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교수 성추행, "10년 동안 22명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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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서울대 수리과학부 ㄱ교수가 2004년부터 10년 동안 성추행한 학생들이 20여명에 이른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커지고 있다. 검찰도 이 가운데 일부 학생들을 불러 피해 사실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는 <한겨레>에 ㄱ교수가 학생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ㄱ교수가 국제학술대회 준비를 도와주던 인턴 여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한겨레> 보도(11월10일치 10면: [단독] 저명 수학자 서울대 교수 ‘인턴 성추행’ 혐의 수사중) 뒤, ㄱ교수한테서 성추행을 당했다는 서울대 재학생·졸업생들은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인 ‘피해자 엑스(X)’를 꾸려 사례(“나도 그 교수에 성추행…” 서울대 학생들 글 쏟아져)를 수집했다.
‘피해자 엑스’라는 이름은 “수학자인 ㄱ교수가 학생들을 하나의 ‘변수’로 여기고 동일한 수법으로 수많은 학생들에게 성범죄를 했다는 데서 착안한 것”이라고 비대위는 설명했다. 이들은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가 22명에 이른다고 26일 밝혔다.
비대위는 ㄱ교수가 자신의 컨디션이나 일정, 날씨, 저녁식사 제안 등을 담은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접근 방식’을 보였다고 <한겨레>에 밝혔다. 피해를 주장하는 학생들한테서 수집한 ㄱ교수의 문자메시지는 ‘비가 오니 생각나네’ ‘오늘 저녁 뭐 해?’ ‘저녁 사줄까?’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학생들은 ㄱ교수의 일방적인 연락을 무시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했다. 학생들이 무시하거나 거부 의사를 표시하면 ㄱ교수는 ‘내가 잘해주니까 다들 당연하게 생각한다’ ‘내가 널 얼마나 예뻐했는데’ ‘누가 널 여자로 대한대?’ ‘나야말로 당황스럽다’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비대위는 “ㄱ교수는 짧게는 몇 주에서 길게는 5년 이상 연락을 이어갔다. 연락을 무시하거나 거부 의사를 밝히면 화를 내는 행태를 반복하면서 학생이 어떤 성격인지 살피고, (학생들이) 물러서지 않아야 (연락이) 뜸해졌다”고 했다.
비대위는 이런 내용을 바탕으로 이날 오전 ‘서울대 ㄱ교수, 학생 상대로 상습적 성범죄’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이들은 “ㄱ교수의 제안을 피해보려 해도 2~3주 뒤 일정까지 물으며 약속을 잡았다. 저녁식사 자리에 나오면 마치 이성을 대하듯 행동했다. 식사에 술을 곁들여 먹이거나 2차로 자리를 옮긴 뒤 신체 접촉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10년간의 성추행’이 알려지지 않은 데 대해 교수와 학생 사이의 ‘갑을 관계’가 발목을 잡았다고 했다. 이들은 “취업에 반영되는 학점은 교수의 고유 권한이며, 만약 대학원에 진학해 학업을 이어가려고 한다면 교수의 손에 평생의 운명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ㄱ교수에게 대항하는 것은 자신의 미래를 담보로 걸어야 하는 어려운 일이었다”고 했다.
비대위는 서울대의 미온적인 대응도 강하게 비판했다. ㄱ교수 사건을 조사하는 학내 인권센터가 학생들에게 실명 신고서를 요구하고, ‘2차 피해’를 우려한 학생들이 실명 신고를 꺼리자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인권센터장인 정진성 교수는 “실명 신고를 하면 더 강력한 조사를 할 수 있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피해 사실을 알린 학생에게 실명 신고 의향이 있는지 물어본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실명 신고를 포함해 현재까지 일부 피해 학생들의 진술서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ㄱ교수의 인턴 성추행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북부지검 관계자는 “일부 학생들이 피해 사실을 진술했다. ㄱ교수의 추가 혐의에 대해 수사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ㄱ교수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할 말이 없다”고 했다. 한겨레 | 작성자 서영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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