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에 핀 타슈켄트 '한국 정원' - 신현돈 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한국정원
[관련보도링크]
한국정원, 우즈베키스탄에 한국문화 알리기 첨병
http://www.latimes.kr/news/articleView.html?idxno=18588
kcontents
한국인들이 러시아로 이주하기 시작한 것은 1863년(철종 14)으로 거의가 농업 이민이나 항일 독립 운동가들의 망명 이민으로 한겨울 밤에 얼어붙은 두만강을 건너서 우수리강 유역에 정착했다. 그 후 연해주에 거주하던 그들은 스탈린의 이른바 대숙청 당시 유대인·체첸(Chechen)인 등 소수민족들과 함께 가혹한 분리·차별정책에 휘말려 1937년 9월 9일부터 10월 말까지 우즈베키스탄 지역으로 강제 이주돼 17만 카레이스키들에 삶의 애환과 슬픔이 시작됐다. 대한민국이 외세의 침략을 받은 횟수는 900번이 넘는다고 한다. 우즈베키스탄 또한 대한민국만큼 수많은 외세의 침략과 지배의 역사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동·서·남·북 사방에서 중앙아시아의 영토를 호시탐탐 노렸던 것이다. 페르시아 제국, 알렌산더 대왕의 원정, 서 돌궐 제국의 침입과 압바스 왕조 등 아랍세력의 침입 그리고 몽골제국의 점령, 러시아 제국의 점령 등 파란만장했던 우즈베키스탄 침략의 역사를 보면 우리나라와 흡사한 면이 많으며 오랜 전통과 역사를 가진 점 또한 비슷하다. 이러한 시대적 아픔을 공유하고 위로하는 공간으로 우즈베키스탄 한국정원은 의미가 있다 하겠다. 타슈켄트 서울공원의 위치는 수도 타슈켄트 국제공항에서 시내 외교단지 방향 3.8km에 조성됐으며 주변에는 이자미 사범대학의 대학로가 있고 북측에는 젊은이들을 위한 결혼신고 센터가 위치해 젊은층들에게 접근성이 좋으며 서측에는 외교단지와 인접해 한국정원을 홍보하기에 유리한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이미 일본이나 중국은 1850년대 후반부터 세계 곳곳에 일본, 중국 정원을 조성해 전세계 300여 곳에 그 나라에 전통정원을 조성해왔다. 이에 반해 대한민국의 한국정원은 전세계 10여 곳에 불과한 것은 국격이나 한국의 문화수준을 고려해 봤을 때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세계 각 나라는 외국과 우호관계를 맺고 있는 도시들의 단지 명목상의 협력관계가 아닌 실질적인 협력방안을 강구해 단발성의 행사보다는 해당 도시에 오래 남을 수 있는 문화사업을 찾는 경우가 많다. 그 중의 하나가 비용이 많이 들이지 않으면서도 한국문화를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는 각국의 독자성을 갖춘 한국정원을 세계 여러 도시에 조성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외국도시에 조성하는 한국정원은 하나의 단순한 조경공간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를 모르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널리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외국도시에 조성한 한국전통정원을 통해 우리나라 문화를 해외에 널리 알리는 일은 대한민국의 가치를 높이는 중요한 가치이기에 이번에 조성된 타슈켄트 서울공원은 의미가 있다 할 수 있다. 타슈켄트 서울공원을 이루고 있는 물리적 켜들은 한국정원의 물리적 거리를 내포하고 있다. 서울과 5천km 떨어져 있는 타슈켄트의 지리적 거리와 1937년 강제이주로부터 반세기가 넘게 고향을 잃은 심리적 거리 고려할 때 한국정원은 또 다른 한국, 따로 지은 고향집을 의미하는 별서정원이다. 이방인에게 이는 새로운 세계, 한국의 영혼과 정취를 만나는 공간이 된다. 별서의 특징 중 하나는 손님을 맞이해 문화적인 교류를 꾀하는 것이다. 이러한 가능성을 내포하는 서울공원은 타슈켄트와 서울 사이에서 한국의 미학, 한국성을 알리는 문화교류의 장이며 고려인의 후손을 맞이해 정원에 스며있는 대한민국의 미학으로 자신의 뿌리, 고향경관에 대한 기억의 회상을 불러일으킨다. 과거 타슈켄트는 아시아와 유럽의 교역로로써 실크로드의 중요 도시로 번성했으며, 1965년 발견된 사마르칸트의 아프라시아프 벽화(A.D.640~660년경)에는 우리의 선조인 고려인이 묘사되있으며 이를 통해서 예부터 실크로드와 밀접히 연결됐 문화교류를 활발히 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우즈베키스탄 한국정원은 이러한 교류의 기억을 회상시키고 과거 고려인들의 이곳으로 내몰렸던 아픈 기억을 보듬어 안고 그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일깨워 주며 고향을 기억하게 하는 치유공원의 성격을 지닌다. 또한 한국정원은 고려인을 비롯한 한국인과 우즈베키스탄사람을 손님으로 맞아 풍류를 즐기는 환영의 서(瑞)맞이 공간이며, 경관 미학과 자연에 대한 해석, 시적 여운Poetic Aftertaste을 담고 정을 드러내어 알리는 문화 교류의 장이다. 우즈베키스탄 한국정원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의미는 “세계로 통(通)하는 디자인”이라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상과 가치관은 달라도 사람들이 정원을 찾는 이유는 대륙적인 스케일에서 오는 감동과 희열이 아니라 생활주변, 삶 속에서 찾는 소박함을 맛보기 위함 일 것이다. 감성을 자극하는 한국정원은 정원을 찾는 사람들에게 한국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며 열림과 닫힘의 미학이 담긴 우리의 정원은 한국의 서정성과 단아한 아름다움으로 유라시아 사람들의 마음에 다가가서는 지리적, 문화적, 기후적 차이를 극복하고 한국의 문화를 전파하게 될 것이다 .
글 _ 신현돈 겸임교수 · 성균관대학교
Construction News
CONPAP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