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교량 만들기 설계공모...왜 내부에서는 시끌시끌할까

 

   한국도로공사가 디자인이 좋은 교량을 건설하기 위해서 설계공모를 실시했으나 엔지니어링 업계에서는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4월 30일 ‘안산-인천 고속도로 1구간 2공구(4.4km)’에 디자인이 좋은 교량으로 설계하기 위해 설계공모를 공고했다. 

 

안산인천 해상교량 설계공모 당선작(다산컨소시엄)

 

해당구간은 시화방조제와 송도를 연결하기 위하여 약 3.0km의 해상교량이 필요한 구간이다.

 

 

보통 이 정도 규모의 사업은 턴키나 기술제안 입찰 방법으로 발주되는 경우가 많지만 도로공사 김진숙 사장이 시공사 위주의 기술형공사입찰보다 설계사 위주의 설계공모를 선호해 설계공모로 발주된 것으로 알려졌다.

 

턴키/대안등의 기술형공사입찰은 시공사가 설계를 해서 입찰하는 것으로 시공사를 선정하는 공사입찰에 해당하고 설계공모는 설계사가 설계를 제안해서 입찰하는 형태로 설계사를 선정하는 입찰방식이다.

 

흥행실패

보통 설계공모는 다양한 작품들 중에서 좋은 작품을 고르는 형태의 입찰방식이다. 하지만 도로공사가 실시한 설계공모에는 단 2개 컨소시엄만 참여해 흥행에 실패했다는 평이다.

 

입찰에 참여한 컨소시엄은 다산컨소시엄(다산//유신/삼보)과 한종컨소시엄(한종/KG/도화)이다. 심의결과 다산컨소시엄이 당선됐다.

설계공모에 단 2개 업체만 참여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업계에서는 2가지 정도를 이유로 든다. 과다한 설계 요구, 부족한 설계보상비다.

 

 

과다한 설계 요구

현상공모는 설계안을 가지고 경쟁한다. 하지만 도로공사는 설계를 거의 완료해야 나올 수 있는 수량과 공사비를 평가에 포함시켰다. 도로공사는 나름 예산에 맞는 작품을 제안 받겠다는 의도로 이런 조항을 포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엔지니어링 회사들은 교량 중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고  설계에 많은 인력이 투입되는 해상교량의 공사비를 산출하는 것은 설계를 기본설계 수준으로 거의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도로공사는 당선자가 설계공모 때 제시한 공사비와 추후 설계를 진행 한 후 공사비의 차이가 5% 이상 발생하면 벌점을 부여하겠다는 조항도 포함시켰다. 도로공사는 수량과 내역서를 제출받아 수량과 단가의 적정성을 검토했다. 

 

 

부족한 설계보상비 

이번 건에서 도로공사는 탈락한 설계컨소시엄에 1억원을 지급하였다. 업계는 이 금액이 입찰 준비를 위해 투입하는 비용에 비해 턱없이 적다고 주장한다.

 

대안턴키 등의 기술형 공사입찰의 경우에도 탈락자들에게 설계보상비가 주어진다. 기술형공사입찰의 설계보상비는「(계약예규) 정부 입찰·계약 집행기준」에 따라 주어지는데 공사비의 20/1000을 탁락자 수에 따라 배분하여 지급하는 조항이 있다. 

 

공사비가 1000억만 되도 설계보상비는 20억이 된다. 대안입찰 방식과 일괄입찰 방식의 배분방법이 다소 다르지만 설계보상비 금액이 이번 도로공사 설계공모의 보상금 1억원과 큰 차이가 있다. 1억원은 해상교량 턴키/대안 기술형공사입찰 시 시공사가 디자인 회사에 지급하는 디자인비용정도 밖에 안된다는 것이 업계이 주장이다.

 

뒤죽박죽 설계공모 운영 

이번 건에 도로공사는 설계공모 운영을 뒤죽박죽으로 진행했다는 평을 받는다. 이름은 설계공모였지만 턴키.대안처럼 운영했다는 것이다. 

 

 

세밀한 수량과 공사비를 요구한 것도 그렇지만 제출한 성과품을 교환하도록 한 것도 그렇다. 평가 방법도 턴키.대안을 거의 그대로 따랐다. 상대방의 안에 대해서 지적하고 답변하는 과정을 거친 것이다. 

 

설계공모와 맞지 않는 평가기준

턴키.대안의 평가방법을 따르다 보니 이해할 수 없는 평가방법도 나왔다. 평가점수에 설계점수와 공사비 점수를 합산하도록 되어 있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설계점수는 강제차등까지 줬다. 

 

강제차등 방법은 기술형공사입찰에서 낮은 공사비에 의해서 경과가 뒤집히는 걸 막기 위해서 도입된 방법이다. 시공 입찰도 아닌 설계입찰에서 공사비를 써내라고 한 것도 이상했지만 설계점수에 강제차등을 준 것도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부실한 토목 공종 설계공모 제도

도로공사가 이렇게 부실하게 설계공모를 진행한 것은 토목공종 설계공모에 대한 제도가 부실하기 때문이다. 

 

 

설계공모는 주로 건축공종에서 진행되어왔다. 물론 토목공종에도 설계공모가 있었다. 최근에 개통한 월드컵 대교가 설계공모로 설계사가 선정되었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건축공종에 현상공모가 많다. 

 

건축공종에 대해서는 국토부 장관이 고시한 '건축 설계공모 운영지침'이 있다. 토목공종에도 국토부 장관 고시의 '설계공모, 기본설계 등의 시행 및 설계의 경제성 등 검토에 관 한 지침'이 있다. 하지만 양과 질에서 비교가 안된다. 

 

건축설계공모지침은 12쪽 분량으로 공모를 1단계 2단계로 나누어 진행하고 1단계와 2단계에서 요구할 수 있는 성과물의 종류 등이 명시되어 있고 설계보상비도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설계공모 등 지침'은 3쪽 분량으로 자세한 내용이 없다.

 

업계의 한 토목엔지니어는 '토목시설도 디자인을 중요시하는 시대가 되었다'면서 '발주처가 좋은 디자인의 시설을 설계하고 싶다면 그에 상당하는 비용을 지급할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하고 관련제도의 정비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도로공사 안산인천 해상교량 설계공모 문제 많았다.

정진경 기자 기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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