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선한 존재인가, 악한 존재인가 [김홍묵]

 

 

인간은 선한 존재인가, 악한 존재인가

2021.11.29

 

‘장님과 코끼리’ 이야기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잘 아는 오래된 동화이자 잠언입니다.

첫 번째 장님, (배를 만져보고) “코끼리는 담벼락같이 생겼네.”

두 번째 장님, (엄니를 만져보고) “아니야, 창처럼 생겼어.”

세 번째 장님, (코를 잡아보고) “굵은 뱀과 같아.”

네 번째 장님, (다리를 만져보고) “나무기둥 같던 걸.”

다섯 번째 장님, (귀를 만져보고) “커다란 부채 같구만.”

여섯 번째 장님, (꼬리를 잡아보고) “다 틀렸어. 밧줄 같아.”

 

눈으로는 볼 수 없어 듣기만 한 코끼리를 우연히 만난 장님들이 손으로 더듬어본 코끼리의 생김새는 저마다 생판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시각을 잃은 장님이 촉각만으로 사물을 판단하기는 여간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장인에 대한 비하보다 눈뜬장님에 대한 경종 소리가 더 진합니다.

만물의 영장(靈長)을 자처하는 사람이지만 동물계의 영물(靈物)인 코끼리 모습을 놓고도 천차만별의 정의를 내리는 인간의 한계를 일깨워주는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 “착한 대통령” vs “말로만 쌓는 치적” 공방

남은 임기 반년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과 가족들에 대한 찬사들이 최근 잇따라 나와 잠시 어리둥절한 현기증을 느꼈습니다.

-“문 대통령은 ‘바르고 착한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 부패하지 않고, 권력의 단맛에 취하지 않고, 오로지 일만 하시는 대통령이다.”(이철호 청와대 정무수석)

-“김정숙 여사는 ‘미적인 감각이 프로 수준’이다. 공감력, 감정이입이 가장 인간적이고 매력적인 면모이다.”(탁현민 의전비서관)

-“백신 10부제는 문 대통령의 아이디어였다. 문재인 정부의 청년정책은 삶 전반을 보듬는 포괄정책이다.”(박수현 소통수석)

 

 

 

​궁궐 밖의 사람들은 옥안(玉顔)을 볼 수가 없고, 옥음(玉音)을 들을 수도 없고, 옥수(玉手)를 잡을 일도 없으니 대통령 지근에서 두 눈 뜨고 보는 이들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야권은 이를 두고 “문비어천가(文飛御天歌)만 읊어대는 측근”, “말로만 치적을 쌓는 정부”라는 비난을 퍼붓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주고받을 것 없는 일민(逸民; 세상에 나서지 않고 파묻혀 사는 사람)들은 어느 쪽이 눈뜬장님인지 청맹(靑盲; 보기에는 눈이 멀쩡하나 못 보는 눈, 그런 사람)인지 구분이 어렵습니다.

 

​내년 대통령선거 후보를 두고 북한 선전 매체 ‘메아리’는 최근 이재명 후보(더불어민주당)를 ‘푹 썩은 술’, 윤석열 후보는 ‘덜 익은 술’, 안철수 후보(국민의당)는 ‘막 섞은 술’에 비유하면서, “술은 많고 홍보는 요란하지만 정작 마실 술이 없다”고 일언이폐지(一言以蔽之)했습니다. 최민희 전직 국회의원(민주당)은 “술은 썩지 않는다. 썩은 술은 잘 익은 술을 뜻한다”고 견강부회했습니다.

집권 10년차에 수령(首領)으로 등극한 김정은 주석(37)은 과연 ‘제대로 익은 술’인지 궁금하지만 맛볼 기회조차 없습니다.

 

인간세상의 격하고 도를 넘는 단편적 공박을 보면서 과연 사람은 선한 존재인가, 악한 존재인가를 다시 한 번 반추(反芻)하게 됩니다.

성선설을 주장한 맹자(BC 371경~BC 289경)는 “인간의 본성은 선하다. 더욱 선하려고 노력함으로써 스스로 완전해진다”고 했습니다.

 

성악설을 주장한 순자(BC 300~BC 230)는 “자기 욕구 충족을 추구하는 인간 본성은 악하다. 그러나 인간은 지(知)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의 생존과 안전을 위해 이기적 본성을 제어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 비전 없는 인간은 청맹과니보다 불쌍하다

인성이 선하든 악하든 두 선각자는 사회화(socialization)해야 스스로의 생명과 사회의 안전을 누릴 수 있다는 공통된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부끄러움을 알며 약자를 긍휼히 여기는 마음을 가지고 더 선해지려고 노력하고(맹자), 사람의 탈을 쓰고 짐승처럼 날뛰거나 남의 것을 탐하는 이기적 본성을 억누르는 지혜를 길러야(순자) 완전한 인격과 안전한 사회를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방법은 홍익인간을 지향하고, 법과 규율로 집단사회의 질서를 유지하도록 하는 교육이라고 합니다. 혼자 터득하기보다 사람은 가르치고 배워야 원만한 사회적 동물이 된다는 것입니다.

 

 

 

​두 눈을 뜨고도 반인륜적 반사회적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지탄받는 사람이라면 19세기 미국의 맹인 여성 작가 헬렌 켈러(Hellen Keller 1880~1968, 교육자·사회운동가)의 충고를 한번 들어보시죠.

-(기자) “세상에 눈먼 사람보다 더 불행한 사람이 있을까요?”

-(헬렌 켈러) “있습니다. 눈을 뜨고 있어도 비전(vision)이 없는 사람이지요.”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자유칼럼의 글은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필자의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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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김홍묵

경북고,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동아일보 기자, 대구방송 이사로 24년간 언론계종사.  ㈜청구상무, 서울시 사회복지협의회 사무총장, ㈜화진 전무 역임.

2006 자유칼럼그룹

www.freecolum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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