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외치며 투자한 재생에너지..."중국 의존도 너무 심각!"
‘탈원전’ 외치며 ‘재생에너지’ 키운 文정부
들여다보니 中 의존도 심각
문재인정부가 ‘탈원전’을 외치며 집중 투자한 재생에너지 산업의 중국 의존도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태양광 및 풍력 발전에 필요한 장비와 원자재를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하며 무역수지 적자가 상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력망의 수용성 부족으로 인한 재생에너지의 낮은 효율성도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의 가치 사슬을 강화하고, 전력 손실을 줄이기 위한 전력망 혁신 사업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태양광·ESS 핵심 부품·소재 90% 이상 中 의존
저효율성도 문제…제주도서만 5000가구 1년 사용할 전력 손실
文정부 5년, 원전 인력 유출로 산업 기반 약화돼
태양광 패널 부품 中 의존도 심각…잉곳 100%, 웨이퍼 93%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탄소중립 실현가능성 제고를 위한 발전 에너지원별 현안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재생에너지 발전량(출처 : 전력통계월보)은 4만3085GWh로 전년 대비 15.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전력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7.5%로 전년 대비 0.9%포인트 증가했다.
앞으로도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재생에너지의 발전량 비중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재생에너지 산업 핵심 소재와 부품의 국산화율이 낮다고 현경연은 지적했다.
현경연이 데이터센터 수출입통계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태양광 패널의 필수 소재인 ‘잉곳’은 100%, ‘웨이퍼’는 93.4%가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두 부품의 무역수지 적자는 연간 2억6000만달러에 이른다.
풍력 발전 시스템 역시 연간 2300만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데, 풍력 관련 소재와 부품의 중국 의존도는 44.5%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에너지 저장장치(ESS) 양극재 원료인 황산코발트는 중국 의존도가 94.7% 수준이었다.
이 같은 높은 중국 의존도는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 발전에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지난 2월 이사회에서 올 상반기까지만 BS사업본부 내 태양광 패널 사업을 유지하고 이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잉곳·웨이퍼를 생산해 온 웅진에너지도 중국에 밀리며 사업이 부진해지자 현재 관련 사업의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재생에너지를 전력망에 연결하는 송전선로나 에너지 저장설비 부족으로 인한 저효율 문제도 드러났다.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이 높은 제주도의 경우 전력 과잉공급으로 지난 2020년 77회에 걸쳐 출력제어를 실시해 1만9449MWh의 전력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인 가구 월평균 전력소비량이 304kwh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는 5331가구의 1년치 전력소비량에 해당한다. 인구가 2만명 가량 되는 제주 한림읍이나 서귀포 대정읍에 거주하는 가구의 1년 전력소비량에 준하는 양이 손실된 셈이다.
장우석 현경연 수석연구위원은 “재생에너지 관련 산업의 핵심 소재와 부품의 국산화율이 낮아 계속 무역수지가 적자를 보고 있다”면서 “재생에너지 산업 가치사슬 강화를 위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전 경쟁력 확보 위한 기술 개발 필요… “문제는 인력난”
전세계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추진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가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원자력 발전의 가치도 재평가 받고 있다.
앞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유럽연합(EU) 사례를 참고해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시키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어 지난 3일에는 ‘윤석열정부 국정과제’를 통해 “에너지 안보 및 탄소중립 수단으로 원전을 적극 활용하겠다”면서 “원전 생태계 경쟁력을 강화하고 한·미 원전 동맹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현경연은 원전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과제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확보’와 ‘사고저항성 핵연료 등 차세대 기술 확보’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현재 월성 원전을 비롯해 국내 원전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포화 상태에 가까워지고 있으나, 최종 처분 시설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로선 원전 부지에 임시 저장하는 등 ‘땜질 처방’으로 대응하고 있다.
인수위는 이 문제를 고준위 방폐물 관리를 위해 절차와 방식, 일정을 규정한 특별법을 마련하고, 컨트롤타워로 국무총리 산하 전담조직을 신설해 풀겠다는 구상이지만, 쉬운 숙제가 아니라는 게 원전업계 평가다.
EU가 녹색분류체계에서 ‘2025년부터는 사고 저항성 핵연료’를 사용해야 한다고 명시한 것에 대한 대책도 필요한 상황이다. EU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지르코늄 피복 핵연료가 냉각에 실패할 경우, 피복이 용융되면서 화재나 폭발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사고 저항성 핵연료’ 사용을 ‘친환경 원전’의 요건으로 내걸었다.
문제는 이와 관련한 국내 기술 개발이 미비한 상황이란 점이다. 신기술 개발을 위한 인력 확보도 난관이다. 이정익 카이스트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는 “탈원전 정책으로 원자력 산업 분야 고급 인력이 해외로 유출되고 인재 양성을 위한 젊은 인력 수급도 어려워졌다”면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기반이 빈약해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장 수석연구위원은 “신규원전 건설 및 기존원전 수명연장을 위해서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을 운영할 수 있는 국가 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소요되는 비용과 자금조달 방안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면서 “사고저항성 핵연료 조건을 충족하기 위한 안전성 연구개발과 함께 미래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핵융합 에너지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에 대해서도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윤희훈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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