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얕은 꿀팁'과 '교재 사용법'


'우주의 얕은 꿀팁'이라는 문구를 쓰는 광고가 요즘 눈길을 끌고 있는데요. 


내신 시험 준비하랴, 비교과 준비하랴, 논술도 해야 하고, 수능도 포기할 수 없는…. 해야 하는 것이 너무 많아 안쓰러운 전국 50만 수험생 여러분들께, 약간의 수고를 덜어드리기 위해 오늘은 'EBS의 얕은 꿀팁'과 그에 따른 'EBS 교재 사용법'을 준비했습니다.

꿀팁 하나. 수험생 여러분! EBS 정오표에 '오류'라고 된 문제는 수능에 출제되지 않습니다.

교재가 서점에 풀리고 난 뒤에 EBSi 홈페이지에는 학생들과 교사들이 발견해 이의를 제기한 수천 개의 정정 신청이 올라옵니다. 그 중에 EBS 자체 판단으로 '오류' 등급에 들어가면 EBS 홈페이지에 공개를 합니다. 정오표에 올라온 '오류' 등급은 수능에 출제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표기정정'의 경우 수능 문제에 출제될 수도 있습니다. 수능을 출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EBS 정오표에 올라온 오류와 표기정정을 전달받습니다. 그 중 "단순오탈자, 문제풀이, 내용이해에 지장이 없다고 EBS가 판단해서 통보해 준 문항은 수능에 출제할 수 있다"는게 평가원의 설명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EBS가 스스로를 위해 만든 '얕은 꿀팁'인 '윤문'의 경우, 홈페이지나 정오표로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수험생들은 윤문의 존재를 알 방법이 없다는 겁니다. 그나마 학교나 학원 선생님들 중에 EBS의 '권위'에 도전할 수 있는 실력자를 수험생이 만날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오로지 EBS 교재와 해설만 놓고 공부하다보면 '윤문'의 폐해는 고스란히 수험생 몫이 되고 맙니다.

▶ [취재파일] '정오표에는 없는 오류' 몇 개?…EBS 수능교재 오류 226개 비공개

SBS 보도와 관련해 EBS 측이 내어놓은 설명자료를 보면서, 앞으로 수험생 여러분들이 EBS 교재로 수능 준비하실 때 어떤 점을 주의하셔야 하는지 설명드리겠습니다.

EBS 윤문 해명- 2013 수능특강 동아시아사 25쪽, 해설 8쪽

EBS는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 문제에서 '기원전 2세기 초'에서 '초'를 '말'로 한 글자 수정했고, <해설>에서 명확하게 연도를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기원전 2세기 '초'이든지 '말'이든지

문제풀이에 영향을 주지 않아서 윤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제가 만든 도표 한번 보시겠습니다.

수험생 여러분, <해설> 부분에 있는 '기원 전 108년'과 '기원 전 111년'은 기원전 2세기 초인가요, 말인가요?

해당 문제는 '세기'의 개념과 '기원 전-후' 개념을 중복적으로 묻고 있는 복잡한 문제입니다. '108년…2세기 초'가 되지만, '기원전 108년…기원전 2세기 말'이 되는 겁니다. 꼬여 있는 개념을 응용하고 이해했는지를 묻고 있는 문항입니다. 이 문제에서 '초→말'로 수정한 게 단순 오타인 '윤문'에 해당한다는 EBS 설명을 여러분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해당 교재는 2013년 1월에 출간된 '수능특강' 교재인데, 원본파일에 해당 사항이 수정된 건 (서류상) 5월 1일입니다. 윤문으로 처리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원본 파일만 수정한 뒤 PDF 파일로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사실이 공개된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EBS 교재를 구입하고 난 뒤, 주기적으로 EBS 홈페이지에서 PDF 원본 파일을 다운받아서 일일이 대조하며 보는 수험생이 몇 명이나 될까요? 그리고 안 그래도 할 것 많은 수험생들이 EBS의 '얕은 꿀팁' 때문에 왜 그런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하나요?

실제로 해당 문제는 EBS 교재정정심의위원회에서 오류나 아니냐를 놓고 치열하게 다투던 중, '초→말' 한 글자만 바꾸면 되니까 '티 나지 않는다'는 부당한 이유로 '윤문'으로 처리돼 비공개된 경우로 알려져 있습니다.

▶ [취재파일] '정오표에는 없는 오류'에 대처하는 EBS의 자세

이렇게 EBS가 공개하지 않은 크고 작은 오류가 지난 2년간 226개나 됩니다. 여기에 '기원전 2세기 초→말' 같은 오류가 몇 개나 있을지는 아직까지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교육당국조차 '윤문'의 존재와 '윤문' 개수를 통해 EBS 정오표 오류와 표기정정 개수가 어떻게 관리·통제돼 왔는지 모르고 있습니다.


지난 2년간 EBS 수능 연계교재가 제 책상 근처에 쌓여 있습니다. 기자 개인이 이 모든 것을 하나하나 검증하기엔 역부족인 면이 있습니다만, 할 수 있는 데까지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올해 교재도 벌써 오류가 발견됐다는 기사도 나온 만큼, 올해 교재도 확보해봐야겠고요.

하지만 이건 취재기자의 몫이고, 이 취재파일을 보신 수험생이나 일선 교사 여러분들은 'EBS 정오표' 외에 교재에서 이상하거나 문제가 있는 부분은 꼭 확인하시는 게 좋겠단 생각이 듭니다. 또 EBS 교재만 믿고, EBS 교재에 의지해서 EBS 해설지를 통째로 외우다시피하고 있을 대다수의 수험생들을 더 이상 기만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교육당국의 정확한 실태 조사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 [카드뉴스] EBS 수능교재, 오류 고치고도 쉬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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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정혜진 기자hji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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