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에 숨은 문재인 대통령 [추천시글]

 

세월호에 숨은 문재인 대통령

2021.08.12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고질이나 숙환처럼 국민을 계속 고통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어린 학생들을 포함해 죄 없는 승객이 304명이나 사망·실종된 비극을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이런 대형 참사는 원인 규명과 그에 맞는 처벌, 적절한 재발 방지책 수립을 통해 겨우 극복될 수 있습니다. 그 과정이 모두 정당하고 국민의 상식과 법감정에 합치돼야만 우리 사회는 비극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얻게 됩니다.

 

그동안의 조사와 수사를 되짚어 봅니다. 검경합동수사본부는 2014년 10월 세월호의 침몰 원인에 대해 ▷화물 과적, 고박(固縛) 불량 ▷무리한 선체 증축 ▷조타수의 운전 미숙 등이라고 발표했습니다. 2015년 1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1기 특조위)가 출범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새누리당의 반대로 수사권·기소권이 없던 특조위는 2016년 6월 활동을 종료했습니다.

 

 

해양수산부가 2015년 4월 22일 선체 인양을 공식 발표한 데 이어 참사 1,091일 만인 2017년 4월 11일 선체의 육상 거치가 마무리된 뒤에는 미수습자 9명을 찾는 수습·수색과 사고 진상 규명이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5명의 유해는 끝내 수습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2017년 3월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가 출범해 7월에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선조위가 1년 4개월간의 활동을 마무리하고 2018년 8월 6일 공개한 종합보고서는 선체의 무리한 증개축 등 내인설(內因說)과, 잠수함 등 외부 충격의 영향으로 침몰했다는 외력설(外力說)로 사고 원인이 엇갈렸습니다. 선조위는 활동을 종료하면서 추가 조사가 필요한 부분 등을 2018년 3월 출범한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4·16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에 넘겼습니다.

 

​이어 검찰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이 2019년 11월 11일 공식 출범해 재수사를 벌였습니다. 사참위는 이에 앞서 10월 31일 ‘세월호 참사 구조수색 적정성 조사내용’ 중간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대다수 승객에 대한 구조수색 및 발견, 후속 조치 지연 등 전반적 문제점이 확인됐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특히 2014년 6월 22일 세월호 DVR(CCTV 저장장치)가 수거되기 이전에 해군과 해경이 DVR를 바꿔치기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64대의 CCTV 영상이 저장된 DVR는 참사 발생 직전 녹화가 멈춘 것으로 드러나 누군가 이 DVR를 몰래 수거해 가짜와 바꿔치기하고, DVR에 저장된 CCTV 데이터도 조작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검찰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특수단)이 발족돼 수사했지만 특수단은 올해 1월 19일 그간 쏟아진 의혹 대부분을 무혐의 처리했습니다. 단장인 임관혁 서울고검 검사는 유가족과 사참위 등이 제기한 의혹을 17가지로 분류해 수사한 끝에 앞서 기소한 두 사건을 제외한 15가지 의혹을 무혐의 처분하거나 특검에 인계했습니다. 임 단장은 특히 “유가족이 볼 때는 결과에 미치지 못해 실망하리라 생각한다”면서도 “법률가로서, 검사로서 되지 않는 사건을 억지로 만들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도 올해 5월 13일 세월호 특검이 시작됐습니다. 90일간의 수사 끝에 특검도 지난 10일 여러 의혹이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결론 냈습니다. 이현주 특검팀은 DVR와 관련된 정부 대응의 적정성도 수사했지만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특검팀은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없어 공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부디 이번 수사로 관련 의혹이 해소됐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의혹이나 갈등 해소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이현주 특검을 임명하면서 “세월호 참사는 피해자와 유가족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 큰 상처와 한을 남긴 사건으로,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의혹이 남아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진상 규명을 당부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예상대로 아무 반응이 없습니다. 청와대는 “특검의 수사 결과를 존중한다”면서도 “진상 규명 과제는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서 후속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꼬리를 이어갔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특검팀의 불기소 결정에 대해 "조작 의혹이 없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친여(親與) 성향 인사가 주도한 특검 발표에도 이처럼 논란은 종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검찰 수사, 국회의 국정조사, 감사원의 감사원 감사, 해양안전심판원 조사, 선체조사위 조사,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 조사, 검찰 특수단 수사, 그리고 이번 특검까지 7년 동안 8개 기관·기구가 아홉 번 조사와 수사를 했습니다. 그런데도 끝이 아닙니다. 이쯤 되면 문재인 정권이 세월호사건을 정치적으로 우려먹는다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던 날 문 대통령은 세월호 현장을 찾아 방명록에 “고맙다”고 썼습니다. 이해가 안 되는 말입니다. 문 대통령은 세월호 구조 실패 혐의로 기소된 전·현직 해경 지휘부 10명이 1심 재판에서 무죄를 받자 “유족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진상 규명이 좀 더 속 시원하게 안 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말도 했습니다.

 

​김영환 전 국민의힘 의원은 11일 “문재인 대통령은 세월호에서 빠져나올 때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아직 세월호에서 빠져나오지 않은 마지막 한 사람은 문 대통령”이라며 “’되지 않는 사건을 억지로 만들 수는 없다’고 한 검찰 특별수사단의 수사 결과 발표가 진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언제까지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할 건가요? 민주당이 작년 12월 종료 예정이던 사참위 활동 기간을 2022년 6월까지 연장했으니 그때까지는 이 논란과 의혹놀음이 계속될 것입니다. 세월호라면 이제 국민들이 넌덜머리가 나게 만들고도 자신들의 정치적 이득만 꾀하고 있으니 영악한 걸 넘어 간교하고 사악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김 전 의원은 “만일 드루킹 수사가 아홉 번에 걸쳐 세월호 수사의 강도와 의지를 가지고 진행됐더라면 문 대통령이 과연 온전할 수 있었을까”라고도 했습니다. 그 말이 다 맞다고 생각합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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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임철순(任喆淳)

한국일보 편집국장 주필, 이투데이 이사 겸 주필 역임. 현재 미디어SR 주필, 한국언론문화포럼 회장. 한국기자상 삼성언론상 등 수상. 저서 ‘한국의 맹자 언론가 이율곡’, ‘손들지 않는 기자들’, ‘노래도 늙는구나’, ‘내가 지키는 글쓰기 원칙’(공저) 등.

 

2006 자유칼럼그룹

www.freecolum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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