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나라니?... 진실화해위 “가해자 모르면, 국군·경찰 소행으로 쓰세요”

 

진실위 ‘과거사 피해’ 신청 안내

인권단체, 정근식 위원장 고발

 

    과거 발생한 민간인 집단 희생 사건이나 인권침해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해 설치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피해자 유족들에게 ‘가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울 경우 국군·경찰로 기입하라’는 취지의 안내를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북한 인민군이나 반란군에 희생된 일부 피해자 유족들이 ‘우리 군경에 의한 희생자’라고 입장을 바꿔 보상을 신청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박선영 사단법인 물망초재단 이사장은 4일 정근식 진실화해위 위원장에 대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허물고 역사적 진실을 왜곡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국군에 희생됐다 해야 1억5000만원 보상”

북한군에 당한 일부 유족, 입장바꿔 신청

 

박선영(가운데) 물망초 재단 이사장이 4일 진실, 화해를위한과거사위원회 정근식 위원장을 고발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물망초재단 제공

 

진실화해위는 지난 4월 홈페이지에 ‘진실 규명 신청에서 결정까지 단계별로 살펴보는 Q&A(문답)’라는 제목의 안내문을 올렸다. 이 중 47번 항목은 “사건 관련자 중 가해자를 특정할 수 없는 경우 성명란에 국군, 경찰 등으로 기입해도 되나요?” “네 맞습니다. 가해자를 특정하기 곤란한 경우에는 국군, 경찰 등으로 기입하여도 무방합니다”라고 돼있다. 진실화해위는 지난달 말 국회 국감에서 문제가 제기되자 안내문을 삭제했다.

 

진실화해위는 항일 독립운동, 6·25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 권위주의 정권에서 일어났던 인권침해 등을 조사하기 위해 2020년 12월 설립됐다. 박선영 이사장은 “진실 규명을 목적으로 설립된 위원회가 오히려 신청 접수 단계부터 진실을 왜곡했다”며 “북한 인민군이나 반란군 등 적대 세력보다 군경에 의한 희생자로 보상 신청을 하도록 유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진실화해위 측은 본지 통화에서 “담당 공무원의 실수였다. 국회 지적을 받은 후 홈페이지에서 내렸다”고 했다.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실이 지난 9월 진실화해위의 각종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최초 보상 신청 시 인민군에 처형됐다고 기술했던 희생자의 유족들이 보상자 대상에서 탈락하자 일정 기간 뒤에 우리 군경에 희생됐다며 다시 보상 신청하는 사례도 다수 드러났다. 북한에 의한 희생자가 국군·경찰의 희생자로 180도 바뀌는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이를 사실상 권유하거나 유도하는 변호사나 단체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명성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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