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케이블 사업 왜 어렵나

 

해저케이블 사업 왜 어렵나

태풍 만나면 수백억 손실 각오

 

    해저케이블 사업 왜 어렵나…태풍 만나면 수백억 손실 각오2009년 2월 LS전선이 국내 사업 중 최고가인 3300억원 규모의 전남 진도-제주간 해저케이블 사업을 수주한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싶었던 작업은 2010년 7월 매설 단계에서 엄청난 난관에 부딪혔다. 바닷물이 탁하고, 조류가 강해 공사가 한 달 가까이 지연됐다.

 

8월 들어 태풍 덴무가 한반도로 향하며 공사 진행은 더 힘들어졌다. 강한 파도로 공사를 맡은 포설선이 조난 위기에 빠졌다. 당시 포설선에는 70여명의 선원과 LS전선 직원들이 타고 있었다.

 

 

LS전선 최고경영진은 포설선 철수를 결정했다. 진도에서부터 깔아오던 17㎞의 해저케이블을 포기해야 했지만 방법이 없었다. 매설 도중 작업이 중단되면 중간에 끊어버리는 케이블을 통째로 버려야 한다. 케이블 포기로 100억원 이상의 손실을 각오한 결단이었다.

 

태풍이 지나간 뒤 LS전선은 준공 마감일을 지키기 위해 해저케이블 포설선을 3척으로 늘렸다. 1대당 하루 사용료만 1억2000만원에 달하는 배였다. 하지만 기한을 맞추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했다. LS전선의 이런 경험은 훗날 고스란히 시공능력으로 이어졌고, 시장의 신뢰을 얻는 발판이 됐다.

 

해저케이블은 심해의 조류와 파도 등 외부 악조건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때문에 개발·생산 단계는 물론, 매설작업에서도 고난도 기술이 필수다.

 

해저케이블 사업 왜 어렵나…태풍 만나면 수백억 손실 각오

공장에서 만든 수십㎞짜리 케이블을 끊어지지 않도록 선박에 싣는 것부터 쉽지 않다. 원형의 '턴테이블'을 공장과 선박에 설치한 후 1분에 5~10m 속도로 팽이 줄을 감듯 케이블을 배로 이동시킨다. 이후 해저케이블을 배에 싣고 매설 지점으로 이동해 수중로봇이 바다 밑에 케이블을 매설한다.

 

매설 작업은 2010년 LS전선의 진도-제주 매설 사업에서 보듯 돌발변수와의 싸움이다. 사전에 해저지형과 화산대·지진대 탐색, 해상 경계 등을 파악하려고 탐사를 진행하지만 예상치 못한 암반이 나타나거나 자연재해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현장에서 계획을 즉시 수정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초음파를 통해 미리 지형을 파악하지만 바다 밖에서 이뤄지는 기초조사이기 때문에 실제 바다 속 현장에서는 돌발변수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파도와 조류로 시공선이 흔들리면 정확한 좌표에 케이블을 내려 매설하기까지 유연한 판단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해저케이블을 바다 속 땅밑에 매설하는 작업도 쉽지 않다. 통신용 해저케이블의 경우 사고가 발생하면 통신이 끊기는 정도에 그치지만 송전용 해저케이블에 문제가 생기면 대규모 정전 같은 최악의 피해가 생긴다. 이에 따라 송전용 케이블은 어선이 조업 중 건드리거나, 대형 어류가 케이블을 파손시킬 가능성을 막기 위해 수중로봇이 심해에서 땅을 판 후 케이블을 깔고 다시 콘크리트나 자갈로 덮는 방식을 쓴다.

 

해저케이블 업체의 기술력을 판가름 짓는 최대 관건은 케이블 연결 노하우다. 통상 최대 50㎞까지 한 가닥으로 뽑아낸 케이블은 설치 거리에 따라 다른 한 가닥의 케이블과 연결해 매설한다. 이때 실제 한 가닥 케이블처럼 연결해야만 송전 시 전력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만약 자연재해로 케이블을 한 번에 설치하지 못할 경우에는 케이블이 끊어진 부분을 다시 잇기도 하는데 이 작업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업체는 전세계에서 손에 꼽는다.

머니투데이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0060210251014811

 


 

LS전선, 첫 해저케이블 포설선 확보

 

    5일 강원 동해시 동해항. 지름 수십 m의 턴테이블(케이블을 감아 보관할 수 있는 설비)에 똬리를 튼 것처럼 감겨 있던 건장한 성인 남성 허벅지 둘레 두께의 해저케이블이 분당 8m의 속도로 바다를 향해 움직였다.

 

해저케이블의 끝에는 최대 1만 t까지 케이블을 실을 수 있는 포설선(케이블을 싣고 해저에 설치할 수 있는 장치를 갖춘 배)이 있었다. 포설선에 설치된 턴테이블에서 케이블을 당기면 동해항에 감겨 있던 케이블이 풀려 배에 실렸다. 멀리서 보면 큰 뱀이 배에 실리는 것 같다. 대만으로 향할 예정인 포설선에서는 지난달 28일 시작된 선적 작업이 밤낮없이 계속되고 있었다.

 

 

LS전선 edited by kcontents  

 

수백 km에 달하는 해저케이블은 동해항과 길 하나 사이에 접해 있는 LS전선 동해사업장에서 생산됐다. 이곳에선 해저케이블과 선박, 광산 등에서 쓰는 산업용 특수케이블을 만든다. 고객사의 주문에 맞춰 해저케이블 제조·시공 턴키(일괄수주계약) 계약이 가능한 회사는 LS전선을 포함해 전 세계에 5곳뿐이다.

 

케이블은 구리선으로 만든다. 90개 이상의 구리선을 얇게 꼬아 도체를 만든 뒤 표면에 폴리에틸렌(PE)과 금속을 입히는 절연 등의 과정을 거치면 하나의 단심 케이블이 만들어진다. 단심 케이블은 세 가닥씩 묶어 포설한다. 이게 비용과 편의성 측면에서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묶은 케이블을 스틸와이어, 아스팔트, 플라스틱 등으로 감싸면 지름 15cm 안팎의 케이블이 완성된다.

 

공장에서 만든 케이블은 육교처럼 생긴 이동로 ‘갱웨이’를 통해 동해항 턴테이블로 옮겨진 뒤 포설선이나 화물선에 실려 국내외 곳곳으로 향한다. LS전선은 올 1∼7월 1억4400만 달러(약 1705억 원)어치를 수출했다. 강원도 전체 수출의 9%가 넘는 규모다.

 

LS전선의 해저 케이블이 강원 동해항에서 선적되고 있다. /LS전선 제공 edited by kcontents

강원 동해항에 정박한 포설선에 LS전선 동해사업장에서 생산한 해저케이블이 실리고 있다. LS전선은 최근 대만 해상풍력단지의 대규모 해저케이블 사업을 수주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LS전선 제공

 

세계 해저케이블 시장은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바다 위 풍력발전기를 통해 생산한 전기를 육지로 날라야 하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육지와 가까운 섬에 풍력단지를 조성했기 때문에 100km 이하 짧은 거리를 잇는 교류(AC) 케이블이 주였으나 최근에는 바다 위 대규모 해상풍력단지가 늘고 있어 초장거리를 잇는 직류(DC) 케이블 수요가 커지고 있다. 국내 유일의 해저케이블 제조 공장인 LS전선 동해사업장에선 교류와 직류 케이블을 모두 생산한다. LS전선은 최근 대만에 조성되는 해상풍력단지의 초고압 해저케이블 공급권(약 8000억 원 규모)을 따내기도 했다.

 

2008년 해저케이블 사업에 처음 뛰어든 LS전선은 프랑스 넥상스, 이탈리아 프리스미안 등 수십 년간 해저케이블 사업을 해온 글로벌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했다. 2019년 제2동, 지난해 제3동, 올 10월 제4동 등 지속적으로 투자를 이어온 결과다. LS전선은 최근 63층 높이의 해저케이블 생산타워를 동해에 짓기로 결정했다. 당초 베트남 중국 등을 검토했으나 국내에서 생산하는 게 여러모로 이득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LS전선 edited by kcontents

 

LS전선은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국내 사업장의 생산성을 높이고 지역경제 활성화 등에도 이바지할 계획이다. 명노현 LS전선 대표(사장)는 “탄소중립을 위한 세계 각국의 신재생에너지 투자 확대로 해저케이블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국내에 투자를 확대해 국가 경제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동해=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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