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위’는 아직도 보이지 않는다[신현덕]

 

 

‘K-방위’는 아직도 보이지 않는다

2021.10.25

 

국내 언론들이 이달 초순 외신을 인용,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발행하는 영어 사전 개정판에 한국과 관련된 단어 26개가 새로 수록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반찬, 불고기, 김밥, 잡채, 동치미, 삼겹살, 갈비, 한류, 만화, 먹방, 대박, 오빠 등이 새로 실렸고, K로 시작하며 일반 명사를 붙여 ‘한국의 것’이란 의미를 더한 K-pop(케이 팝), K-drama(케이 드라마), K-beauty(케이 미용), K-food(케이 음식), K-style(케이 스타일) 등도 나란히 반열에 들었습니다. 이 경우 영어의 대문자 K가 대한민국을 의미하는 것처럼 쓰였으니 대단한 발전입니다.

 

국내에는 ‘K-’와 연결된 단어들이 더 많이 나타납니다. 잘나간다 싶으면 K를 원용하기 때문입니다. '컬쳐, 방역, 콘텐츠, 예능, 소프트파워, 대중문화, 감성, 방산, 건치, 실크' 등 입니다.

 

최근 전 세계 드라마 팬들을 뜨겁게 달군 ‘오징어 게임’은 세계인을 공감케 한 K-드라마입니다. 짧게 요약한 것을 보았는데도 무서웠고, ‘돈이 최고’라는 요즘 세상 어디에선가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0개에 가까운 나라에서 넷플릭스 시청률이 1위라는데, 1980년대 초반 독일 아우토반에서 현대 포니 자동차를 처음 만났을 때 느꼈던 반갑고, 벅찬 감정을 훨씬 뛰어넘습니다.

 

 

K-팝의 위세도 뺄 수 없습니다. 이미 널리 알려진 내용으로 BTS가 ‘미래세대와 문화를 위한 대통령 특별사절’이 되어 유엔에서 공연을 했습니다. 국내 방송에 출연한 한 외국인은 능숙한 우리말로 “K-팝을 이해하기 위해 한국어를 배웠고, 한국에 왔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K-방역이란 말을 자랑스럽게 내세웁니다. 지난해 초 중국 무한(武漢)에서 코로나가 창궐했고, 많은 국민들이 국내로 전파될까 두려워 중국인 입국을 불안하게 생각했고, 반대도 했습니다. 중국은 무한을 봉쇄했으나 우리 정부는 무한 지역민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들의 국내 이동도 막지 않았습니다. 중국 정부보다 무한 지역민의 인권을 우리 정부가 앞장서 보호한, 전 세계에 자랑(?)할 K-방역과 K-인권보호입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우리 군은 내년부터 2035년까지 북한 장사정포 요격체계(한국판 아이언 돔=K 방위)를 개발합니다. 내년 예산안에 189억 원을 반영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방위에 관련해서는 이번 국회와 정부의 정책을 믿기가 어렵습니다. 군의 방어 훈련은 축소되었고, 적이 가장 두려워하는 F-35 스텔스 전투기의 기관포 실탄은 구입하지 않았고, 북한군의 일거수일투족을 고공에서 감시할 고고도 무인정찰기의 부품은 제대로 공급하지도 않았으며, 가장 명예롭게 모셔야 할 6・25 전사자 유해는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의 소품으로 사용했습니다. 국방부는 더 한심합니다.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도 북한의 연구개발활동이라고 했습니다. 굳건해야 할 방위 태세를 한낱 구경거리(쇼)로 생각하는 국회와 정부가 예산안을 그대로 승인할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개발 여부는 국회 결정에 달렸습니다.

 

 

아이언 돔은 이스라엘이 개발, 2011년 실전 배치한 이동식 전천후 방공 시스템입니다. 초기에는 4~70㎞ 떨어진 곳에서 발사된 미사일과 포탄이 이스라엘 거주 지역에 떨어지는 것을 차단, 파괴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지금은 더 발전되어 250㎞의 먼 곳에서 발사된 로케트 탄과 포탄까지도 파괴했다고 알려졌습니다. 비용도 많이 들지 않았습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초기 2억 1,000만 달러를 투자했습니다.(미국은 개발할 때 별도로 이스라엘에게 2억 8,000만 달러를 지원했음) 우리가 차세대 전투기로 도입한 F-35(대당 가격이 1억 달러 내외로 알려짐) 2대 값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스라엘은 아이언 돔으로 지금까지 팔레스타인에서 발사된 로케트 탄과 포탄 수천 발을 방어했습니다. 미군은 이와 유사한 시스템으로 지난번 아프가니스탄 철수 때 카불 공항에서 로케트 탄을 막았습니다.

 

이스라엘이 죽기를 무릅쓰고 대적하는 아랍권은 모든 면에서 이스라엘의 30배가 넘는 큰 덩치입니다. 우리의 경우 중국이 크다고는 하나 우리의 30배가 되지 않습니다. 아랍권을 상대로 4차례 전투에서 모두 승리한 이스라엘 방위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습니다. 한중교역 및 남북교류를 방위와 분리해 다루며, 'K-방위' 완성 이후 자주국방이 실현될 때 그때에나 종전이 가능합니다. 지금도 적으로부터 공격・위협 당하고 있는 우리가 종전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입니다. 적의 공격을 감당할 수 없으니 ‘제발 그만 패라’는 의미로 '항복하자는 것이냐'는 항간의 이야기를 새겨들어야 합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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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신현덕

서울대학교, 서독 Georg-August-Universitaet, 한양대학교 행정대학원, 몽골 국립아카데미에서 수업. 몽골에서 한국인 최초로 박사학위 방어. 국민일보 국제문제대기자,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교수, 경인방송 사장 역임. 현재는 국민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서독은 독일보다 더 크다, 아내를 빌려 주는 나라, 몽골 풍속기, 몽골, 가장 간편한 글쓰기 등의 저서가 있습니다.

 

2006 자유칼럼그룹

www.freecolum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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