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호르몬,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방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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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호르몬,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2014.09.25


고엽제와 다이옥신 문제가 불거지며 환경호르몬(environmental hormone)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함께 우려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제 대중들이 제대로 알고 대처해야 할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환경호르몬은 우리 몸 안에서 분비되는 정상 호르몬과 어떻게 다른 것일까요. 환경호르몬이 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으며, 그에 대한 대처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호르몬은 우리 몸의 내분비선(內分泌線)에서 분비되는 화학물질로 혈액을 따라 표적세포로 이동하여 신호전달을 통해 생화학 반응을 유도하여 우리 몸이 정상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항상성(恒常性)을 지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호르몬의 실례로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생장호르몬은 우리 몸의 모든 조직으로 이동하여 단백질 합성을 활성화하여 생장을 촉진시켜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당뇨병 치료제로 쓰이는 인슐린은 이자에서 분비되어 신경조직을 제외한 모든 조직세포로 운반되어 우리 몸에서 에너지원으로 쓰이는 포도당의 농도를 조절해 주는 호르몬입니다. 성호르몬은 남성과 여성의 성징(性徵)을 나타나게 해주는 호르몬입니다. 이러한 호르몬들의 기능은 우리 몸에 들어와 호르몬 행세를 하며 내분비 작용을 교란시켜 나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 환경호르몬에 의해 방해를 받을 수 있습니다.

환경호르몬의 정확한 명칭은 외인성(外因性) 내분비교란물질입니다. 이는 우리 몸에서 정상적으로 생성되어 분비되는 물질이 아니라 산업 현장이나 쓰레기 소각장 등에서 자연환경으로 방출되거나, 컵라면 용기나 젖병, 장난감 등을 만드는 데 이용되는 특정 인공합성 화학물질이 우리 몸에 들어와 호르몬처럼 작용하는 데서 연원된 이름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주변에서 어떤 물질들이 환경호르몬으로 작용하며, 그 영향은 어떻게 나타나는 것일까요.

1991년부터 보고되기 시작한 환경호르몬의 영향은 오존층 파괴, 지구 온난화 문제와 함께 세계 3대 환경 문제로 등장하고 있으나 그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은 아직 그리 높지 않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다이옥신, PCB, 비스페놀 A, 스티렌다이머/스티렌트리머, 프탈산에스테르 등 70여종의 물질이 환경호르몬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한 바 있지만 아직 실험적으로 확실하게 입증된 물질의 수는 많지 않습니다.

7월 18일은 제17차 ‘고엽제의 날’이었습니다. 고엽제(枯葉劑)는 베트남 전쟁에서 미군이 베트콩이 숨어 활동하는 밀림의 숲을 고사시키기 위해 정글에 뿌린 제초제(herbicide)의 일종입니다. 고엽제는 오렌지 색깔 물질을 의미하는 에이전트 오렌지(Agent Orange)로 불렸는데, 이는 이 맹독성 제초제를 다른 물질들과 구별하기 위해 오렌지색 페인트가 칠해진 드럼통에 넣어 운반해 붙여진 이름입니다.

고엽제는 유기염소 계열의 제초제인 2.4-D와 2,4,5-T를 인공적으로 합성해 만든 유사 식물호르몬의 일종으로 혼합 과정에서 다이옥신(dioxine)이 만들어져 함유되어 있습니다. 다이옥신은 대표적인 환경호르몬 중의 하나로 베트남 전쟁에서 다이옥신이 독성은 있지만 인체에 매우 유해한 환경호르몬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 채 군사용으로 대량 살포된 결과, 전쟁에 참여했던 군인들은 물론 많은 민간인들이 피해를 입게 된 것 입니니다.

지금은 법적으로 규제를 하고 있지만 한때 쓰레기 소각장에서 많이 배출되는 다이옥신이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다이옥신은 정상 호르몬의 기능을 억제하여 피부 질환, 간 손상, 유전자 변이, 기형아 출생, 면역체계와 신경계 변화 그리고 우울증이나 분노 등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쓰레기 소각장에서 발생한 다이옥신이 하늘로 올라가 구름에 섞여 비로 떨어질 때 그 영향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채소밭에 떨어진 빗물은 채소에 의해 흡수되고, 그 채소를 먹으면 다이옥신이 우리 몸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목장의 풀밭에 떨어진 다이옥신은 목초에 흡수되어 그것을 먹고 자란 소의 고기나 우유를 먹을 경우 바로 우리 몸에 들어와 환경호르몬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자연 생태계에서의 다이옥신의 영향은 더욱 심각합니다. 강물을 따라 바다로 흘러 들어간 다이옥신은 식물성 플랑크톤을 거쳐 물고기의 몸에 축적되어 우리가 먹을 때 대량으로 흡수될 수 있습니다. 생태계에서 특정 화합물은 영양 단계가 1단계씩 올라갈 때마다 10배씩 농축된다는 사실을 생각해 볼 때, 높은 영양 단계에 있는 물고기를 먹을 경우 우리 몸에 농축되는 다이옥신의 농도는 매우 높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플라스틱을 만들 때 사용하는 합성수지 원료인 비스페놀 A(BPA, bisphenol A)라는 물질도 위험한 환경호르몬입니다. BPA는 불임, 유방암, 성 조숙증, 기형(畸形) 신생아의 출산, 생식 기능 장애 등을 일으키며, 당뇨병이나 비만, 지능이나 행동 장애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BPA는 젖병이나 플라스틱 장난감, 통조림이나 음료수 캔 심지어는 계산기로 발행하는 영수증에서도 검출됩니다. 컵라면과 같은 발포성 스티로폼 용기에서 검출되는 스티렌다이머나 스티렌트라이머라는 물질은 사람의 생식기능이나 면역력 저하를 일으키는 환경호르몬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선진국들은 환경호르몬에 대한 종합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경제협력기구(OECD)에서도 환경호르몬 검사방법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환경부에서 환경호르몬이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조사 계획을 세위 추진하고 있습니다.

환경호르몬의 피해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환경호르몬 문제는 대부분 인간이 생활의 편리함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환경에 관련된 문제로 현재의 우리만이 아니라 다음 세대까지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단순한 과제가 아닙니다. 따라서 이 문제는 ‘오존층 파괴’나 ‘지구 온난화’와 같이 범세계적인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하며, 국가 차원에서는 정부 관계 부처, 그리고 시민 단체들이 이 문제의 본질에 관심을 가지고 대처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환경호르몬 문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위해서는 교육 현장에서의 실질적인 교육과 함께 가정이나 사회에서의 인식 확산도 매우 중요합니다. 사회의 구성원인 각 개인의 입장에서는 ‘늦었다고 생각하는 시점이 가장 이른 시점’이라는 마음으로 환경호르몬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고, 식생활이나 일상생활에서 그의 근원을 최대한 줄여나가는 방안 마련이 최선의 방책이 될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방재욱

양정고. 서울대 생물교육과 졸. 한국생물과학협회, 한국유전학회, 한국약용작물학회 회장 역임. 현재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한국과총 대전지역연합회 부회장. 대표 저서 : 수필집 ‘나와 그 사람 이야기’, ‘생명너머 삶의 이야기’, ‘생명의 이해’ 등. bangjw@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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