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뒤쳐지는 한국의 노인복지

 

일본보다 더 빨리 늙는 한국..일본보다 10년 늦은 노인주거정책

OECD 17개국이 이미 초고령화.."해외처럼 노인거주 공공예산 늘려야"

 

[편집자주] 44만513명. 지난해 늘어난 65세 인구 숫자다. 한해 사이 의정부시(인구 46만여 명) 한 곳을 채울만큼 노인 인구가 늘었다. 노령인구 증가폭은 계속 커져 2028년에는 한 해 52만8412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인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년 뒤인 2025년엔 20%를 돌파해 국민 다섯 중 한 명은 노인인 사회가 된다. 이들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한 때 청운의 꿈을 품은 젊은이들로 가득했던 고시원은 이제 늘어나는 노인을 수용하는 시설로 바뀌고 있다. 생산과 소비라는 자본주의의 미덕에 열위에 있는 저소득 노인은 1평 나짓 고시원에 사실상 격리돼 하루를 보낸다. 치솟아만 가는 아파트들 사이에서 그림자처럼 낡은 간판을 달고 들어서 있는 '실버 고시원'들이 한국사회의 미래를 경고한다

 

   일용직 노동자와 노숙자들이 밀집한 일본 오사카 가마가사키 지역에는 1995년 공동주택 '코스모 써포티브하우스'가 조성됐다. 정부지원 없이 민간에서 초기비용 약 3000만엔(약 3억1700만원)을 조달했다. 이 곳은 7층 정도 건물에 '쪽방촌' 형태로 입주민이 방을 나눠쓴다. 거주 공간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상담사가 상주하면서 의료지원 프로그램도 지원하는 식이다.

 

 

입주민은 보증금없이 입주할 수 있고 월세는 4만2000엔(한화 약 44만원)이다. 오사카시의 생활보호제도로 1인에게 지원하는 주거비와 동일하다. 또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되기 까지 약 한 달정도 입주금을 유예해주면서 입주 문턱을 낮췄다.

 

설립 목적은 노숙자를 위한 시설이었지만 노인이 사회적 빈곤층이 되면서 코스모 써포티브하우스를 찾는 노년층도 많아졌다. 이 주택에서 지난 10년간 100명 정도가 임종을 맞이했다. 노인들의 남은 생애를 지속하고 마무리할 수 있는, 일종의 영구적 거주 공간의 역할을 하

고 있는 것이다. 연고가 없는 거주자의 경우, 헬퍼, 직원, 거주민들이 같이 장례식을 치러준다.

 

코스모 써포티브하우스가 처음 조성된 1995년 일본의 노인 인구 비율은 14.3%였다. 지금의 한국보다 고령화가 덜 진행된 시기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노인 비율은 15.7%로 2000년 일본과 비슷한 수준이다.

 

한국은 이미 초고령사회(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 이상인 사회)에 들어선 일본보다 더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일본은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가는 데 12년이, 프랑스는 39년이 걸렸지만 우리는 7년이 예상된다. 2045년에는 고령화율이 약 37%에 달해 일본보다 고령화가 심화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급격한 고령화는 심각한 노인 거주 문제로 이어졌다. 800만명에 달하는 노인 인구 가운데 30%는 '내 집' 없이 거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https://www.minnanokaigo.com 일본 전역의 노인 주거시설과 복지시설 등에 대한 정보를 종합적·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가 여러 곳 있다. 민나노카이고(www.minnanokaigo.com) edited by kcontents

 

일본은 10년 전 '서비스형 고령자주택' 시작…설계부터 '배리어프리'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 가운데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나라는 일본과 이탈리아, 프랑스, 스웨덴, 덴마크, 스페인 등 총 17개국이다. 2050년에는 이스라엘을 제외한 OECD 가입국 전부가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고령화가 일찌감치 시작된 일본은 2011년 '고령자 거주 안정 확보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정부가 관리하는 '서비스형 고령자주택'을 만들었다. 당시 일본의 노인 인구 비율은 23.2%로 이미 초고령화사회가 시작된 이후다.

 

 

서비스형 고령자주택은 스스로 생활이 가능한 60세 이상 노인들을 위한 공동주거 시설이다. 실내 구조는 원룸이나 오피스텔과 유사하지만 노인들의 안전 문제를 고려해 배리어 프리(barrier free·무장애) 시설을 설치한 임대주택이다. 예를 들어 출입문은 손힘이 약한 노인을 배려해 슬라이딩도어(미닫이문)를 설치하고 식사, 운동, 취미활동 등은 공동 이용시설에서 영위할 수 있게 했다. 개별 공간에는 침실, 화장실과 간단한 조리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는 단순히 잠잘 곳을 제공할뿐 아니라 사회복지사 등 전문가가 상주하며 안부 확인과 생활 상담을 비롯해 식사, 가사, 건강관리 등 다양한 생활지원서비스를 제공한다. 월 비용은 유형에 따라 5만~40만엔(한화 약 50만~400만원)까지 다양하다.

 

관련 정보에 대한 접근성도 좋은 편이다. 일본 전역의 노인 주거시설과 복지시설 등에 대한 정보를 종합적·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가 여러 곳 있다. 민나노카이고(www.minnanokaigo.com), 마이카이고홈(www.my-kaigo-home.com), 오아시스나비(www.oasisnavi.jp) 등은 인터넷을 통해 제도 소개를 비롯해 각종 주거 및 복지 시설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제공한다.

 

 

이밖에도 일본은 설계부터 배리어 프리 환경을 고려한 노인전용 주택단지도 많다. 이 주택들은 노인들이 각자 방에 살면서 주방이나 거실 등을 함께 공유하는 '셰어하우스' 구조다. 현관, 베란다 등 집 안에 턱이 없어 휄체어를 타고도 불편함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지어졌다.

 

지난 3월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서 어르신들이 장기를 두고 있다. /사진=뉴스1

 

스웨덴이나 독일 등 고령화가 일찍 시작된 국가에서 취약계층 주거 복지를 이룬 예들이 더 있다. 건축공간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공유주거 개념이 처음 시작된 스웨덴은 1980년대부터 치매노인 주거 대안으로 '그룹홈' 정책을 시작했다.

 

 

정부가 보조금을 적극적으로 풀면서 전국적으로 약 2000개 그룹홈이 조성돼 치매노인 1만800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방 4~5개에 공용 거실·주방을 쓰는 집이 여럿 모인 집합주택이다.

 

독일 베를린에는 약 220개 노인전용 사회주택이 있는데 6~8층 정도 건물에 60여명 입주민이 함께 산다. 고령층이 지역 사회에 어울릴 수 있도록 도심 속에 사회주택을 운영한다. 양로서비스나 긴급호출시스템, 공동사용공간도 제공한다.

 

서수정 건축공간연구원 지역재생연구단장은 "고시원에 살거나 노후된 주택가에 사는 고령층은 복지 사각지대에 있다"며 "다양한 계층에 다양한 형태의 고령자가 있기 때문에 타깃을 세밀하게 구분해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노인전용 공공주택 사업이 오래전부터 시작돼 자리 잡은 해외 사례처럼 다양한 형태로 노인 주거 지원 주택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현 기자 naro@mt.co.kr, 이사민 기자 24min@mt.co.kr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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