 본 적이 있고, 요즘도 인터넷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통상 영혼은 비물질적인 것으로 여기는데, 무게를 측정한다니 어쩌라는 건가 싶습니다. 무게가 있다는 건 곧 물질이라는 걸까요? 그렇다면 사진에 찍히는 건 이해해 줄 수 있지만, 무서워할 이유는 전혀 없겠네요. 너무 가벼워서 훅 불기만 해도 날아갈 테니까요. 귀신이 뭐라도 하려면 염력 같은 초능력을 써야 하는데, 그런 게 없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상상하니 재미있긴 하지만, 이 연구는 믿기 어렵고 학계에서 받아들이지도 않았습니다. 맥두걸이 실험한 환자의 수는 고작 6명입니다. 너무 적지요. 게다가 결과도 항상 동일하지 않았습니다.
첫 번째 실험 결과가 21g이었고, 맥두걸은 그게 가장 정확하게 측정한 수치라고 생각했던 겁니다. 나머지 측정 결과는 다 달랐습니다. 직접 체중계 위에 올라가 보면 느낌이 올 겁니다. 10g이나 100g 단위로 측정해 주는 체중계 위에 올라가 보세요. 아무리 가만히 있으려고 해도 수치가 위아래로 움직입니다. 죽어가는 사람이라도 경련하거나 몸을 움직일 텐데 무게 변화를 정교하게 측정하기는 어렵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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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이야기로 즐겨요~
귀신과 관련해서 한 가지만 더 언급할 게 가위눌림입니다. 잠을 자다가 가위에 눌리면서 귀신을 봤다는 이야기가 많거든요. 저도 한 번 경험해 봤습니다. 누가 몸 위에서 지긋이 누르는 느낌이 참 섬뜩하더군요. 방 한 구석에 저 귀신이 쳐다보는데 손가락 하나 꼼짝할 수 없다더라는 이야기는 아마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과학적으로는 가위눌림을 수면마비 증세로 설명합니다. 쉽게 얘기하면 잠에서 부분적으로 깨어나는 겁니다. 뇌는 깨어서 앞도 보이고 소리도 들리는데, 몸은 깨어나지 못해서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환각이나 환청을 겪기도 하고요. 이때의 기묘한 경험을 귀신으로 착각하는 겁니다.
역시 귀신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하는 게 합리적입니다. 인간의 감각이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개인적인 체험은 믿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그런 체험이란 건 문화나 전부터 알고 있던 이야기의 영향을 많이 받거든요. 아! 오해는 마세요. 저 역시 귀신이나 괴물이 나오는 공포 영화는 즐겨 봅니다. 다만 현실과 지어낸 이야기를 구분할 뿐이지요.
※ 동아사이언스에서는 고호관 기자의 ‘완전 까칠한 호관씨’를 매주 수요일 연재합니다. 2013-2014년 과학동아에 연재되었던 코너로 주위에서 접하는 각종 속설, 소문 등에 대해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지 까칠한 시선으로 따져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과학동아 고호관 기자 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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