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악순환 반복되는 감리업계..."형식적 현장관리"

 

감독 시공사 감리 모두 한방향으로 갈 수 밖에

수주 때문 클레임은 상상도 못해

문제 생기면 은폐

악순환 반복...한국건설 수준 답보 상태

아직도 감독에 여러 형태로 월례비 지급해

(편집자주)

 

현장 감독권 인사권 가진 발주처

돈줄 쥔 시공사 …“감리는 거수기 불과”

 

정부가 건설 현장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최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을 시행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건설업계는 크게 술렁이고 있다. 업계는 “처벌을 위한 법이 아니라 안전사고를 부르는 현장 병폐 타파에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관행처럼 이어져오고 있는 건설 안전사고의 근본 문제점을 짚어보고  건설업계 목소리를 담은 기획 시리즈를 4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광주 붕괴사고도 감리인원 허위신고…“업체 선정부터 투명해야”

감리업계 “발주자와 상하관계 아닌 상호신뢰 절실…권한도 강화해야”

 

 

   건설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지적됐던 부분이 바로 부실 감리(監理)  문제다.  감리는 건설 공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 지를 감독하고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끝없이 악순환 반복되는 감리업계...
건설현장 사고 발생시 지적되는 문제 중 하나는 바로 감리 문제다. 발주자와 감리 간 상하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지난 1월 발생한 광주 아이파크 붕괴 사고 현장. [사진=연합뉴스]

 

부실공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감리제도의 공공성을 확보하고 부실감리를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드높다.

 

 

 

이에 따라 정부도 감리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제도를 마련했지만 여전히 많은 곳에서 감리업체가 ‘시공사 거수기’ 역할에 그치거나 형식상 감리가 이뤄지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지난 1월 발생한 광주 화정동 붕괴사고의 표면적인 원인은 부실공사다. 그러나 원인을 조금만 파고 들면 건설 현장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부실감리가 드러났다.

 

이 공사현장 감리단인 모 건축사무소는 광주 서구청에 경쟁입찰 과정을 통해 선정됐다. 그런데 건설 감리 비용을 지불하는 곳은 광주 화정 아이파크 신축사업자 HDC아이앤콘스였다. HDC아이앤콘스는 HDC현대산업개발 자회사다.

 

업계에선 이처럼 시공사로부터 비용을 받는 감리단이 제대로 된 감리를 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한다.  실제 감리단은 현장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재시공 명령을 하거나 극단적으로 공사를 중지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런 조치가 실제로 이뤄진 것은 거의 없다.

 

업계 관계자들은 “건설업체와 이해 관계로 얽힌 감리단이 공사현장에서 엄격하게 감리를 진행하면 자칫 해고되거나 다른 부서로 좌천되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즉 건설 감리단은 지방자치단체가 선정하지만 발주처와 계약해야 하는 감리단은 결국 공사현장에서 시공사의 거수기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부실감리를 막을 수 있는 법안도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해 공사현장에서 효력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엄연한 현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건설업계에는 이른바 '건설안전 3법'이 있다"며 "건축물관리법,  건설안전특별법(건안법), 건설산업기본법(건산법)"이라며 "건축물관리법은 이미 국회를 통과했지만 건안법 제정안과 건산법 개정안은 아직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건안법은 발주자부터 설계·시공·감리자 등 건설 과정 주체들에게 안전관리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라며 "건설현장 안전사고를 실제로 막을 수 있는 건안법이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감리업계로서는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건설 발주자인 건설업체도 정부 법안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업계 또다른 관계자는 "건안법 제정안과 건산법 개정안이 그동안 건설사 반발로 입법 작업이 지지부진한 데에는 건안법 제정안이 중대재해처벌법과 중복 규제"라고 주장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안법의 핵심은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발주자는 물론 설계·시공·감리 등 건설현장 내 건설 주체에 책무를 부여한다는 것인데 사실상 감리가 허수아비에 지나지 않는 현행 구조를 먼저 바꿔야 한다"며 "단지 처벌만 한다고 능사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 역시 “이런 구조적 문제 때문에 현장에선 부실 감리를 넘어 감리 부재까지 발생한다"며 "현장에서 감리자가 자리를 비우는 사태까지 발생해 이제는 감리 선정부터 투명한 절차가 이뤄져야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경찰은 이번 광주 화정 붕괴사고 현장에 건축 관련 상주 감리자가 4명 이상 근무한 것으로 파악했다. 광주 서구청 측이 건축 관련 감리자 6명이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2명은 부재 상태였던 것이다. 입찰 선정때에는 상주 감리 인원을 부풀려 입찰하고 실제로는 축소 상주 시켰다는 의혹을 받을 수 있다.

 

건설감리 시스템 부재는 업계에서만 지적하는 문제가 아니다. 국민권익위원회도 지난 2021년 말 건설공사감리 과정에서 물가가 상승해도 계약금액을 증액 조정하지 않는 등 건설엔지니어링업체와 기술인 불편・부담을 유발해  각종 불공정한 관행들을 개선하는 내용을 담은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국민권익위 조사 결과 △물가변동으로 계약금액 조정사유가 발생해도 사업자에게 계약금액을 증액해 주지 않는 문제 △직접경비 집행에 대한 명확한 정산 근거가 없고 현장에서 실제 집행 금액과 무관하게 무조건 감액 △사업수행능력 평가기준을 통상적 기준보다 지나치게 높게 설정해 신생・중소업체의 시장진입 제한 △감리용역의 합리적인 통합 발주기준 없이 여러 개 감리용역을 통합시켜 건설기술인 업무 부담을 가중 △감리용역 일부의 무분별한 하도급으로 용역서비스 품질저하와 저가 하도급계약을 양산하는 문제 등이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국민권익위는 △물가변동에 의한 계약금액 조정사유 발생 때 의무적으로 조정하도록 절차 마련 △직접경비 정산 근거를 명확히 정하고 비목 간 변경 또는 증액 정산을 허용 △통상적 기준에 비해 과도하게 높게 설정된 사업수행능력 평가기준을 하향 조정 △감리용역 통합 발주 요건을 구체적으로 설정 △건설엔지니어링 하도급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하돼 도급 요건과 절차를 구체적으로 설정할 것 등을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국가철도공단에 권고했다.

 

감리업계 관계자는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에선 감리자 권한이 매우 제한적"이라며 "발주자와 감리자 관계가 상하 관계가 아니라 상호 신뢰 관계가 구축돼야 제대로 된 감리 시스템이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평가 등을 통해 부적격자 감리자를 퇴출할 수 있는 제도도 마련해 신뢰를 높여야 하고 감리자 권한 역시 그만큼 강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의견을 밝혔다.  <시리즈 끝>

[뉴스투데이=김종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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