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콘돔 방지하는 콘돔 공장의 비결
125nm HIV 막는 0.03mm 두께 콘돔
콘돔 공장 근로자가 불량 콘돔을 찾기 위해 금속봉에 콘돔을 끼우고 있다.
전기가 흐르는 액체를 지날 때 콘돔을 끼운 금속봉에 전기가 통하면 해당 콘돔은 불량이다.
증평=우아영 기자 wooyoo@donga.com 제공
이달 초 충북 증평군 증평읍 유니더스 공장. 들어서는 순간 암모니아 냄새에 ‘욱’ 하고 말았다. 김재오 개발부 차장은 “보존제로 암모니아를 쓴다”며 “성기 모양의 유리봉들이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고무액을 통과하고, 15분이면 콘돔 하나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다음 달 1일은 ‘세계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의 날’이다. 콘돔은 에이즈 예방의 첨병으로 불린다. 빌 게이츠와 그의 아내 멀린다가 운영하는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은 지난해 ‘차세대 콘돔’ 개발에 거액의 상금을 걸기도 했다.
핵심은 두께를 확 줄인 초박형 콘돔. 영국 맨체스터대는 원자 몇 층에 불과한 그래핀을 이용해 ‘그래핀 콘돔’ 아이디어를 냈고 미국 오리건대는 시중에 나와 있는 콘돔 두께를 절반으로 줄인 ‘폴리우레탄 콘돔’을 제안했다.
자꾸만 얇아지는 콘돔이 에이즈의 원인균인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를 막을 수 있을까. 실제로 정자의 최대 지름은 3000nm(나노미터), 성병 중 하나인 임질의 병원균 지름은 800nm인 데 비해 HIV의 지름은 125nm에 불과하다.
김 차장은 “문제없다”며 “미국 식품의약국(FDA) 실험 결과 콘돔을 잡아 늘린 상태에서도 병원균과 바이러스가 통과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비결은 천연고무에 첨가물을 섞는 첫 번째 과정에 있다. 수령이 5년 된 고무나무에서 채취한 고무 수액(라텍스)에 유황을 반응시키면 탄력이 강한 고무를 만들 수 있는데, 여기에 각종 첨가물을 적절하게 섞고 몇 시간 숙성시키는 게 핵심이다.
공장장인 박현조 상무는 “모든 콘돔은 국제 규격(ISO)에 따라 정자와 바이러스를 모두 막을 수 있으며 공기를 18L 이상 불어넣어도 터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마지막 안전장치로 최종 검증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성기 모양의 금속 봉에 콘돔을 하나씩 끼운 뒤 전류가 흐르는 전도액을 통과시키는 것이다. 금속봉과 전도액 사이에 전류가 통하면 콘돔에 구멍이 있다는 뜻이다.
이런 방식으로 하루에 폐기 처분하는 콘돔만 2만여 개에 이른다. 아주 미세한 구멍이라도 있으면 임신이나 성병, 에이즈를 예방하지 못하기 때문에 전수조사가 필수다.
현재 세계 성인 남성의 콘돔 사용률은 5%를 밑돈다. 전문가들은 남성의 콘돔 사용률을 최소 10%로 끌어올려야 HIV 확산을 통제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0.03mm 콘돔의 과학은 ‘과학동아’ 12월호에서 더 자세히 볼 수 있다(http://goo.gl/KDNZ9E). |
"From past to future"
Arts & Culture
CONPAP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