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에너지 자립 섬' 조성사업 출범...가사도와 삼마도 '에너지 자립 섬' 선포
최근 전남의 가사도와 삼마도에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에너지 자립 섬’ 조성사업을 통해 독립형 전력시스템의 구축이 완료됐다.
에너지 자립 섬을 선포한 가사도와 삼마도를 찾아가보자.
가사도에 여객선을 타고 들어가다 보면,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가 눈에 띈다. 이 설비로 연간 약 884MWh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 손범석 제공
진도 가사도 위치도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유난히 섬이 많다. 특히 전라남도에는 대한민국 전체의 65%에달하는 총 2219개의 섬이 모여 있다. 그중 사람이 사는 유인도는 총 75개. 이 섬들은 아직도 원활한 전력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나마 74개의 섬이 디젤발전을 이용해 전력을 사용하고 있지만, 이 역시 경제적으로나 환경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전라남도에서는 이러한 섬들의 친환경적인 전력 자립을 위해 기존 디젤발전을 대체할 에너지원으로 풍력, 태양광 등의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하는 ‘에너지 자립 섬’ 사업을 진행하고있다. 그중 해남 삼마도와 가사도가 각각 지난 9월 18일과 10월 2일에 에너지 자립 섬 준공식을 하고 새로운 전력 시스템의 운영을 시작했다.
삼마도, 신재생에너지로 소비량의 70% 전기 생산
삼마도의 신재생에너지 설비. 이 설비로 연간 약 28만 3970kWh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 전남도청 제공
전남 해남군에 속한 삼마도는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 현장인 울돌목에서 약 15km 떨어진 섬이다. 상마‧중마‧하마 3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다 하여 삼마도라 불리는 이 섬에는 약 250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곳은 김, 전복 등의 양식업으로 매년 100억 원가량의 매출을 올리는 부촌. 하지만 디젤발전소의 노후 등으로 해마다 전력난을 겪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산‧학‧연‧관이 머리를 맞대 찾아낸 방법이 바로 ‘신재생에너지 자립 섬 조성사업’이다.
삼마도 에너지 자립 섬 조성사업은 전남도와 해남군, (재)녹색에너지연구원이 기획하고, 도내 기업인 선강ENG가 설계와 감리를 맡은, 총사업비 53억 원(국비 30억 원, 도비 5억 원, 군비 5억 원, 기업 13억 원) 규모의 사업이다. 원광전력(주), (주)설텍, (주)우진산전, 한화큐셀코리아 등이 시공에 참여해 태양광 140kW, 풍력 60kW, 에너지저장장치 1280kW 등 신재생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했다. 전남도는 이 사업의 완공을 통해 연간 신재생에너지로 약 28만 3970kWh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이는 삼마도 전체 전기 소비량의 약 70%에 달한다. 여기에 기존 디젤발전기의 사용량이 줄어 매년 8만 789ℓ의 경유를 절감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경유 사용량이 절감됨에 따라 이산화탄소 저감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김수항 중마도 이장은 “태풍이 불고 바람이 세차게 불면 전기도 못 쓰고 늘 정전 걱정을 안고 살았으며, 자주 끊기는 전기 때문에 냉장고, TV 등 가전제품의 성능이 떨어져 자주 바꿔야 했다”며 이번 조성사업을 반겼다.
가사도, 독립형 마이크로그리드 기술 도입
삼마도에 이어 10월 2일 준공식이 열린 가사도는 3개 마을로 구성돼 있으며, 168가구에 286명이 거주하고 있다. 전남 진도군에 속한 가사도는 섬이긴 하지만 어업보다는 주로 톳 재배와 농사로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이곳에 설치된 신재생에너지 시스템은 삼마도보다 한 단계 진일보한 첨단 기술이 적용됐다. 총 예산 92억 원(국비 54억 원, 도비 5억 원, 한전 33억 원)을 가지고 한국전력공사, 전남테크노파크, 한국전기연구원, 기초전력연구원이 참여해 에너지관리시스템(EMS, Energy Management System) 기반의 마이크로그리드(MicroGrid) 구축과 운영기술을 개발해 첨단 설비를 갖췄다.
마이크로그리드는 대형 전력계통의 단점 및 신재생에너지의 장점을 결합해 제안된 개념이다.
통상 ‘다수의 소규모 분산에너지 자원과 부하로 구성된 통합 에너지 시스템’으로 정의한다.평상시에는 대형 전력계통과 전기적으로 연계해 전력을 매매할 수 있으며, 전력계통이 정전된 경우에는 분리되어 독립 운전을 통해 전력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이 중 분리 독립 운전만을 위해 개발된 것이 독립형 마이크로그리드 시스템이고, 이것이 가사도에 적용된 기술이다. 특정 소규모 지역에 신재생에너지 설비 및 에너지저장장치 설비를 네트워크화함으로써 전력수요에 맞춰 최적으로 수급 균형을 조정하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가능케 하는데는 최적의 시스템으로 평가받고 있다.
가사도에 설치된 수상태양광 설비. - 한전 전력연구원 제공
가사도는 독립형 마이크로그리드가 구축되기 전, 여타 섬들과 마찬가지로 디젤발전소를 이용해 전력을 공급받았다. 디젤발전소는 100kW 디젤발전기 3대로 구성돼 있었는데,이 중 2대는 상시 병렬운전을 하고 1대는 예비장비로 두었다. 평균 부하량은 약 100kW이며, 최대부하는 약 170kW, 최소부하는 약 50kW 수준. 하지만 그동안 발전설비의 용량이 부족해 필요한 만큼 전기를 사용하지 못했다. 여기에 운영시스템, 배터리시스템, 풍력발전기, 태양광발전기 등을 추가시켜 독립형 마이크로그리드를 구축했다.
한전 전력연구원에서는 신재생에너지 최적 조합과 경제성을 고려해 설계를 진행했으며, 이에 맞는 EMS를 개발했다. EMS는 배터리 시스템 충‧방전제어, 신재생에너지 출력제어, 직접 부하제어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직접 부하 제어는 신재생에너지의 출력과 배터리의 충전 상태를 고려해 제어센터 내 냉난방기와 상수도 탱크용 모터를 직접 제어한다. 예를 들어 겨울철 풍황(바람 상태)이 좋아 풍력발전기의 출력이 많을 경우, 에너지 효율을 위해 남는 전력을 배터리로 보내는 대신에, 미리 배터리실의 난방을 하거나 상수도 탱크의 수위를 높게 유지하는 데 사용한다.
독립형 인버터는 디젤발전기 대신 계통의 전압과 주파수를 형성해 수용가에 전력을 공급하며, 신재생에너지의 출력이 부하량보다 많을 경우는 이를 배터리에 충전할 수 있다. 평상시에는 500kVA 인버터 1대가 정전압 정주파수(CVCF, Constant Voltage Constant Frequency) 운전을 하며, 인버터 용량이 부족할 경우 EMS 지령에 따라 250kVA 인버터가 병렬로 연계되어 유‧무효전력(P/Q)을 일부 담당한다. 배터리는 3MWh가 설치됐으며, 이는 가사도 전체 부하를 신재생에너지와 디젤발전기 없이 1일 정도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풍력발전기는 100kW급 4대가 설치됐으며, 설치위치는 가사도에서 풍황이 우수하며 육지에 서 조망할 수 있어 관광자원으로도 활용될 수 있도록 선정했다. 전남 진도군 서쪽 해변인 세방낙조는 물론, 목포와 제주 사이를 오가는 여객선에서도 조망할 수 있다. 태양광발전기는 총 4대의 장비가 가사도 지형과 유휴지를 고려해 분산 설치됐다. 특히 진도군과 협력해 군의 유휴지에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할 수 있었다.
섬 특성상 태양광 설치부지가 많지 않기 때문에 절대적인 유휴지인 저수지에 수상태양광설비를 설치해 설치공간을 최소화했다. 한전 전력연구원 채우규 선임연구원은 “수상태양광설비는 육상태양광설비보다 설치비용이 다소 높은 단점이 있으나, 기존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유휴지를 사용할 수 있다는 면에서 선택됐다”고 설명했다.
가사도에는 마이크로그리드 운영시스템을 갖춘 현황실이 있다. - 한전 전력연구원 제공
제어센터에는 운영시스템과 배터리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운영시스템을 통해 각 발전기(풍력, 태양광, 디젤, 배터리 시스템 등)의 상태정보를 감시하며 운영시스템의 제어명령이 각 발전기로 전달된다. 직접제어가 가능한 부하를 감시하고, 신재생에너지 설비에서 발전되는 전력을 제어한다.
이러한 가사도 마이크로그리드 모델은 지난 9월 말 한전이 캐나다 온타리오주 파워스트림(PowerStream)사와 북미지역 시장에 공동 진출하기 위해 캐나다에 구축‧실증하기로 합의한 마이크로그리드 시스템의 모태다. 이 사업의 성공으로 한전은 전력분야 최초로 에너지 신산업 기술을 해외 선진시장에 수출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전라남도는 에너지 자립 섬 사업을 현재 해남 삼마도, 진도 가사도를 비롯한 도내 18개 섬에 추진하고 있다. 가사도 이후에는 세월호 사고 현장에서 헌신적인 구조 활동에 참여한 진도 동거차도에 에너지 자립 섬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외에 신안 상태도 사업이 국가사업으로 확정되기도 하며, 전력난을 겪고 있는 도내 섬을 대상으로 신재생에너지 자립 섬 조성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한전 역시 가사도 마이크로그리드 모델을 바탕으로 국내 120여 개 섬 지역에 ‘녹색 에너지 자립 섬’ 구축을 확대해 기존 디젤발전기 사용을 최소화함으로써 연간 약 160억 원의 전력공급비용을 줄이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계획이다.
*본 콘텐츠는 녹색기술센터에서 발행한 < Green Tech. HORIZON> 3호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동아사이언스 김상현 기자, 손범석 녹색기술센터 연구원 nakedo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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