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내세웠지만...새똥광 돼버린 태양광

 

새만금방조제  수상태양광

새 배설물부터 난관

 

가로 30m, 세로 20m 크기의 태양광 패널은 온통 흰색 물감을 뿌린 듯했다. 지난 3일 오후 전북 군산시 새만금 방조제. 약 240장 수상 태양광 패널이 깔린 새만금호(湖) 안에서 인부 8명이 살수 장비로 패널을 청소하고 있었다. 감색 태양광 패널은 갈매기·오리·가마우지 등 온갖 새들이 싸놓은 분비물로 범벅이 돼 있었다. 패널을 물로 씻어내자 이번엔 새똥에 부식된 듯한 자국이 드러났다. 청소를 마친 뒤 5시간 정도 지나자 패널은 다시 새똥으로 얼룩졌다. 이곳 주민은 “새똥 때문에 패널을 매일같이 청소해야 할 판”이라고 했다.

 

(빛바랜 태양광… 새들의 휴식처이자 화장실로 - 지난 5일 오후 전북 군산시 비응도동 새만금호에 설치된 수상 태양광 패널이 새똥으로 얼룩져 있다. 갈매기·가마우지 같은 새들이 앉기 좋아하는 패널 가장자리 쪽에는 새똥이 더 수북이 쌓였다. 새똥은 잘 씻기지도 않고 패널을 손상시켜 발전 효율을 떨어트린다. 정부는 새만금 일대에 2025년까지 2100㎿(메가와트)에 이르는 세계 최대 규모 수상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할 계획이다. 그런데 본 공사 착수 이전에 시범 설치한 태양광 패널이 새똥으로 뒤덮이는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김영근 기자)

 

 

새만금 태양광 사업에 ‘새똥’이 복병으로 등장했다. 정부는 내년까지 새만금호에 300㎿(메가와트·1㎿는 1000㎾)급 발전소를 우선 세우고, 2025년까지 순차적으로 총 2100㎿급 수상 태양광을 설치할 계획이다. 세계 최대 규모다. 공사가 모두 끝나면 새만금호 전체 면적의 약 7%인 28㎢에 520만장 넘는 태양광 패널과 부력체, 전기설비 등이 깔리게 된다. 그런데 본공사 이전에 태양광 패널을 시범 설치했더니 새똥이 수북이 쌓이는 현상이 관찰된 것이다.

 

정부 조사에 따르면 새만금 일대에는 매년 수만~수십만 마리 철새가 날아든다. 태양광 패널은 새들에게 좋은 쉼터다. 수백만장 패널이 새똥으로 뒤덮이는 사태가 올 수 있는 것이다. 주한규 서울대 교수는 “태양광은 연 평균 이용률이 15% 정도로 낮은 편이고, 패널이 오염되면 발전량도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새만금호에선 올 3월부터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주도로 수상 태양광에 대한 각종 연구가 진행 중이다. 현재 새만금호에 깔린 수상 태양광 패널 역시 이 연구의 일환으로 설치와 해체, 재설치를 반복 중이다. 군산~변산 방향의 새만금 4호 방조제 구간(11.4㎞)엔 수상 태양광 시범 발전 설비가 2개 설치돼 있다.

 

 

한 주민은 “인부들이 새똥을 치우던 발전설비 1기는 다시 설치한 지 사흘 만에 다시 새똥으로 그득 찼다”고 했다. 이곳에서 약 3㎞ 남쪽에 설치된 4기의 태양광 패널도 언제 청소했는지 가늠조차 안 될 정도로 새똥으로 하얗게 뒤덮여 있었다. 종일 갈매기, 가마우지 같은 새들이 날아들어 패널을 쉼터 삼아 머물다 갔다.

 

(지난 5일 전북 군산시 비응도동 새만금방조제. 수상태양광 패널이 온통 새똥으로 범벅이 됐다./김영근 기자)

정부는 새만금 수상 태양광 사업을 추진하면서 “패널은 빗물에 충분히 씻겨 내린다. 별도 세척은 필요 없다”고 했다. 패널을 설치한 뒤 가만히 둬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태양광 패널을 화학물질이 든 세정제로 씻어내면 수질이 오염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빗물이 아닌 지하수나 수돗물로 세척하면 그럴 일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막상 시범 사업을 해보니 예상과는 딴판인 결과가 나온 것이다.

 

 

세척제로 새똥을 씻어내려 해도 난관이 있다. 외국 연구 결과에 따르면 태양광 패널 전면 유리에는 ‘빛 반사 방지 코팅’(ARC·Anti Reflection Coating) 처리를 해야 하는데, 세척액을 잘못 사용할 경우 코팅이 벗겨지고 화학물질 세정제로 인한 수질 오염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청소를 아예 하지 않을 수는 없다. 발전 효율이 떨어지는 데다 조류 배설물에 포함된 강한 산성 물질은 패널을 부식시키고, 성능을 떨어트리기 때문이다.

 

올해 약 60만MW 규모 수상 태양광을 설치한 싱가포르태양광연구소 측은 “새똥 등에 의해 패널에 음영이 생겨 햇빛을 고르게 받지 못하면 열과 과부하로 인한 ‘핫 스폿’ 현상이 생긴다”고 했다. 무엇보다 새만금에 깔릴 수백만장 패널을 주기적으로 청소하는 것 자체가 큰일이라는 말도 나온다.

 

(새똥 청소했지만, 다시 하얗게 뒤덮인 패널 - 지난 3일 오후 전북 군산시 새만금 4호 방조제 구간에 설치된 수상태양광 패널을 인부들이 청소하고 있다. 인부들이 물로 패널에 달라붙은 새똥을 씻어냈지만 닷새 후인 8일 오후 이 패널은 다시 새똥으로 하얗게 뒤덮였다. /박상현 기자·독자 제공)

 

 

일부 외국에선 ‘새똥 방지를 위해서 새를 쫓아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새들에게 레이저 광선을 쏘거나, 굉음을 울려 태양광 패널에 새가 모이는 것을 막고, 패널 상단부에 와이어를 설치해 새가 앉지 못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새들이 싫어하는 초음파를 이용하거나, 허수아비처럼 ‘시각 공포 장치’ 설치를 대안으로 내놓는 외국 연구기관도 있다.

 

하지만 친환경을 표방하는 태양광 발전을 추진하면서 수만~수십만 마리 새를 인위적인 방식으로 흩어버리고, 새들이 안정적으로 쉬는 것을 방해하거나 피해를 줄 수 있는 수단을 쓰는 것이 적절한지 논란이 있다. 결국 새만금에 설치될 거대한 수상 태양광 단지는 애초에 의도한 태양광 발전을 하면서도 새들과의 공존을 이뤄낼 수 있는지가 관건으로 떠오른 셈이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새만금 수상 태양광 사업을 주관하는 새만금개발청에 “새 분비물 문제 등에 대한 대책이 수립돼 있느냐”고 질의했지만 8일 현재까지 답변을 듣지 못했다.

박상현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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