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의 경계에서..."의사도 환자도 한번은 꼭 기다려야"(2)
아마 대부분 경험하는 일일 것이다. 병원이나 검진센터에서 건강진단 받을 때 혈압을 측정하면 대부분 상당히 높게 나온다. 어떤 경우에는 이 혈압계는 일부러 높게 만들었나 의심할 정도다. 재측정도 하지만 병원이라는 특성 때문에 혈압이 높게 나올 수 밖에 없다. 보통 때는 정상인데 병원만 가면 혈압이 높게 나오는 경우가 있다. 바로 백의 현상이다. 이는 고혈압이 아니다. 얼마 전 필자도 건강진단 때 혈압이 매우 높게 나왔지만 가정혈압계로 측정해보니 거의 정상에 가까웠다. 물론 의사는 고혈압약을 먹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혈압의 경계에서 고민이다. 약을 타 놓고 먹지 못하고 있다. 평생을 먹어야 한다니... 여러 조건에서 가정혈압을 지속적으로 측정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결정을 내려야 할 것 같다. |
올바른 혈압측정 선행되어야
진료실에서부터 혈압수치 오차범위 줄여야
환자가 약을 안쓰고 혈압을 유지토록 하는 것이 더 중요
약물 치료 불구 진료실 혈압은 안 떨어져...왜
기자들, 혈압 관련 기사 가급적 안써
그 이유는.....이유는....
(편집자주)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이해영 교수
"의사도 환자도 한번은 꼭 기다려야"
초진환자 30%는 백의고혈압…반복측정 필수
가정·24시간활동 혈압 측정법 활용 확대해야
"고혈압 치료는 혈압을 재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진료실이든 가정에서든 오차범위를 줄이고 올바른 혈압측정값을 얻어 내는 것이 고혈압 치료의 근간이 된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특히, 백의고혈압을 고려한다면 정확한 혈압측정값의 중요성은 더해진다. 그 만큼 진료실 혈압을 넘어서 가정혈압이나 24시간 활동혈압도 가치와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현재 가정 및 24시간 활동혈압은 가면이나 백의고혈압이 의심될 경우 이를 확진하기 위해 사용되는 단계에 있다.
아직은 처음부터 전반적으로 임상에 적용되지는 않고 있다는 것. 물론, 점차 이들 측정법의 활용이 확대돼 보다 정확한 혈압수치가 진료에 적용돼야 한다.
하지만, 이에 앞서 진료실에서 올바른 혈압측정을 위한 노력도 함께 병행돼야 할 것이다.
활용 가능한 모든 측정법을 다 사용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재의 자동혈압 측정기 보급률이나 비용적 측면도 고려돼야 할 사항이다.
이제는 모두가 백의고혈압의 존재를 명확히 알고 있는 만큼, 우선 진료실에서부터 혈압수치의 오차범위를 줄여나가는 것도 새로운 노력의 일환이 될 것이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이해영 교수는 "진료실에서부터 백의고혈압 발생과 이로 인한 잘못된 고혈압 진단위험을 줄여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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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정확한 고혈압 진단의 기본 원칙은?
고혈압은 반복측정을 통해 나오는 진단이다. 단 한번의 측정값으로 진단한다면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첫 혈압측정에서 고혈압 수치가 나왔더라도 이후 고혈압으로 확진되는 경우는 전체의 70% 정도다.
이는 초진 환자에서 백의고혈압이 발생할 가능성이 30% 정도라는 말도 된다.
3명 중 1명은 처음의 혈압수치가 백의현상의 결과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반복 측정 시 긴장도가 떨어져 정상혈압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어떤 경우에도 진료실 혈압측정 시 백의현상이 개입할 가능성을 열어 두어야 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반복적인 혈압측정이 필수적이다. 적어도 고혈압성 응급환자가 아니라면 한번은 여유를 가지고 다음 재진 시에 다시 측정해 진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표적장기 검사도 중요하다. 앞서 심전도나 소변검사를 실시하고, 재진 시에 표적장기 손상과 다시 잰 혈압수치를 함께 본다면 보다 정확한 고혈압 진단이 가능할 것이다. 이후에 치료전략을 짜도 늦지 않을 것으로 본다.
초진 환자에서 백의고혈압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의사와 환자 모두 한번은 참아야 한다. 우선, 환자들이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이들을 설득하는 것이 의사들이 해야 할 일이다. 환자들은 첫 혈압수치가 180/100mmHg이 나오면 대부분 패닉상태에 빠져, 스스로 진단을 내리고 무조건 약물처방을 요구한다.
고혈압성 응급을 제외한 일반적 상황에서는 순간적인 고혈압 상승보다는 고혈압의 유병기간에 따라 궁극적인 임상질환이 발생한다.
이 경우 시일을 두고 기다렸다 다시 혈압을 측정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진행하는 것의 혜택이 단기간 내 혈압이 급격히 상승해 심혈관질환 등이 발생하는 위험을 상회한다.
의사들도 단번에 치료를 원하는 환자들의 요구와 타협해 한번 측정으로 고혈압이 나오면 바로 약물을 처방하는 경향이 있다. 이 경우 백의고혈압을 걸러내지 못하게 된다. 환자가 원하는 약을 처방해 주는 것은 쉽다.
하지만, 환자가 약을 안쓰고 혈압을 유지토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백의고혈압, 궁극적으로는 고혈압을 정확히 진단해 내고 적절한 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의사와 환자 모두 한번은 참아야 한다.
치료를 받고 있는 고혈압 환자에서 백의현상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약물치료를 해도 백의현상이 계속되는 고혈압 환자들도 있다. 치료의 진전은 있으나, 진료실에서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환자들을 대상으로 가정혈압을 측정해 보면 실제로 혈압은 줄고 있으나, 진료실 혈압은 계속 높게 나온다.
이 경우 명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진짜 혈압을 찾아야 한다. 반복해서 혈압을 재보고 그래도 진료실 혈압이 지속적으로 높게 나오면 가정혈압이나 24시간 활동혈압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 결과 진료실과 가정혈압에 차이가 있다면 혈압계 보정이 우선 원칙이다. 어느 쪽이든 혈압계의 오류를 배제한 상태에서 백의고혈압을 확진하기 위함이다.
백의고혈압으로 진단되면 환자의 긴장도를 낮출 수 있도록 진료전 가벼운 대화시간을 늘리는 등 백의현상이 배제될 수 있도록 진료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백의고혈압에서 약물치료는?
약물치료는 진짜 혈압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백의현상이 있더라도 진료실과 주간혈압이 모두 높으면 약물치료를 실시하면 된다.
즉, 약물치료는 백의고혈압을 찾아내 진짜 혈압으로 보정을 한 후에 이를 근거로 결정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백의고혈압 수치는 실제 고혈압이 아닌 만큼, 해당 부문에 대한 약물치료를 하지 말아야 한다.
긴장도와 교감신경 활성화를 낮출 수 있는 생활습관 개선 역시 지속적으로 유도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본래의 혈압을 찾아내는 보정작업이 중요하다.
표적장기 손상 여부 치료진행 기준 삼아야
대한고혈압학회 혈압모니터 지침
대한고혈압학회는 지난해 "혈압모니터 지침" 발간과 함께 "진료실 혈압은 각 개인의 진짜 혈압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증거가 계속 쌓여가고 있다"며 24시간 활동혈압이나 자가혈압 측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동시에 "진료실 혈압 만으로는 가면고혈압이나 백의고혈압을 잡아내기 힘들다"며 두 형태의 혈압변화를 고려한 치료 알고리듬을 제시했다.
이 알고리듬은 "표적장기 손상"과 "24시간 활동혈압 및 자가혈압 측정결과"를 혈압치료 시작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백의고혈압의 경우, 지속적인 진료실 혈압상승에 이어 표적장기 손상도 발견되면 혈압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표적장기 손상이 나타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자가혈압과 24시간 활동혈압이 기준이 된다.
이 역시 높으면 혈압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권고다. 최종적으로 진료실 혈압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데, 표적장기 손상은 없고 자가 및 24시간 활동혈압이 낮으면 백의고혈압으로 보고 진료실과 자가혈압을 계속 관찰해야 한다.
가면고혈압은 진료실 혈압이 지속적으로 정상인 가운데 표적장기 손상이 나타나면, 24시간 활동혈압 또는 자가혈압 측정을 거쳐 수치의 높고 낮음에 따라 혈압치료를 시작한다.
이상돈 기자 sdlee@m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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