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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당정 자영업자 달래려 카드 수수료 또 인하, 반시장적 개입이다
정부·여당이 코로나19 방역 실패의 책임을 신용카드사에 떠넘겼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23일 매출 30억원 이하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를 최대 0.3%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로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들을 달래려는 조치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이들의 표를 잃을까 걱정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방역 실패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고통은 정부가 손실 보상으로 풀어야 할 문제다. 이미 적자 상태인 카드사에 수수료를 더 낮추라는 건 과도한 시장 개입이다. 더구나 카드업계 노조가 수수료 인하에 반발하며 '총파업'을 결의한 상태라 대혼란도 예상된다.
카드사는 2007년 이후 수수료를 이미 12번이나 내렸다. 이번이 13번째다. 정부가 카드사 팔을 비틀어 해마다 수수료를 내린 꼴이다. 이러니 가맹점 수수료 부문에서 적자가 나는 것이 이상할 게 없다. 실제로 카드사들은 2019~2020년 1317억원의 손실을 봤다고 한다. 이번 수수료 인하 규모만 4700억원이라고 하니 카드사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질 판이다.
수수료로 돈을 못 벌면 남는 건 카드론 같은 '이자 장사'뿐이다. 이자 장사로 수천억 원의 손실을 보전해야 할 판이니 위험 대출을 늘릴까 걱정이다. 그러다 보면 부실도 커질 것이다. 2002년 카드사태 같은 대규모 부실이 재연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소비자 피해도 우려된다. 2018년 수수료 인하 이후 올해 9월까지 무이자 할부 가맹점 수가 382만개에서 315만개로 67만곳이나 감소했다. 혜택이 큰 카드도 우수수 단종됐다. 2019년 한 해에만 202개 상품이 없어졌다. 최근 2년간 카드 회비도 10%가량 올랐다. 이번 수수료 인하 탓에 소비자 혜택은 더욱더 쪼그라들 것이다.
카드 수수료를 당정이 정하는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뿐이다. 빅데이터와 정보기술(IT)로 금융혁명이 진행되는 시대에 가격 통제까지 하는 것은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정부 간섭이 심해져 배달 수수료까지 정부가 정해주겠다는 말이 나올까 걱정이다. 반(反)시장적 개입으로 카드사에 수천억 원의 손실을 떠넘기는 구태는 없어져야 한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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