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는 규제로부터 나온다"
이양승 군산대 무역학과 교수
부패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경제와 관련이 깊다. 실증결과도 있다. 선진국들은 대개 부패지수가 낮고 후진국들은 대개 부패지수가 높다. 한국은 특이한 경우다. 경제수준과 부패지수 모두 높다. 영화 ‘부당거래’를 보면 한국은 그야말로 ‘부패공화국’이 아닐 수 없다. 그 영화에선 경찰과 검찰이 더불어 건설업계와 유착해 부정사익들을 거래한다. 공익도 공정함도 없다.
요즘 한국은 공정이 화두다. 비슷하게 나눠 갖는 걸 공정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니다. 공정은 나눠진 양이 아니라 나누는 방식에서 나온다. 게임이론 시각에서 보자. 공정이란 모두에게 같은 규칙을 적용하고 알아서 가져가게 하는 것이다. 단 규칙적용이 엄격해야 한다. ‘규칙’과 ‘규칙적용’은 다르다. ‘규칙’이 없는 나라는 없지만 ‘규칙적용’이 없는 나라는 많다. 한국이 좋은 예이다. 그런 나라에선 규칙을 안 지킬수록 더 유리해지기 때문에 규칙을 어길 유인이 커진다. 공식이다.
또 부패에 특히 취약한 산업이 있다. 건설산업이다. 산업의 속성상 판매경쟁보다 수주경쟁이 더 치열하고 건설상품은 이동성이 없어서다. 땅을 점유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규제가 없을 수 없다. 하지만 불필요한 규제도 있다. 재개발·재건축과 관련해서다. 구도심 공동화를 막고 공간균형을 위해선 재개발·재건축이 꼭 필요하다. 규제를 완화하면 부패방지를 위해 더 유리하다. 규제가 없으면 인허가도 없고 인허가가 없으면 부패도 없다.
새로 들어설 정부는 적극행정 구현을 위해 ‘접시깨기 정책’을 추진한다고 한다. 의욕은 좋지만 선결과제가 있다. 공무원들의 ‘전문성’과 ‘윤리성’이다. ‘전문성’은 순환보직제 때문에 언감생심이다. 공무원이 한 곳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면 민원인들과 유착이 생길 수 있기에 보직을 바꾸게 한다. 잘 생각해보라. ‘유착’이 생기는 것은 규제 때문이지 ‘오랫동안 근무’해서가 아니다. 이젠 공무원 ‘전문성’ 시대다. 전문성 없이 적극행정에 나서면 우물가에서 숭늉 찾기이다. 전문성에 대한 보상도 필요하다. 그다음 ‘윤리성’을 요구해야 한다. 윤리는 인간성도 되지만 전략이 될 수도 있다.
신뢰가 자산이다. 정부는 신뢰지수를 만들어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시장에서 얼마나 신뢰를 쌓았느냐를 조사해 지수화하면 신뢰지수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공공공사 발주 시 그 신뢰지수를 바탕으로 가산점을 부여하면 말 그대로 신뢰가 자산이 된다. ‘허구적 위협’의 처벌제도 또한 문제다. 허구적 위협은 이런 것이다. 아이가 말을 안들을 때 부모가 집에서 내쫓겠다며 무시무시한 소리를 하면 아이는 그 무시무시한 말을 귓등으로 듣는다. 그 위협이 허구로 들리기 때문이다. 차라리 부모가 차가운 어조로 용돈을 줄이겠다고 하면 그 말은 허구로 들리지 않을 수 있다.
국가계약법엔 ‘부정당업자’를 제재하기 위해 ‘무시무시한’ 처벌조항이 있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영업정지까지도 내릴 수도 있다. 하지만 ‘과잉금지의 원칙’ 때문에 그 ‘무시무시한’ 처벌조항들이 오히려 ‘허구적 위협’이 되고 있다. 실효성이 없다. 문제는 벌칙이 없어서가 아니라 벌칙이 너무 요란해서다. 실효성 없는 벌칙은 차라리 없느니만 못하다. 법을 어겼는데도 도의적 책임을 느낄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윤리적 긴장감은 더욱 떨어진다. 그럴수록 부패는 더 만연해지고 ‘유도리’가 으뜸 덕목이 된다. 그럴수록 정직한 사람들과 실력 있는 기업들이 더 힘들어진다. 그들도 끝내는 더불어 부패에 가담하고 만다. 부패는 인허가로부터 나오고 인허가는 규제로부터 나온다. 곧 부패는 규제로부터 나온다.
[이양승 군산대 무역학과 교수] koscaj@kosc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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