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금 없어요!] 똥 값된 명동 상권의 임대수익...1/10 토막...이태원도 마찬가지

 

    "세입자 요구로 월세를 10분의 1로 낮춰 200만원에 계약하기로 했습니다. 은행 이자라도 내려면 공실로 둘 수가 없네요. 작년에 부과된 종합부동산세 6400만원은 메울 길이 없어 체납했고, 곳곳에 압류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지면서 명동 상권의 임대수익이 10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다. 상가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명동 거리. [한주형 기자]

 

 

서울 중구 명동 소재 상가 1개층을 분양받아 세를 주고 있는 A씨. 그는 이곳 상권이 벼랑 끝에 내몰린 정도가 아니라 이미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A씨는 일본인 관광객을 상대로 영업하던 병원을 세입자로 받고 있었다. 최근 계약 만료가 다가오자 세입자는 A씨에게 다른 곳으로 이전하겠다고 통보했다. 코로나19로 최근 2년간 명동을 찾는 관광객이 '뚝' 끊긴 결과다. 세입자를 붙잡느라 월세를 10% 수준으로 낮췄지만, A씨는 그나마 상황이 낫다. A씨가 부분 소유하고 있는 건물은 90%가 공실이다.

 

 

국내 상권이 '위드 코로나'를 계기로 전환점을 맞이했지만 코로나19가 할퀸 상흔은 컸다. 전년 대비 임대 순이익이 반 토막 난 상권들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상가 공실률이 50%에 육박하는 명동 상권은 상가의 순영업소득이 10분의 1로 줄었고, 도산대로와 청담, 홍대·합정 등도 상가 소유주들 순이익이 반 이상 줄었다. 자영업자들 위기가 '건물주'인 상가 소유주들에게도 전이되는 상황이다. 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명동 중·대형 점포의 올해 3분기 순영업소득은 ㎡당 1만1500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분기 15만4900원 대비 92.6% 줄었다. 순영업소득이란 상가 임대 수입과 기타 수입을 더한 금액에 상가 영업 경비를 제외한 소득이다. 소득세와 대출 이자 등은 포함되지 않아 부채가 많으면 상가 운용으로 얻는 수익은 더 큰 폭으로 줄어들 수 있다.

 

부동산원은 3층 이상, 연면적 330㎡(약 100평) 초과 상가를 중·대형 점포로 분류한다. 부동산원이 발표한 순영업소득대로라면 명동 소재 100평짜리 상가는 지난해 3분기 5112만원, 월 1704만원의 임대 수익을 냈다. 하지만 올해는 379만5000원, 월 126만원밖에 수익을 내지 못했다. 명동의 소규모 점포(2층 이하·330㎡ 이하)도 순영업소득이 크게 위축됐다. 지난해 3분기 ㎡당 13만9600원에서 올해 3만4400원으로 4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는 부동산원이 명동 중·대형 점포 23개동, 소규모 점포 13개동을 통해 집계한 결과다. 통상 상가 건물에 수억 원의 은행 대출이 끼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세금은커녕 이자조차 내기 힘들다"는 상가 소유주들 목소리가 엄살이 아닌 셈이다.

 

 

명동 상권은 최근 1년간 공실률이 눈에 띄게 늘었다. 중·대형 점포의 공실률은 지난해 3분기 9.8%에서 올해 3분기 47.2%로 수직 상승했고, 소규모 점포 역시 28.5%에서 43.3%로 급증했다.

 

명동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4년 전까지만 해도 권리금만 2억원 이상 받던 1층 점포들도 권리금 한 푼 없이 가게를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일부 매장에서는 임대료를 파격적으로 낮춰 공실을 막아보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공실로 임대료를 한 푼도 받지 못하는 것보다는 최소한의 금액이라도 챙겨야 생존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상가 소유주들은 다가올 종부세를 염려하고 있다. 지난해 명동 C상가 1개층 소유주에게 부과된 종부세만 6400만원에 달했다.

 

유령 상권에 대한 공포는 명동만의 일이 아니다. 서울 핵심 상권에서 공실 공포가 눈앞에 다가왔다. 올해 3분기 소규모 점포 기준 압구정(0%→17.1%), 홍대·합정(9.2%→24.7%), 도산대로(0%→14.7%), 광화문(4.3%→19.3%) 등은 전년 대비 공실률이 크게 급증했다. 상가 소유주들의 임대 수익 감소도 크다. 중·대형에서는 교대역(-76.7%), 남부터미널(-62.3%), 도산대로(-93.8%), 청담(-65.3%), 홍대·합정(-55.4%), 천호(-58.5%) 등 6개 상권에서 순영업소득이 지난해 동기 대비 절반 이상 감소했다.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권리금 없어요” 이태원 들어오는 새 상인들

기존 상인들은 “보증금마저 탈탈”

 

    지난 25일 오후 6시, 서울 용산구 이태원세계음식문화거리.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스무 걸음 정도 걸어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가자 개업을 축하하는 화환 서너 개가 한 이자카야 문 앞에 놓여 있었다. 출구 오른편 벽에는 ‘저희와 함께할 가족을 모십니다’라고 쓰인 구인공고가 붙었다. 지난 20일 가게를 열었다는 사장 이훈희씨(47)는 “폐업한 곳들이 많아서 그런지 내가 들어온 곳은 임대료가 20% 정도 저렴했다. ‘위드코로나’로 가기 때문에 분위기가 풀릴 테니 일찍 선점하려고 문을 열었다”고 했다.

 

지난 21일 오후6시쯤 서울 용산구 이태원세계음식문화거리에 사람들 발길이 모이고 있다. 강은 기자

 

지난 18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정부가 ‘위드 코로나’ 기조를 선언하면서 용산구 이태원 거리 상인들 사이엔 기대감과 우려가 공존하는 분위기다. 외국인 관광객과 젊은 층이 많이 방문했던 이태원 거리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 중 하나다. 특히 지난해 5월 클럽 발 집단감염 이후 이태원에는 사람들 발길이 끊겼고 폐업하는 가게가 늘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0년 4분기 이태원 상권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6.7%에 달한다.

 

기자가 이태원 1번 출구 거리를 찾은 이 날, 약 400m 되는 거리에는 최근 새로 문을 연 가게가 네다섯 곳 정도 보였다. 이 달 내 90평 정도 되는 호프집을 열기 위해 준비 중인 김모씨(35)는 “원래 이태원은 권리금이 몇억씩 됐던 곳인데 이번에는 권리금을 안 내는 조건으로 들어왔다”면서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다른 매장들을 보면 손님들이 늘어나고 있고 주말에는 꽤 살아난 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의 가게는 부엌 시공과 페인트칠 등 내부 인테리어 공사가 절반 정도 진행된 상태다.

 

코로나19 전부터 이곳에서 장사한 상인들은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에는 피해가 너무 컸다고 말한다.

 

 

할로윈 준비를 위해 천장에 호박 조형물을 달던 박모씨(50)는 “공실만 (임대료가) 조금씩 내려간 거지 이미 계약된 곳들은 그대로”라면서 “나 같은 토박이들은 여기서 밀려난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박씨는 “가게를 서너 개 운영하면서 지난 1년 반 동안 임대료로만 10억 손해봤다”면서 “이제는 돌려받을 수 있는 보증금도 거의 안 남은 상태”라고 했다.

 

이태원에서 15년간 술집을 운영한 이승철씨(50)는 “우리 가게는 임대료가 20% 정도 낮아졌지만 (코로나가 회복되면) 내년쯤에는 원래대로 올라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5년째 타로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이모씨(62)도 “코로나가 회복된다고 해도 절대 예전만큼 분위기가 살아나진 않을 것”이라며 “정부가 손실보상을 해준다곤 하지만 코끼리 코에 비스킷 정도”라고 했다.

 

새로 들어오는 상인들도 마냥 기대감만 차 있는 건 아니다. 김씨는 “이전 가게가 이미 매출이 반토막난 상황이다. 코로나가 혹여나 다시 심해져서 장사가 안되진 않을까, 더 힘들어지진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가게를 연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왜 하필 이태원이냐는 얘기를 하더라”면서 “자신은 없지만 자신감 있는 척하고 있다”고 했다.

강은 기자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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