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재판 연기, 곤란하다 [추천시글]

 


코로나로 재판 연기, 곤란하다
2021.07.21

지난 7월 12일부터 2주 동안 수도권에서는 코로나 돌림병 확산을 막기 위해 4단계로 방역 수준을 높였습니다. 먼저 2주 동안 시행해 보고 연장할지를 정한다고 합니다. 코로나 돌림병 상황은, 확진율, 치명률, 의료진과 의료 시설의 수용 능력과 같은 수많은 요소로 판단할 수 있을 겁니다. 확진자 수는 검사자 수에 따라 달라지는 종속변수입니다. 검사자 수가 많아지면 확진자 수는 많아집니다. 주로 확진자 발생 숫자만으로 단계를 결정하는 방역 기관의 태도를 보면 통제는 계속 연장될 듯한 조짐이 보입니다. 불길합니다.

​4단계 조치에서도 여러 가지 말이 나옵니다. 6시 이후에는 2명까지만 모일 수 있고, 10시 이후에는 문을 닫아야 합니다. 노래방에서 빠른 노래를 금하고, 운동 시설에서 속도가 빠른 운동기구를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합니다. 코로나가 시간, 사람, 장소, 교통수단까지 구분하느냐는 쓴 우스개가 많았습니다. 이젠 숨 쉬는 속도까지 통제하려고 하느냐는 원망도 나왔습니다. 이런 규제가 외신에 소개되어 우리 국민 낯을 뜨겁게 합니다.

 



​방역은 사람끼리 접촉량을 줄여서 돌림병이 퍼지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 가장 기본 방침일 것입니다. 총접촉량을 줄이겠다고 방향을 정했으면, 업종 사이의 균형을 배려해야 합니다. 시간을 기준으로 규제하면 규제 시간에 해당하는 업종은 아예 문을 열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10시까지로 영업시간을 제한하면 10시 이후에 문을 여는 업종은 아예 문을 열 수 없습니다. 반면에 식사가 위주인 업종은 시간제한에 영향을 별로 받지 않습니다. 접촉량을 반으로 줄이겠다는 의도라면 업종별로 영업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가야 이치에 맞습니다. 즉 생맥주집이나 포장마차와 같이 밤 8시부터 다음 날 2시까지 영업해온 업종은 반으로 줄여 밤 11시까지는 문을 열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죠. 대신에 밥집은 저녁 7시까지로 제한하고요. 이런 식이어야죠.

​이번에 4단계로 올리고 나서 대법원은 수도권 법원에서 재판을 연기할 것을 권했습니다. 작년에도 코로나 상황 때문에 재판이 상당히 뒤로 밀렸습니다.

​재판은 옳고 그름을 따지는 과정입니다. 소송이 걸리면 당사자는 끝날 때까지 마음 부담이 큽니다. 재판 날짜가 잡히면 며칠 전부터 잠을 설치기 쉽습니다. 재판 날짜가 뒤로 미뤄지면 그만큼 마음 부담이 커집니다. 이번 대법원의 권장으로 변론일자가 한두 달 뒤로 밀리는 것 같습니다.

 



​정말 날짜까지 뒤로 미뤄야 할 정도로 재판 진행이 코로나 전염에 영향을 많이 줄까요? 법원에 가보면 정문 출입부터 체온 재기, 입가리개(마스크) 끼기 등 방역이 철저합니다. 법정에 들어서면 떨어져 앉도록 빈자리를 두었습니다. 판사석과 당사자와 방청석 사이에는 차단막도 설치돼 있습니다. 이런 정도로 관리한 덕분인지 법정에서 감염자가 나왔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사람이 몰리는 지하철이나 버스에서도 감염됐다는 기사를 읽지 못했는데, 대중교통보다 훨씬 안전하게 관리하는 법원에서 전염되는 일이 생기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분쟁에 휘말린 사람은 참 힘듭니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우리는 삶에 필요한 일은 해야 합니다. 재판도 멈출 수 없는 필수 일상입니다. 더구나 헌법 27조③항에는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권리입니다. 코로나로 신속하게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당하지 않길 기대합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자유칼럼의 글은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필자의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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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고영회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진주고(1977), 서울대 건축학과(1981)와 박사과정을 수료(2003)했으며, 변리사와 기술사 자격(건축시공, 건축기계설비)가 있습니다.
대한변리사회 회장, 대한기술사회 회장, 과실연 공동대표, 서울중앙지법 민사조정위원을 지냈고, 지금은 서울중앙지검 형사조정위원과 검찰시민위원,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법원 감정인입니다. 현재 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와 ㈜성건엔지니어링 대표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mymail@patinfo.com

2006 자유칼럼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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