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참사’ 환풍구 하중 실험했더니… 3분 만에 ‘V자’로 휘고 볼트는 ‘퍽’

국과수, 사고 현장에서 대형 크레인 동원해 측정
가을비 속 희생자 9명 발인…19명 장례 모두 마쳐

 

21일 오후 경기 성남 판교테크노벨리 유스페이스 야외광장 환풍구 추락사고 현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크레인을 이용해 환풍구 지지대 하중실험을 하고 있다. 성남/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경기도 성남 판교테크노밸리 환풍구 붕괴 참사를 수사 중인 경기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21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과 함께 사고 현장에서 환풍구 덮개를 지탱하고 있던 지지대(받침대)의 하중 실험을 했다.

 

경찰과 국과수는 사고 발생 5일째인 이날 오후 2시께 대형 크레인 1대를 동원해 사고 현장에 남아 있는 3.6m 길이의 지지대 1개를 도르래에 연결한 뒤 아래로 잡아당겨 하중을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측정했다.

 

겉보기에도 약해 보이는 가느다란 I자형 지지대는 실험을 시작한 지 2~3분만에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V자 형태로 휘어졌고, 이어 지지대 양쪽 시멘트 벽면에 3개씩 고정된 앵커볼트가 ‘퍽’ 소리와 함께 튕겨져 나왔다. 환풍구 사고 현장에는 애초 가로(6.6m) 1개, 세로(3.6m) 2개의 지지대가 설치돼 있었고 그 위에 환풍구 덮개가 놓여있었으나, 사고 당일 세로 1개를 제외하고 모두 파손됐다.

 

국과수는 이미 이 지지대가 사고 당시 한차례 과도한 압력을 받아 훼손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하중값을 감가상각해 산출해 24일께 경찰에 통보할 계획이다.

 

김진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안전과장은 “1, 2차 현장조사를 통해 파손된 철제 구조물과 앵커볼트를 수거해 용접 상태 등을 정밀감정 중”이라며 “받침대와 앵커볼트가 어느 정도 무게를 버틸 수 있는지 측정하는 것이 이번 실험의 목적이며, 측정된 자료는 환풍구 사고를 해석하는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법상 환풍구 덮개 시설에 대한 안전기준은 없지만 지붕의 기준을 적용할 경우 ㎡당 100kg의 하중을 견뎌야 한다.

 

경찰은 환풍구 부실 시공 여부와 함께 환풍구가 속한 건물 건축주·시설 관리업체로까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행사 안전관리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와 사고가 난 시설물은 누가, 어떻게 관리했는지, 시공은 설계대로 된 것인지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틀째 가을비가 내린 가운데, 이날 경기·서울 지역 병원 4곳에서는 이번 추락 사고로 숨진 정아무개(47)·권아무개(46·여)씨 부부 등 희생자 9명의 발인이 진행됐다. 전날 7명에 이어 이번 사고로 숨진 16명의 장례가 모두 마무리됐다. 또 판교 축제를 기획했다가 사고 이후 자책감에 목숨을 끊은 경기과학기술진흥원 직원 오아무개(37)씨의 영결식도 오전 5시 삼성서울병원에서 있었다.

 

지난 17일 판교테크노밸리 야외광장 환풍구 덮개 붕괴 참사로 환풍구 위에서 공연을 보던 시민 27명이 18.7m 아래로 추락해 16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한겨레 성남/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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