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의 달’ 10월을 다시 맞으며...[방재욱]

 

 

 ‘노벨상의 달’ 10월을 다시 맞으며...

2021.09.29

 

‘노벨상의 달’ 10월을 맞이하며 아직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기초과학 연구 현장에 대한 생각과 함께 매년 10월에 기대해오고 있는 노벨 과학상 수상의 단상(斷想)에 잠겨봅니다.

 

이웃 나라 일본은 2018년 생리의학상(혼조 다스쿠)과 2019년 화학상(요시노 아키라)의 연속 수상으로 1949년 유카와 히데키의 물리학상 첫 수상 이후 24명의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고 있습니다.

 

물리학, 화학, 생물학, 지구과학, 천문학으로 구분되는 기초과학(자연과학)의 5개 영역 중 노벨 과학상 명칭으로 명확하게 언급되고 있는 분야는 물리학(물리학상)과 화학(화학상)이며, 생물학 분야는 생리학과 의학이 연계되어 생리의학상으로 수여되고 있습니다. 지질학과 기상학, 그리고 해양학을 포함하는 지구과학은 노벨상의 시상 분야 명칭에서 빠져 있지만, 지질학의 세부 영역인 지구물리학과 지구화학, 기상학의 세부 영역인 대기역학, 대기화학 그리고 해양학의 세부 영역인 해양물리학 분야의 업적으로 물리학상이나 화학상이 수여되고 있습니다. 천문학 분야는 물리학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노벨상을 받을 만한 업적을 이룬 학자들이 여러 차례 물리학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올해 노벨상 수상자 발표는 10월 4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5일 물리학상, 6일 화학상, 7일 문학상, 8일 평화상, 11일 경제학상 순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忌日)을 기념해 12월 10일 개최하는 수여식은 코로나19 사태 지속으로 올해도 지난해처럼 온라인 화상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지난 23일 글로벌 학술정보기업인 클래리베이트(Clarivate)에서 생리의학, 물리학, 화학, 경제학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 가능성이 높은 ‘2021년 피인용 우수 연구자’ 16명을 선정해 발표했습니다. 노벨상의 족집게로 불리는 클래리베이트는 2002년부터 매년 연구정보 플랫폼인 ‘웹 오브 사이언스’의 문헌과 인용 자료 분석을 통해 생리의학, 물리학, 화학, 경제학 분야에서 전 세계 0.01% 내에 속하는 영향력 있는 연구자들을 노벨상 후보로 선정해 발표해오고 있는데, 지난해까지 선정한 우수 연구자들 376명 중 59명이 노벨상을 수상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올해 선정된 16명의 우수 연구자들은 미국이 9명, 일본이 3명, 프랑스, 이탈리아, 싱가포르가 각각 1명씩이며, 한국인으로 이호왕 고려대 명예교수가 생리의학 부문에 선정된 우수 연구자 5명에 이름을 올려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 교수는 2014년 유룡 카이스트 교수, 2017년 박남규 성균관대 교수, 2018년 로드니 루오프 기초과학연구원 연구단장, 2020년 현택환 서울대 교수에 이어 다섯 번째로 클래리베이트 선정 노벨 과학상 대상 우수 연구자로 선정되었습니다.

 

 

2020년 스위스 국제경영연구원(IMD)의 과학기술 경쟁력 분석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수준과 경쟁력은 각각 3위와 13위로 국가경쟁력 순위 23위보다 더 높은 자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연구개발투자비 비율은 세계 2위이며, 인구 천 명당 연구자 수는 세계 1위이지만 아직 노벨상에 근접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나라의 기초과학 분야는 노벨상위원회나 수상자들이 제시하고 있는 '수상 조건'에 미흡한 부분이 많은 것으로 여겨집니다. 1990년대부터 기초과학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아직도 국내 대부분의 연구 분야가 기초과학이 아닌 응용과학에 편중돼 있어 기초과학 분야나 새로운 연구 분야에 대한 투자가 충분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 과학기술계의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노벨상 과학상 수상에 걸리는 시간은 핵심 논문을 쓰는 데 평균 17.1년, 핵심 논문 발표 후 수상까지 평균 14.1년이 소요돼 노벨상 수상까지는 총 31.2년 정도 걸리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젊은 과학자들이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연구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않으며, 실패에 연연하지 않으며 지속적인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연구비 지원도 미흡한 실정입니다. 젊은 연구자들이 안정된 연구 여건에서 장기적으로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연구에 자유롭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어야 합니다.

 

 

노벨과학상 수상에는 국제협력 네트워크도 중요한데, 우리나라가 국제협력의 주변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여겨져 많이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최근 3년간의 노벨 과학상의 분야별 수상자 수를 살펴보면 2018년 생리의학상과 2020년 화학상 수상자 2명을 제외한 분야 수상은 모두 3인 공동 수상입니다. 그래서 클래리베이트 선정 생리의학상 후보 5명 중 이 교수와 한탄바이러스 발견과 신증후군출혈병(HFRS) 연구를 함께 수행했던 미국 뉴멕시코대 칼 존슨 명예교수도 함께 후보 명단에 올라 있어 이 교수의 수상이 더욱 기대가 됩니다. 현재 93세인 이 교수가 수상자로 최종 선정될 경우 2019년 화학상을 수상한 97세 존 구디너프와 2018년 물리학상을 수상한 96세 아서 애슈킨에 이어 역대 세 번째 고령 수상자로 등록이 될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기초과학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 그리고 남다른 생각으로 발상을 전환하는 교육 풍토 조성을 위해 ‘나는 무엇으로 기억될 것인가?’라는 알프레드 노벨의 이야기를 생각하게 됩니다. 이호왕 교수가 2021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어 노벨 과학상 수상이 우리가 막연하게 바라오던 꿈이 아닌 현실로 열리며, 10월 4일이 우리나라 노벨 과학상 첫 수상의 ‘축제의 날’로 다가오기를 진정으로 기원합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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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방재욱

양정고. 서울대 생물교육과 졸. 한국생물과학협회, 한국유전학회, 한국약용작물학회 회장 역임. 현재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한국과총 대전지역연합회 부회장. 대표 저서 : 수필집 ‘나와 그 사람 이야기’, ‘생명너머 삶의 이야기’, ‘생명의 이해’ 등. bangjw@cnu.ac.kr

 

2006 자유칼럼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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