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제 대졸자 272만명 논다
이력서만 100장
실업자·비경제활동 인구, 동시에 사상 최대치 기록
고졸 취업자 수는 증가세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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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이 어렵다고 해도 그게 제 얘기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서울 시내 4년제 대학 인문계 학과를 지난해 졸업한 전모(29)씨는 “그동안 낸 이력서만 100장은 넘을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2006년 대학에 입학한 그는 제대 후 4학년 때부터 기업체에 원서를 냈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취업이 되지 않자 졸업을 미룬 뒤 영어 점수를 높이고 기업 인턴 경험 등 스펙을 쌓았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나이가 들면서 인턴 등의 경험 쌓기도 주저하고 있다. 자칫 인턴이나 계약직으로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정규직 일자리가 나와도 지원조차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눈을 낮춰 중소기업 등을 지원할까 고려했지만 회사 비전이 보이지 않아 가지 않은 곳도 있다. 후배들이 대학을 졸업하며 취업 시장에 나오자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전씨는 “주위에선 취업을 못해 이상하게 보기도 하고 눈을 낮추라고도 한다”며 “하지만 그러기엔 내 인생이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4년제 대학 졸업 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고학력 실업자와 구직단념자 등 비경제활동(비경활) 인구가 동시에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고학력자들이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다 보니 실업자와 비경활인구가 동시에 느는 ‘고용 절벽’ 상태에 처한 상황이다. 26일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통계청 등에 따르면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실업자는 지난달 31만9000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1만6300명 늘어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99년 6월 이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008년 3월 처음으로 20만명을 기록한 뒤 지난해 2월 31만4000명으로 30만명선을 넘었다. 실업률도 올 1월 3.0%, 2월 3.8%, 3월 3.9% 등으로 계속 상승하고 있다. 연령대로는 20∼30대 청년층이 지난 1분기 기준 71.8%를 차지하고 있다. 4년제 대학 졸업자의 비경활인구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달 240만명으로 전년 동월에 비해 15만7300명이 늘었다. 비경활 인구란 구직단념자, 취업준비자, 학생, 주부 등 취업도 실업도 아닌 상태에 있는 자를 말한다. 이들이 고용시장에 나와 구직활동을 하다 취업이 안 되면 실업자가 되므로 그 수가 감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지난달엔 실업자와 비경활 인구가 함께 늘면서 도합 270만명을 넘었다. 이는 구직활동으로 일자리를 찾으려 해도 취업이 되지 않자 취업을 포기한 고학력자가 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고졸자의 경우 실업자가 지난달 44만4000명으로 전년 동월에 비해 2만1400명 느는 동안 비경활인구는 6만2700명 감소했다. 감소한 비경활인구가 취업자 등으로 옮겨간 것이다. 신광영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대기업과의 임금 격차를 감안하면 대졸자들이 중소기업을 가느니 공무원 시험 등을 준비할 수밖에 없다”며 “기성세대 기준으로 대졸 청년들에게 눈높이를 낮추라고 요구할 것이 아니라 공공기관 일자리 비중을 늘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일보 이귀전·김유나 기자 frei5922@segye.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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