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기술력의 힘 말레이지아 'IB타워' 현장...밖으로 나온 기둥 눈길

 

48도로 기울어져 밖에 나와있는 기둥(Transfer girder)

입체적 외관·첨단공법  적용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 내년 4월 준공,
현지 2, 3, 4위 빌딩 대우 시공, 추가 수주 기대

 

'IB타워' 조감도 kcontents

 

'IB타워' 현장

 

 

동남아시아를 대표하는 자원부국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의 빼곡한 도심 빌딩숲 속에 독특한 외형을 드러낸 초고층 빌딩이 있다.

바로 대우건설[047040]이 시공중인 IB타워다.

 

말레이시아어로 '새로운 영감(Ilham Baru·일함바루)'의 알파벳 머리글자를 따온 IB타워는 현재 막바지 공사가 한창으로 내년 4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이 건물의 높이는 지상 58층, 274m. 여의도 63빌딩(249m)과 남산(262m)보다 키가 크고 말레이시아에서는 쿠알라룸푸르 쌍둥이 빌딩 페트로나스타워(452m)와 텔레콤 타워(310m)에 이어 세번째로 높다. 

 

지상 1∼5층은 로비와 갤러리, 7∼35층 오피스, 36∼40층 주민공동시설, 41∼53층 서비스드 아파트, 55∼58층은 펜트하우스로 구성돼 있다.

 

23일 공사 현장에서 바라본 이 건물은 삼각뿔을 퍼즐처럼 맞춰놓은 듯한 입체적인 외관이 단연 인상적이었다. 

 

그 비결은 48도로 기울어진 기둥, 전이보(transfer girder) 덕분이다.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인 이 기둥은 최상층까지 지그재그 형태로 시공돼 건물의 하중을 건물 외곽을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메인 기둥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기둥이 밖에 있는 덕분에 건물 내부에는 별도의 기둥이 없어 공간 활용도가 매우 높다.

 

대우건설 이기순 IB타워 현장소장은 "설계를 맡은 하이테크 건축거장 노먼 포스터의 디자인을 건축학적으로 구현해내는데는 적지 않은 고민이 있었다"며 "기둥이 사선 형태의 급경사로 설계돼 철근 시공과 콘크리트 타설 등 품질관리가 매우 까다로웠다"고 회고했다. 


대우건설이 시공중인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IB타워. 48도로 기울어져 있는 외부 지지대가 하중을 분산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위기는 설계도, 시공 문제도 아닌 주민 민원에 있었다.

 

고층 건물로 빼곡히 둘러싸인 도심지 한가운데 짓다 보니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입주민들의 공사 소음 관련 항의와 공사중단 요구가 끊이지 않았던 것.

 

이 때문에 골조가 37층까지 올라간 시점에 이미 발주처와 약속한 공기는 3개월가량 지연된 상태였다.

공사 지연은 곧 대우측의 지체보상금 부담으로 이어진다.

 

김주석 현장 관리팀장은 "준공이 늦어지면 발주처에 보상해줘야 하는 돈이 하루 5천만원, 석 달이면 45억원으로 총 공사비 2천억원짜리 공사에서 적지 않은 비용"이라며 "무엇보다 발주처와의 신뢰도에도 금이 갈 수 있는 상황이어서 반드시 공기를 단축시켜야 했다"고 떠올렸다. 

 

대우건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업-업(up-up) 방식과 탑-다운(top-down) 시공 방식을 접목, 건물 상층부와 하층부의 공사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스킵 플로어링(skip flooring) 공법'을 고안해냈다.

 

통상 건물은 아래층에서 위층으로 올라가며 짓는 것이 원칙이지만 IB타워는 38∼40층 3개층과 41층 이상의 공사를 동시에 진행하는 모험을 강행했다.

 

대우측은 이를 위해 41층 이상의 공사가 아래층과 동시에 진행되도록 38층부터 40층의 높이를 떠받쳐줄 고강도 '시스템 서포트(지지대)' 30개를 한국에서 제작해 공수해오기도 했다.

 

이 뿐만 아니라 주민 민원 속에서도 현지 공무원을 설득해 밤 10시까지 야간작업 허가권을 받아내고, 밤 10시 이후에는 타워크레인의 불빛을 모두 소등한 후 철야 공사를 진행해 공사기간을 단축했다.

 

자체 개발한 시공중 변위제어 기술 'BMC(Building Movement Control)' 기법으로 이 빌딩이 준공후 100mm 이상 기울어질 수 있다는 점을 발견해 보정 시공도 하고 있다.

 

건물 기울어짐은 초고층 건물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인데 애초 건물 설계자가 간과했던 것을 대우건설이 바로잡은 경우다.

 

이기순 소장은 "다양한 초고층 첨단 신공법과 밤낮없는 공사 수행으로 석달 이상 늦어진 공사기간을 모두 따라잡고 당초 공기에 맞춰 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며 "특히 IB타워의 펜트하우스는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높은 주거공간이자 최고가 주택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스카이라인을 바꾸는 대우건설

1980년대 처음 말레이시아 건설시장에 진출한 대우건설은 1983년 수방공항 격납고 건설공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16개 사업장에서 23억2천700만 달러 규모의 공사를 수주했다. 

 

대우건설은 특히 고난위도의 초고층 건물 시공기술을 바탕으로 이 지역의 스카이라인을 바꾼 주인공이다.

 

말레이시아에 현존하는(공사중 건물 포함) 초고층 건물 가운데 두번째로 높은 텔레콤 사옥과 3위인 IB타워, 4위인 KLCC 타워(267m) 등 쿠알라룸푸르의 초고층 상위 5개 건물 가운데 3개를 대우건설이 시공했다.

 

말레이시아 최고층 건물인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의 한 동도 우리나라의 삼성물산[000830]과 극동건설이 시공한 것을 감안하면 상위 초고층 5개 빌딩중 4개를 우리 건설사가 싹쓸이한 셈이다.

 

대우건설이 1995년에 수주해 1998년 완공한 텔레콤 사옥은 77층 규모의 초고층 인텔리전트 빌딩이며, 2011년 수주·시공한 KLCC타워는 46층 높이의 6성급 호텔·레지던스다.

 

2012년 수주한 쿠알라룸푸르에서 '마트레이드 컨벤션센터'도 현재 공사가 한창이다.

 

이 컨벤션센터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추진하는 'KL 메트로폴리스' 개발사업중 1단계 공사로 연면적 14만5천246㎡의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현재 공정률은 40%로 매일 1천200∼1천400명의 근로자들이 공사에 참여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마트레이드 컨벤션센터 공사 전경.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의 전시장으로 현재 4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건물 외관은 말레이시아 대표 천연자원인 고무의 씨앗을 형상화했으며 대형 전시공간 확보를 위한 기둥이 없는 '무지주 공법'을 적용해 대형 헬리콥터·비행기까지도 전시할 수 있다. 

 

김창식 대우건설 말레이시아 공사 총괄 상무는 "말레이시아는 대우건설의 텃밭으로 국내 건설사 가운데 가장 활발하게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앞으로 발주될 마트레이트 센터 인근의 100층짜리 초고층 빌딩 등 추가 공사 수주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쿠알라룸푸르=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s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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