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자재 시장 총체적 난국 재연 조짐?

 

   지난봄 한차례 출렁인 바 있는 건설 원자재 시장이 추석 연휴 이후 다시 불안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각종 건자재 가격뿐 아니라 원윳값까지 오르는 데다, 본격적인 가을철 건설 성수기가 시작되면서 건자재 시장이 총체적 난국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사이트코리아 edited by kcontents

 

1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가장 불안한 것은 지난 5월 이미 한차례 홍역을 치른 철근이다. 올해 초만 해도 톤 당 70만원 수준이던 철근은 5월 중순 100만원 수준에 육박하더니 6월에는 130만원대까지 올랐다. 정부가 수급 대책을 발표하며 100만원 대까지 가격을 낮췄으나, 지난달 다시 톤 당 121만원 수준까지 20%가량 상승했다. 주요 철강사의 철근 재고량 역시 13만 톤 대로 한 달 만에 2만 톤가량 가까이 줄었다.

 

 

시멘트와 레미콘도 가격 충격이 현실화됐다. 시멘트의 경우 지난 7년간 동결됐던 가격이 지난 7월부터 5.1% 인상됐다. 여기에 레미콘 가격도 매년 2%대 정도 상승했는데, 올해는 권역에 따라 4.9~7.6%로 ‘역대급’ 상승이 이뤄졌다.

 

건축용 목재 가격도 고공행진 중이다. 대한목재협회의 수입 목재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3월 34만5000원이었던 러시아재의 속칭 ‘다루끼’(3.6m·3.0㎝·3.0㎝ 규격) 기준 가격은 지난 7월 66만원이 되며 무려 두 배 가까이가 됐다. 마포구에서 목재를 다루는 한 건자재상은 “지난봄 목재 대란이라고 했을 때 다루끼 1단(12개)이 1만6000원이었는데 지금은 2만원”이라면서 “신축 목재 건물을 지을 때 부담이 점점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이은 건자재 가격 불안의 원인은 기본적으로 수요가 늘어났음에도 공급은 오히려 줄어든 수급 불균형 때문이다. 더구나 통상 10~11월에는 날씨가 쾌적하고 기온이 적절한 가을철이라 토목·건축 공사가 활발하기 때문에 건자재 수요가 급증하게 된다. 이로 인해 건자재 대란은 앞으로도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자재들 대부분이 초과수요 상태”라고 했다. 그는 “재작년부터 민간택지에도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서 재건축·재개발 등 여러 정비사업이 연기된 것이 지난해 말부터 착공을 시작하면서 건자재 수요가 급증했다”며 “지난여름 비수기 때 가격이 내려간 사이 각종 건자재 증산이 이뤄지리라 예측했는데, 증산이 생각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건설 수요 봇물이 터진 가을 성수기 이후 내년 상반기까지 불안 요인이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철한 연구위원은 “가장 큰 문제는 철근”이라며 “건설 원가 중 철근 비용의 비중이 꽤 큰 편인데, 지난해 이미 선(先)계약한 대형 건설사들은 그나마 리스크 관리가 됐지만, 중간상을 통해 그때그때 거래하는 중견·소형 업체들의 경우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이후 수주한 공사나 공공공사의 경우 계약하고 착공이 이뤄지는 시점에 건자재 가격이 급등해버려 중소 건설사들의 손해가 막심해졌다는 것이다.

 

그는 또 시멘트·레미콘의 경우 향후 골재 채취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면서, 특히 정부가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는 3기 신도시 때문에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사이트코리아 edited by kcontents

 

여기에 급등하고 있는 국제 유가도 직·간접적으로 건자재 대란을 심화할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7일 기준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11월 인도분이 장중 배럴당 79.78달러까지 치솟아 지난 2014년 11월 이래 최고가를 썼고, 같은 날 런던 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북해산 기준유 브렌트유 12월 인도분도 81.08달러로 장을 마감해 3년 만에 81달러 선을 넘었다. 브렌트유의 경우 90달러에 이를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원유는 선물 거래가 보편적이라 건설시장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추세가 이어질 경우 수급·가격 불안 요인을 부채질할 수 있다. 박철한 연구위원은 “유가가 오르면 아스팔트나 창호와 페인트 등의 주요 건자재로 꼽히는 PVC와 나프타의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간접적으로도 전기료 등 전방위적 비용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했다. 그는 다만 지난 2008~2015년 사이 국제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섰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시장이나 정부 차원에서 관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박 연구위원은 “건자재뿐 아니라 인건비까지 총체적으로 상승하면서 건설업계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정부가 철근·시멘트·레미콘 등 주요 건자재의 생산량을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고 생산량 확충을 독려하거나 수입선을 확보해 수입량을 늘려주는 등 적극적인 지원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병훈 기자 조선일보

케이콘텐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