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집도 해외에서 직구로 구입한다고?...`패시브 모듈형 조립 주택` VIDEO:It takes just 4 days to assemble this Passive House building...

 

   "올겨울 강풍이 심하게 불어서 이 집 짓는 데 일주일이나 걸렸네요." 서원각 씨는 강릉시청 건설과장으로 정년퇴직한 뒤 올해 1월 강원도 강릉시 구정면에 기존에 거주하던 목조 주택을 철거하고 유럽에서 디자인한 패시브 모듈러 주택(Passive Modular House)을 지었다. 마음에 드는 주택 모양을 선택하고 세부 설계도면을 이메일로 주고받은 뒤 맞춤형으로 제작해 지었다.

 

유럽에 설계·제작 의뢰한 집

컨테이너선 타고 한국 도착

로봇이 만들어 품질 우수

 

독일의 한 프리패브주택에서 지붕을 크레인으로 옮겨 시공하고 있다.

 

원래는 5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니, 정말 빠른 건축이다. 유럽 전문 업체의 다양한 주택 디자인 사진을 보고 마음에 드는 집을 고른 뒤 가전제품을 해외에서 직구하듯 주문하면 현지 공장에서 제작한 창호와 단열재, 내장재, 인테리어 소품들이 설치된 두꺼운 패널들이 컨테이너선을 통해 수입되고, 현장에서 미리 공사한 주택용지 기초 위에 조립 시공을 하는 데 걸리는 기간이 5~7일이다.

 

설계와 시공을 맡은 권주일 주택백화점 대표는 기존 저품질 '조립식 주택'이 아닌 '공장 제작형 주택(Factory made house)'이 정확한 용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장 제작형 주택은 공장에서 주택 구성품과 완성품을 전부 제작한다. 즉 현장(On-Site)이 아닌 공장(Off-Site)에서 주택을 제작하는 것이 핵심이다. 미국에서는 '매뉴팩처드 홈(Manufactured Home)'이라고 한다.

 

주택 지붕 트러스를 크레인으로 옮겨 조립하고 있다.

 

 

권 대표는 기존 철근 콘크리트 주택에 비해 공장에서 제작하는 모듈러, 프리패브, 패널라이징 공법으로 건축된 주택이 가진 장점으로 첫째, 실내에서 제작되기 때문에 기상 조건이 공사가 완료되는 속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을 꼽았다. 전통적인 건축의 각 단계는 주로 현장에서 이뤄지므로 날씨가 좋지 않으면 공사가 지연되는 일이 다반사다.

 

작업자들이 단열재와 단열창호가 포함된 벽체 모듈을 조립 시공하고 있다. 두께 350㎜ 외벽 패널과 두께 300㎜의 바닥 패널, 3중 시스템 창호로 패시브하우스 수준의 단열을 구현한다.

 

둘째, 집을 짓는 기간이 짧다. 공장에서 집을 제조하는 동안 현장에서 기초공사를 하고 난 뒤 운송과 현장 조립 작업을 하면 총 건축 기간이 획기적으로 절약된다. 보통 기존의 주택 건설에서 인건비 비중이 총 건축비의 절반 이상인데, 그 비용을 아껴서 좋은 건축 재료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폴란드에서 모듈러 공법으로 타운하우스를 시공하고 있다. 독일, 폴란드, 라트비아, 에 스토니아,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영국 등 유럽에서 현재 이 공법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셋째, 공장 설비 자동화로 현장 건설에서 사람이 작업하는 것보다 안전하고 실수 없이 정확하게 제작할 수 있다. 스웨덴 란덱사의 제로레이버라는 로봇은 주택의 모듈 제작 공정을 완벽히 자동화해 효율성을 높였다. 현장 조립 단계에서도 소음과 먼지가 적어 이웃 민원이 적은 점 또한 장점이다.

 

집을 빨리 짓는다고 하니 품질에 대한 의구심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공장 자동화 설비로 오히려 설계 도면과 오차가 없이 각 벽체의 기밀성이 높고, 디자인과 제작을 하는 유럽의 단열 및 안전기준이 국내 건축법보다 높아 패시브하우스(Passive house) 조건을 충족시키는 우수한 성능을 보이는 주택을 만들 수 있다.

 

패시브하우스는 일반 건축물에 비해 적은 에너지 사용으로 냉난방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집을 말한다. 화석연료를 사용한 기계적인 냉난방 시스템 사용 없이 건축물 자체의 단열이나 형태, 방향 등을 활용해 실내온도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존 건축물보다 적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패시브하우스 건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단열이다. 즉 고성능 단열 시스템, 3중 유리창, 열회수환기장치, 외부차양장치 등을 이용해 열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

 

스웨덴의 란덱사에서 만든 제로레이버 로봇이 자동화 공장에서 주택의 벽체 패널을 만 들고 있다.

 

 

또 하나의 미래형 건축 방식은 모듈식 사전 조립 건설이다. 주로 호텔이나 에너지 효율적이고 밀폐된 제품을 생산한다. 영국의 햄프턴 브리스틀 공항 호텔은 프레임, 바닥, 단열, 지붕, 전기설비, 에어컨, 인테리어를 모두 완성한 호텔방을 중국 선전 공장에서 201개 만들어 영국으로 수출했다. 호텔 현장 조립 건설에 걸린 기간은 2주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타인과의 접촉이 불가피한 아파트나 주상복합보다는 여유로운 개인 공간이 확보되고 사생활 보호가 가능한 단독주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 공장에서 자동차와 각종 제품들이 자동화 설비에서 제조돼 나오듯이 주택도 균일한 품질로 제조돼 배달된다면 기존 건축문화가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집 지으면 10년은 늙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온갖 난제가 가득했던 기존 주택 건축 방식에 새로운 모듈러 공장 제작형 주택 건축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호영 기자]매일경제

 

 

It takes just 4 days to assemble this Passive House building enclosure that will last gener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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