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절망의 터널 [김영환]

 

 

코로나, 절망의 터널

2021.12.14

 

지난 7일 낮 운행 중이던 서울지하철 6호선 열차의 갑작스런 기관사 교체는 일본에도 뉴스로 전해져 네티즌들의 화제가 되었습니다. 야후 재팬 사이트 기사의 댓글 중에는 코로나19 양성 반응이 나왔으면 기관사만 바꾸면 되지 왜 돌곶이역에서 모든 승객까지 하차시켰는지 의아하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또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했으면 결과를 기다려야지, 성급하게 왜 업무에 투입했냐는 문제점도 제기했습니다. 서울지하철 측은 기관사와 동선이 달라 승객들의 감염 위험은 없다고 했답니다.

 

일본은 이웃 나라 한국을 손금 들여다보듯이 관찰하고 있죠. 요즘 일본에는 코로나 신환(新患)이 하루 200명 미만이라는 ‘기적’ 같은 일이 계속되고 있어 혹시 그 우월감으로 K방역을 측은히 여기고 싶을지 모릅니다.

 

이 나라에선 하루 신규 환자가 연일 7,000명을 넘었고 3만 명까지 폭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코로나19의 폭증은 전염의 확산을 안이하게 본 섣부른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를 드러내는 거죠. 하루 수십 명이 죽고 병상을 기다리는 환자가 2,000명을 내다보는 한계 상황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문재인 정권의 마지막 선물인가요?

 

정부는 자영업자들의 위기 속에서 공존하기 어려운 코로나를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포장해 목숨을 담보로 삼은 듯합니다. K방역의 실패라는 언론의 비판에 할 말이 없을 겁니다.

 

정치 방역의 계속된 실책은 과학을 무시하고 식당의 한 팀 식사 인원을 강제로 규제해 국민과 자영업자의 생활을 짓밟았죠. 그러면서 김부겸 국무총리는 공관에서 대학동창 11명의 식사모임으로 방역 사령탑의 본분을 잊었습니다. 코로나 확산은 민초들의 행동을 무자비하게 금지할 줄만 알았지, 질병을 정공법으로 바라보며 외국의 대응을 연구하는 자세가 부족했던 데 있지 않나요.

 

마스크건 백신이건, 청소년 접종이건 계속 뒷북을 칩니다. 서울 도처의 먹자골목을 돌아보면 다닥다닥 붙어 앉아 즐겁게 떠들며 먹고 마시는 장면이 흔하죠. 남남끼린 안전하고 아는 사람끼린 위험하다는 건가요. 코로나 방역은 식사 팀 인원수의 문제가 아니라 간격의 문제라고 봅니다. 무교동의 어느 식당은 식탁 사이에 투명 비닐 커튼을 아주 높게 쳐올렸습니다. 의례적인 눈가림이 아니라 손님 간의 비말을 차단하려는 착한 배려죠.

 

 

 

최근 환자의 폭증은 뭘 말하는 걸까요? 혹시 필드에서 싸우는 의료진의 의견을 무시하고 코드가 맞는 이진석이나 기모란 같은 사람을 청와대에 앉혀 최고의 방역 참모로 삼은 게 원인은 아닐까요. 언제 전염병 관리의 큰 그림을 그려보았다고, 11월 1일의 위드 코로나 이후 12월 11일까지 1,404명의 사망자를 낸 이 비상시국에 문 정권은 두 사람을 껴안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비판받을수록 유능했다는 아집을 지금도 갖고 있는 건가요.

 

방역 최일선에서 싸우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과의 불협화음은 없는지도 궁금합니다. 코로나를 언급할 때 사고수습본부라는 조직이 등장하는 것도 거슬립니다. 환자 수 폭증은 정 청장이 위드 코로나를 예상할 때부터 드러났습니다. 그는 하루 5,000명의 확진자 폭증을 내다봤습니다.

 

국민은 접종률이 높아지면 집단면역이 생긴다는 홍보를 믿었는데 80퍼센트를 넘기고도 무차별적인 확산에 불신감만 높아집니다. 그러니 청소년들이 방역을 의무화하는 청소년 방역 패스가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제소한 거죠.

 

올림픽을 앞둔 지난 7월 일본의 코로나 상황은 절망적이었습니다. 일부 한국의 매체들은 이러고도 올림픽을 열 것이냐고 비아냥거렸습니다. 올림픽이 끝난 8월 환자는 하루에 2만 5,000명도 기록했습니다. 당시 일본은 매일 약 100만 명이 접종하고 있었죠. 물론 오래 전에 일부 전문가들은 접종률이 높아지면 집단 면역이 생겨 환자가 감소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 예언이 맞았는지 9월 들어 극적으로 환자가 감소하기 시작했고 요즘 일본의 하루 신환은 인구 비례로 우리의 1~2퍼센트에 불과하다는 놀라운 현상을 보입니다. 우리에게도 그런 기적이 일어날까요?

 

백신 접종률이 우리보다 몇 퍼센트 포인트 낮은 일본의 획기적인 호전은 이유가 뭘까요. 일본인의 백혈구 덕분이라는 주장도 있죠. 바이러스 자멸설에, 국민 이동량 감소, 국민 위생 습관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초기에 아스트라제네카를 맞은 분들의 항체가 사라졌기 때문인가요? 일본은 화이자와 모더나만을 접종했습니다. 특히 백신은 자체적인 임상실험을 몇 달이나 별도로 실시한 후에 사용 승인을 하여 접종의 출발이 매우 늦어졌다고 합니다. 다급해지자 시노백이니 스푸트니크니 뭐라도 들여오자고 설쳐댄 우리와 아주 다르죠. 일본은 10대 청소년들의 접종률도 70%가 넘는 게 우리와 매우 다른 점입니다.

 

 

 

이런 코로나 대처 방안을 보며 노벨 생리·의학상을 다섯 차례 수상한 나라답다고 경탄하게 됩니다. 필자가 화이자 접종을 한 후 의문이 생겨 부작용은 뭐가 있나, 우리나라 공공 사이트에서 찾아보다가 별 게 없어 포기했습니다. 포털 사이트의 네티즌 문답에 오히려 동병상련의 접종 부작용에 대한 좋은 정보가 많아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하며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일본의 사이트에서는 백신 종류별, 1·2차 접종별 부작용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표로 정리해놓은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우리는 사망률이 낮다고 자랑하더니 그것마저 무너져 내려 OECD 국가 중 상위권이 되어갑니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뭘 하는지, 방역을 기획하는 팀을 일신해 현장 상황을 보다 정교하게 반영할 필요가 있지 않은가 합니다. 코로나19는 2년을 갈 거라더니 이제는 5년을 간다는데 이대로라면 병상을 기다리다가 저세상으로 가는 국민이 더욱 늘어나겠죠. 환자를 살리려면 빨리 넓은 공터에 가설 진료소와 병동을 세우는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죠.

 

​아들을 특실에 입원시키는 홍남기 같은 고관대작이 아니라면 평민은 길게 줄을 서서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평민들이 방역진을 접하는 건 휴일 없이 선별진료소를 열어 방역에 기여하는 의료인들입니다. 김포우리병원은 자체 분석으로 4시간 이내에 검사 결과를 신속히 알려주어 급한 사람들이 각지에서 달려온다고 합니다. 서울의 보건소들도 열심히 일해 다음 날 새벽 7시에 통보해주기도 합니다.

 

코로나 극복은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그 싸움의 한복판에서 대통령은 뭐가 급한지 굳이 호주를 방문하고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피해 지원금으로 100조 원을 뿌리자고 싸웁니다. 코로나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의 사후를 수습하는 민생(民生)은 물론 중요하지만, 더 급한 건 하루 100명에 육박하는, 민살(民殺)을 막는 것입니다.

 

2018년 12월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작업 중에 콘베이어 벨트에 머리가 끼여 숨진 후 4시간이 지나 발견된 하청 회사 신입 직원 고 김용균 씨(당시 24세)의 어머니 김미숙 여사의 며칠 전 3주기 때 외침이 머리를 때렸습니다. "(1심) 아홉 번의 재판을 지켜보며 그동안 우리나라가 얼마나 형편없이 굴러왔는지 너무 빤히 보였다."

 

병상을 기다리다가, 혹은 집에서 대기하다가 죽어가는 국민은 도대체 무슨 죄를 지은 겁니까? 코로나를 보건, 대장동을 보건, “이건 국가가 아니다”라는 야당 대선 후보의 외침이 크게 증폭되어 들려옵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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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김영환

한국일보, 서울경제 근무. 동유럽 민주화 혁명기에 파리특파원. 과학부, 뉴미디어부, 인터넷부 부장등 역임. 우리사회의 개량이 글쓰기의 큰 목표. 편역서 '순교자의 꽃들.현 자유기고가.

 

2006 자유칼럼그룹

www.freecolum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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