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엘라 OST [김창식]

 

 

크루엘라 OST

2021.09.14

 

지난봄 개봉한 <크루엘라(Cruella)>는 여러 요소가 조화를 이룬, 짜임새 있는 영화입니다. 코로나 상황으로 어려운 극장가에서 선전하며 200여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디즈니사의 애니메이션 <1001마리 달마시안>의 프리퀄(prequel)인 <크루엘라>는 주인공 에스텔라가 악녀 ‘크루엘라 드 빌’로 거듭나기까지의 유래와 과정을 다루었어요.

 

영화의 성공은 무엇보다 주인공 크루엘라로 나오는 30대 초반의 배우 엠마 스톤(Emma Stone, 1988~)의 연기와 매력에 기댄 것입니다. 어렸을 적 어머니의 피살을 목도한 트라우마가 있고, 본디 제멋대로의 천둥벌거숭이인 데다, 좀도둑질 같은 나쁜 짓만 골라서 하는 캐릭터임에도 좀처럼 미워지지가 않는, 짠하면서도 슬며시 웃음 짓게 만드는 독특한 매력이 있더라니까요.

 

-영화 크루엘라 포스터(네이버)-

 

영화 성공의 또 다른 요인으로 흘러간 팝송들이 여러 곡 삽입돼 있어 보는 이의 향수를 자극한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영화 내용의 흐름, 분위기, 정서와 맞아 떨어져 음악 영화가 아니면서도 요즘 성행하는 ‘부캐(附‧副Character)' 역할을 충실히 해냅니다. 그런 면에서 ‘라떼를 즐겨 마시는’ 아재세대와 요즘 대세인 MZ세대를 아우르는 영화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영화 <크루엘라> OST(Original Sound Track) 중 그 시절(6070) 유행했던 노래 3편을 고릅니다.

 

#퍼햅스 퍼햅스 퍼햅스(Perhaps Perhaps Perhaps)-도리스 데이

처음 ‘귓길’을 사로잡은 노래는 <퍼햅스 퍼햅스 퍼햅스>. 라틴 넘버 <키사스 키사스 키사스>의 영어 버전입니다. 가수는 도리스 데이(Doris Day, 1922~2019). 사실 도리스 데이의 노래는 <케 세라 세라>가 더 유명하지요. 히치콕의 스릴러 <나는 비밀을 알고 있다(The Man Who Knew Too Much, 1956)>의 주제곡이고, 주인공으로 출연해 노래를 부르기도 했어요. 노래는 그해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타기도 했고요. 그런데 가사 내용이 초등생 어린 나이에도 살짝 이상하게 다가왔던 기억이 납니다.

 

“내 나이 아주 어릴 적에/어머니에게 물었어요/어머니는 이렇게 대답했죠/케 세라 세라/뭐든 되긴 될 거야/미래는 우리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이란다.”

 

 

‘뭐든 될 것이라니? 거짓말이라도 어른이 그렇게 말해선 안 되는 거 아냐? 어떻게 자라나는 순진한 새싹들에게 그런 무책임한 말을!’ 나이를 솔찬히 먹은 지금에야 그 말이 정녕 옳은 말로 와 닿지만요

 

#디즈 부츠 아 메이드 포 워킹(These Boots Are Made For Walkin')-낸시 시나트라

크루엘라의 삽입곡 중 가장 강력하면서도 인상적인 노래입니다. 가수는 낸시 시나트라(Nancy Sinatra, 1940~). 주인공 크루엘라 드 빌의 고집스러우면서도 삐딱한 성품을 잘 드러내는 노래이기도 합니다. 박자에 더해 중얼거림 하며 이처럼 세련되고 감성 가득한 노래가 1960년대에 만들어졌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군요. 가사도 도발적입니다. 진실하지 않은 남자친구를 걷어차는 내용이거든요.

 

​"너는 계속 나에게 줄 무언가 있는 것처럼 말하지/근데 넌 진실해야 할 때 계속 거짓말을 하곤 해/이 부츠는 걷기 위해 만들었지/그게 부츠가 할 일이야/며칠 지나 널 밟고 지나갈 거야~." 이 말 다음에 뒤따르는 속내는 “기대해, 두고봐!”

 

오랜만에 낸시 시나트라의 노래를 들으니 ‘당근’ 한 노래가 생각나네요. <써머 와인(Summer Wine)>! 리 헤이즐우드와 듀엣으로 마시는 명품 와인 말이에요. 우리나라의 뚜아에무아, 라나에로스포도 그날 와인 파티에 함께 있었다네요.

 

 

#쉬즈 어 레인보(She's A Rainbow)-롤링스톤스

롤링스톤스(The Rolling Stones, 1962년 결성)가 부른 이 곡은 다크 판타지 같은 영화 분위기를 서정적으로 감싸는 특이한 분위기의 노래입니다. 롤링스톤스는 모든 체급을 통틀어 대중음악사 역대 1위로 손꼽히는 비틀스에 버금가는 록그룹이죠. ‘엄친아’ 비틀스에 비해 '악동‘ 이미지기 강하지만 롤링스톤스의 음악적 업적을 더 높이 평가하는 전문가들도 많습니다. <새티스팩션(Satisfaction)> <페인트 잇 블랙(Paint It Black)> 같은 블루스록 노래는 걸작 중 걸작이죠. 가사는 평범한 편입니다. 그냥 귀엽고 예쁜 사랑찬가예요.

 

​“그녀는 어디서나 휘황찬란하게 나타나지/그리고 머리를 빗을 때면/그녀는 마치 무지개 같아/휘황찬란한 색들과 함께 공중에 나타난다네~.”

 

​롤링스톤스가 블루스록 계열의 노래만 부른 것은 아닙니다. 밝은 톤인 이 노래와 함께 <루비 튜스데이(Ruby Tuesday)> <애즈 티어스 고 바이(As Tears Go By)> 같은 우울하고 서정적인 록발라드도 듣는 이의 마음 깊숙한 현(絃)을 건드리는군요.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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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김창식

경복고, 한국외국어대학 독어과 졸업.수필가, 문화평론가.

<한국산문> <시에> <시에티카> <문학청춘> 심사위원.

흑구문학상, 조경희 수필문학상, 한국수필작가회 문학상 수상.

수필집 <안경점의 그레트헨> <문영음文映音을 사랑했네>

 

2006 자유칼럼그룹

www.freecolum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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