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래서 집 값이 오른다고 했구나...

 

대출 규제로 주택 수요 전방위적 압박

"결국 실수요와의 전쟁, 집값 더 올릴수도"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신용대출 등을 줄이는 방식으로 주택 수요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집값 안정을 위한 조치이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실수요자의 불안 심리를 자극해 ‘불장’에 기름을 붓는 실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오는 24일부터 11월 30일까지 주택뿐 아니라 토지 등 모든 부동산 담보대출에 대해 신규 접수를 받지 않기로 했다. SC제일은행도 부동산 담보대출 ‘퍼스트홈론’의 운영을 일부 중단했다. 우리은행은 오는 9월까지 전세자금대출 취급을 한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지난 20일 서울 시내 NH농협은행 대출 창구. /연합뉴스

 

시중은행이 잇달아 부동산 관련 대출 중단에 나서는 것은 금융위원회가 은행 단위로 가계대출 상황을 직접 관리하고, 연초 설정한 대출 한도를 넘기지 않도록 바싹 조이고 있기 때문이다. 농협의 경우 ‘연간 증가율 5%’라는 목표치를 설정했는데, 지난 7월 말 기준 7.1%를 기록하면서 이미 넘어섰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8일 “가계부채 관리가 미흡한 일부 은행에 이번 주말까지 관리 대책을 제출하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정부의 대출 규제가 애먼 서민만 잡는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대출 규제가 투자수요보다는 실수요자에게 훨씬 많은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다주택자가 주담대나 전세대출을 받아 추가 주택을 구입하는 것은 원천 차단된 지 오래”라면서 “지금의 주택 관련 대출 대부분은 새로 집을 사거나 전세를 구하는 무주택자가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도 “최근 정부의 부동산 정책 초점이 ‘투기와의 전쟁’에서 ‘실수요와의 전쟁’으로 바뀐 양상”이라면서 “취득세·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 중과 등 세금 규제가 중첩된 상황에서도 ‘패닉바잉’에 나선 실수요자들에 의해 부동산 가격이 연일 고점을 갱신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값은 올해 들어 일곱 달 연속 1% 이상 상승률을 이어가고 있다. 7월까지 누적 상승률은 11.12%로 부동산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역대 최고치다.

 

이에 정부는 실수요자를 달래기 위해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을 진행하는 한편, ‘영끌’ 수단인 신용대출 한도를 연봉보다 적은 금액으로 제한토록 했다. 국내 5대 은행은 최근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를 2.48~4.24%로 지난달(2.34~4.24%)보다 하단은 0.14%포인트(P), 상단은 0.11%P 인상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패닉바잉으로 인한 매수세는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 상황이다. 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 매매수급지수는 128.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울수록 공급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고 200에 가까울수록 수요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출 중단’이라는 극약 처방에까지 이른 것이다.

 

 

신규 매매·전세를 고려하던 수요자들은 당장 패닉에 빠졌다. 내년 1월 결혼을 앞두고 있는 장모(34)씨는 “지난 주말에 보고 온 집을 매수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주담대를 막는다고 하니 당장 계약서 쓰고 은행에 신청서부터 넣는게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셋집을 구하는 20대 김모씨도 “전세대출을 막아버리면 우리같은 사람들은 월세나 살라는 의미가 아니냐”면서 “최대한 빨리 이사할 집을 찾아야 할 것 같은데, 요즘 전세 매물도 찾기 힘들어 걱정”이라고 했다.

 

부동산 닮아가는 대출 '규제의 역설' - 헤럴드경제 edited by kcontents

 

전문가들은 일부 은행의 주담대 중단으로 인해 대출 수요가 몰리면서 ‘연쇄 중단’ 사태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각 은행이 연초 설정한 대출 증액 한도는 몇% 정도 밖에 안되는데, 집값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20%는 넘게 올라버려 초과 대출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서 “이런 시점에서 불안 심리로 대출 수요가 집중되면 다른 은행 대출도 곧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대출 받기가 계속 까다로워 지는데 더해, 앞으로 금리가 최소 두번 정도는 인상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신규 구매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이런 규제가 장기적으로는 집값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겠지만, 일시적으로 집중 매수가 일어나며 단기 상승을 유도하는 양면성도 있다”고 말했다.

 

고 교수도 “집값 안정을 목표로 했다면 너무나 근시안적인 대책”이라면서 “여기에 더해 전세대출 규제로 주거 불안을 느낀 임차인까지 매매 시장에 유입되면서 또다시 폭등장이 재현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최상현 기자 조선비즈

 

"대출규제로 집값 하락 가능성 낮아…월세 가속화 우려"

 

대출규제 강화 관련 전문가들 평가

"실수요층 피해 없도록 세심한 관리 필요"

 

 

   정부가 가계부채 총량 관리를 위한 고강도 대출규제에 나서면서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주택 관련 대출을 조이면 수요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지만, 이미 실수요자로 재편된 시장에선 양질의 신규 공급이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가격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이보다는 전세의 월세화를 부추겨 서민층의 주거비 부담이 늘어나고, 주택 구입에 대출 의존도가 높은 30~40대 무주택자의 반발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제공=뉴스1

 

전세→월세 가속화, 무주택자 내집마련 문턱 높아질 것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원장은 "신규 전세 대출을 줄이면 보증금 인상이 어려워져 전셋값 상승률이 둔화되는 것처럼 보이는 효과가 있으나 세입자가 보증금 인상분을 월세로 부담하는 이른바 '반전세'로 전환되는 사례가 증가할 것"이라며 "이사철을 앞두고 전셋값이 더 오를 가능성을 고려한 정책이지만 결과적으로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을 늘리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은행이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하는 정책에 대해선 "이자상환 능력이 있는 30~40대 수요자의 불만이 커질 수 있다"며 "실수요층의 내집마련을 적극 지원한다는 정부 정책 방향에도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현재 주택담보대출 제한은 농협 등 일부 은행에 한정된 선제적 조치로 너무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며 "다만 금융권 전반으로 확대되면 여윳돈이 부족한 무주택자의 내집마련 문턱은 높아진다는 우려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대출규제 강화 집값하락 이어질 가능성 낮아…도심 등 선호지역 공급 시그널 우선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가계대출 총량을 줄인다고 지금껏 오른 주택가격이 떨어진다는 생각은 시장을 너무 단편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라며 "지금의 가격 상승세는 공급부족에 따른 수요자들의 심리 불안이 문제인데 이걸 대출을 조여 해결해보겠다는 접근은 우려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계대출 부실화를 막기 위해선 부동산 관련 대출을 인위적으로 억제하는 것보다 차주 개인의 신용등급과 상환능력을 제대로 검증하는 게 원칙이지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준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며 "이보다는 수요자들이 원하는 입지에 공급이 원활히 될 수 있다는 정책 방향을 제시해서 심리적 안정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는 "대출 규제가 예고 없이 갑자기 이뤄진 측면이 있어 이사가 얼마남지 않거나 신규 전세 계약을 준비 중인 수요자들은 피해가 우려된다"며 "무주택자와 이사를 고려 중인 1주택자는 피해가 가지 않도록 규제 대상을 선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출규제와 금리인상이 기본적으로 집값에 하방 압력을 주지만, 지금처럼 공급부족 우려가 크고 단기간 집값이 급등해 예전처럼 전세를 살면서 내집마련이 어려워진 상황에선 가격 지표에도 직접 영향을 주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늦었지만 대출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자금 대출은 수요자들의 적정 이자상환 능력 이상의 주택을 임차할 수 있게 지원함과 동시에 집주인에겐 손쉬운 자금조달처로 활용해 지속적인 가격 상승을 부추긴 측면도 분명히 있다"며 "시장 정상화 차원에서 언젠가는 해야할 조치였다고 본다"고 말했다.

유엄식 기자 머니투데이

케이콘텐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