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화재 진압 부상 후 수혈로 암 걸려 자살 소방관에 '순직' 인정

 

    화재진압 중 부상으로 수술 시 수혈로 간암을 얻어 투병하다 투신으로 생을 마감한 소방관에 대해 ‘위험직무 순직’을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해당 소방관은 수술 과정에서 긴박하게 동료에게 수혈을 받았는데, 동료가 추후 B형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임이 밝혀졌고, 간암을 얻게 됐다고 한다.

 

화재진압중인 소방관.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계 없음. [중앙포토]

 

소방관 A씨는 1984년 화재진압 중 감전돼 쓰러지면서 다리를 크게 다치게 된다. 긴박한 상황에 동료 B씨의 피를 받아 수술했는데 B씨는 알고 보니 B형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였다. B씨는 2000년쯤 간암 진단을 받고 3년 뒤 사망했다.

 

 

A씨도 2011년 B형 간염, 간경변, 간암 진단을 받았다. 치료를 계속했지만, 증상은 악화했다. 결국 2013년 6월 건강상 이유로 퇴직한 A씨는 퇴직 20여일 만에 자택에서 투신해 세상을 떠났다.

 

평생을 소방관으로 일한 A씨였지만 A씨 가족들이 국가로부터 이를 인정받기는 쉽지 않았다. 공무원연금공단은 유족보상금 지급을 거부했고 유족들은 소송을 통해 A씨 죽음이 공무상 재해라는 판결을 받아냈다. 유족들은 A씨가 화재 현장에서 다쳐 수술을 받았고, 이 수술로 간암을 얻게 됐으며 이로 인해 사망에 이르게 됐으니 ‘위험직무 순직’을 인정해달라고 두 번째 소송을 냈다.

 

위험직무 순직은 화재 등 생명과 신체에 대한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직무 수행을 하다 재해를 입고, 그 재해가 직접적 원인이 되어 사망한 경우 인정받는 제도다. 인정 요건은 엄격하지만, 보통의 공무상 재해보다 유족보상금과 유족연금 액수가 크다. 유족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도입된 제도다.

 

법원은 이번에도 A씨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1ㆍ2심은 A씨 사망은 위험직무 수행 중 입은 위해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앞선 판결에서 A씨가 간암을 앓게 된 원인이 화재 사건의 부상 수술 때 수혈 때문이라는 점이 밝혀졌다. 사망 직전 A씨는 심한 발열과 복부 통증 등으로 진통제도 소용이 없을 정도였다.

 

 

A씨는 퇴직 한달여 전 동료들에게 남긴 글에서 “건강상태가 악화하여 어쩔 수 없이 퇴직 신청을 하니 비참함을 느낀다”고 심경을 표현했다. 그는 “젊은 시절 소방 현장에서 공상을 입어 장애를 갖고 남모르게 눈물 흘리며 살아가는 소방공무원의 비애를 조금이라도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화재진압 사고로 인한 수술과 그로 인한 감염 및 투병, 투병 생활의 어려움으로 인한 정신적인 불안감과 절망감이 A씨 사망의 원인이 됐다고 추단할 수 있는 대목이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A씨는 결국 화재진압 중 입은 부상이 직접적인 주원인이 되어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볼 수 있다”며 A씨를 위험직무 순직 공무원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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