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나는 "아니면 말고", "내가 언제?"[추천시글]

 

넘쳐나는 "아니면 말고", "내가 언제?"

2021.08.17

 

광복절 아침, 태극기를 걸다가 ‘의식의 흐름’이 ‘렉서스 최’를 불러냈습니다. ‘렉서스 최’는 열린민주당 대표이자 의원인 최강욱의 언행을 비웃는 사람들이 그에게 붙여준 별명입니다.​

 

최강욱에 이 별명이 붙은 것은 그가 작년 4월 21대 총선에 출마하면서 “한국보다 일본의 이익에 편승하는 무리를 척결하는 것, 그것이 제가 선거에 임하며 다짐하는 최고의 목표”라고 강력한 ‘반일’을 외치면서도 자동차는 일본을 대표하는 ‘렉서스’를 골라 타고 다녔기 때문입니다. ‘토착왜구’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일본상품 불매운동에 반대하는 등 일본 편을 드는 듯한 사람을 경멸하고 조롱하며 국민을 또 다른 이분법으로 나눈 장본인이면서도 자동차는 일제를 타고 다녔던 ‘렉서스 최’! 그의 이중성을 광복절 아침에 떠올린 사람은 나 말고도 더 있었지 싶습니다.​

 

 

내 ‘의식의 흐름’에 ‘렉서스 최’가 잠깐 있더니 곧바로 더불어민주당 의원 안민석이 그를 밀어냈습니다. 안민석은 윤지오라는 배우를 캐나다에서 모시고 와 “장자연 사건 리스트를 봤다. 모모 언론사 사주 등 대단한 인물들이 있었다”라는 국회 증언을 시켰던 인물입니다. 하지만 오래되지 않아 윤지오의 그 증언에 숱한 허점이 드러나고, 윤지오는 증언의 대가로 큰돈을 챙겨 캐나다로 도피한 후 다시 나타나지 않는 바람에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샀습니다.

 

최강욱은 나중에 차를 팔아버린 모양입니다만 “그렇게 반일 반일 하면서 자동차는 왜 일제 렉서스를 타고 다니느냐”는 질문에는 아무 대답 안 하고 있습니다. 안민석도 윤지오에 대해서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윤지오의 행각과 자기는 깊은 상관이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안민석은 과거에 최서원(최순실)이 “독일에 4조 원을 감췄다. 내가 독일 가서 그 돈 찾아오겠다”라고도 했는데, 몇 년이 지나도록 4조 원은커녕 400만 원이라도 찾았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됐냐고 물으면 대답이라고 하는 것이 말을 더듬는 사람을 연상시킵니다.​

 

 

광복절 아침, 최강욱에 대한 기억이 안민석을 불러낸 것은 둘 다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공통점 때문일 겁니다. 이런 사람들은 몇 번을 물어도 대답은 하지 않고 또 다른 헛소리를 합니다. 자신들의 말 때문에 피해가 생겨도 절대 사과하지 않습니다. 이런 사람들 이상으로 남을 답답하게 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의혹을 시원히 풀어주겠다면서 이런저런 말을 내뱉지만 오히려 의혹을 더 키우는 사람, 따지고 물으면 내가 언제 그랬냐며 딴청 부리는 사람들입니다. 한국 사회의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가고 분노 게이지가 올라가는 데는 이런 사람들의 이런 언행이 큰 기여를 하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대법원장 김명수도 그런 사람이고, 법무부 장관을 했던 조국과 추미애, 광복회장이라는 김원웅도 묻는 말에 다른 말로 대답, 사람들 열받게 하는 데 남못지 않은 능력을 보여줬습니다.

 

​“이재명도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 겁니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유력하다는 경기도지사 이재명 말입니다. 그럴 만한 게, ‘뉴스버스(newsverse.kr)'라는 매체가 얼마 전 '이재명 검증'이라는 시리즈에서 다룬 “이재명 이름 알린 ‘독도 소송’”이라는 기사를 한번 보세요. '독도 소송'은 지난 2009년 8월 '안티 이명박 카페(현재는 윤석열 응징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운영진이 서울중앙지법에 요미우리신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및 정정보도 소송입니다. 뉴스버스는 이 기사에서 “원고 측 변호인으로 독도 소송에 참여했던 이재명이 성남시장 출마를 이유로 변론 중단 의사를 밝혔다가, 소송에 언론 관심이 쏠리자 변호를 계속하면서 다른 변호사가 작성한 준비서면을 대부분 그대로 차용해 본인 이름으로 제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남의 밥상에 숟가락 올리기'가 아니라, '남의 숟가락을 빼앗아 그 사람 밥 퍼먹기'를 했다는 겁니다.

 

​뉴스버스는 이재명이 성남시장이 되고, 경기도지사가 되고, 마침내 여당의 유력한 대선주자가 된 것은 이 소송을 이런 식으로 활용한 덕도 있다고 주장한 겁니다. 이 정도로 '얼굴 팔릴' 문제 제기라면 보통은 매우 엄중히 대응하고 나설 겁니다. 가만있으면 사실로 굳어지니까 서둘러 대응해야 하는 겁니다. “사실이 아니니 정정보도를 하지 않으면 명예훼손으로 고발, 회사 문을 닫도록 하겠다”라는 정도로 나서야 하는 겁니다. 하지만 이재명 측이 뉴스버스의 의혹 제기에 대응했다는 후속 보도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뉴스버스는 ‘이재명 검증’ 시리즈에서 “(이재명이 주장하는) 철거민 집단폭행 사건의 진실…집단폭행 아니었다. 소송의뢰자였던 철거민 1명과의 몸싸움이었을 뿐”이라는 기사도 냈고, “이재명의 잦은 고소 고발…법을 ‘입막음 도구’ 삼았나. 이재명, 해당 시의원 명예훼손 고소했다가 당선 후 취하”라는 기사도 냈습니다. 이 기사 모두 사실이라면 이재명은 대선 후보는커녕 시의원 자격도 없는 사람이고, 거짓이라면 뉴스버스는 근거 없는 인신공격을 하고 있는 것이 됩니다. 그럼에도 이재명이 이 기사들에 반박으로 대답했다는 보도는 없었습니다.

 

이재명이 대답하지 않는 것은 최강욱, 안민석 들의 대답회피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대통령을 하겠다고 나선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겠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나라와 국민에게 무슨 짓을 할지 누가 알겠습니까?​ 예전부터 그런 조짐을 봤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과거에도 국민적 질문에 대답을 피한 사람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그들은 대답하지 않는 대신 자리에서 물러났거나, 정치에서 은퇴했습니다. 책임을 진 거지요.​

 

 

지금 여권에는 대답하지 않는 사람이 한둘이 아닙니다. 그중에는 대통령도 들어갑니다. 대통령이 코로나가 곧 종식될 거다, 우리는 긴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다고 말한 게 몇 번입니까. 그럼에도 한국은 OECD 국가 중 백신 접종률이 맨 꼴찌이고, 백신 도입은 자꾸 늦어지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그동안 거짓말을 해왔고, 국민에게 희망고문을 자행해왔습니다. 왜 그랬냐고 물어도 대답이 없습니다. 아니, 그래도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형편이 낫다는 등 괴이한 답변만 하고 있습니다. 이런 나라, 이런 지도자를 모시고 있으니 이렇게 산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고 보니 작년 12월 자기 지역구에 "코로나19 백신, 4400만 명 접종 물량 확보"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내걸었던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민정도 지금 "아니면 말고"나 "내가 언제?"를 번갈아 중얼거리고 있지나 않나 궁금합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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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숭호

1978년 한국일보 입사, 사회부 경제부 기자와 여러 부서의 부장, 부국장을 지냈다. 코스카저널 논설주간, 뉴시스 논설고문, 신문윤리위원회 전문위원 등 역임. 매주 목요일 이투데이에 '금주의 키워드' 집필 중. 저서: '목사가 미웠다'(2003년), '트루먼, 진실한 대통령 진정한 리더십'(2015년)

 

2006 자유칼럼그룹

www.freecolum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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