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안 떨어집니다, 더 오릅니다"

 

"각자도생(各自圖生)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사진)에게 '올해 하반기 부동산 전망과 적절한 내 집 마련 시기'에 관해 묻자 되돌아온 답이다. 부동산 가격이 오를 만큼 올라 언제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주택 공급 물량이 부족하고 정부의 각종 규제로 하락 가능성이 낮은 만큼 실수요 장기 거주 목적이라면 지금 집을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는 이야기다.

 

"개인적으로는 집값 하락기까지 기다리는 게 낫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상황은 그때까지 기다리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세입자라면 계약갱신청구권이 만료된 후 다시 집을 구해야 하는데 지역에 따라서는 전세 가격이 거의 2배가 올라갑니다. 그런 경우라면 차라리 집을 사는 편이 낫습니다. 물론 지금 사기에는 많이 부담스러운 가격이지만, 어차피 10년 이상 거주하며 장기 보유하면 결국 올라가거든요. 집값은 사고팔 때 문제가 되는 거지, 계속 산다면 전세로 쫓겨 다니는 삶보다 좋을 수 있습니다."

 

사실 집값 폭등은 전 세계적 현상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 11억4283만 원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에 따르면 6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11억4283만 원이다. 지난해 12월(10억4299만 원)보다 9984만 원 올랐다. 지난해 6월(9억2509억 원)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1년 동안 서울 아파트값 평균 상승액은 2억1774만 원으로, 지난해 '패닉 바잉' '영끌'로 집을 마련한 사람은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선택을 한 셈이 됐다. 도대체 대한민국 부동산 가격은 언제까지 오를까. 자타공인 부동산 전문가인 심교언 교수에게 물었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이 1년 동안 2억 원 넘게 올랐다. 그럼에도 더 오를까.

"사실 서울 집값은 언제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아파트 기준으로 70~80% 올랐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이라도 정부가 양도소득세 같은 것만 완화해도 시장에 물량이 많이 나올 테고, 가격 조정이 이뤄질 거다. 또 거시경제 측면에서 봤을 때 코스피와 나스닥, S&P500지수가 지금처럼 계속해 최고치를 경신하는 것도 정상적 모습은 아니기에 한 번은 세게 하방 압력이 가해지리라 예상한다.

 

그럼에도 하락보다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은 임대차 2법 때문이다. 지난해 7월부터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가 시행되면서 당시까지 비교적 안정적이던 전세시장이 폭등세로 돌아섰고 집값마저 다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그 여파가 어느 정도였느냐면, 5년가량 집값이 빠지던 지역들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계약갱신청구권제가 내년 여름은 돼야 한 번 다 돌기 때문에 그 전까지는 집값이 오르면 올랐지 빠질 여지가 없다. 그 대신 지금 올라도 너무 오른 상황이라 과거처럼 폭발적 상승이 일어나지는 않을 거라고 본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유동성이 풍부해졌다고 하나, 보통 사람의 경우 소득이 증가하지 않았다. 재산이 2배로 늘지 않았는데 집값은 이렇게 2배가 되는 것이 정상인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돈을 많이 푼 것은 전 세계 공통 현상이다. 유동성이 풍부해지면 집값, 주가, 원자재 가격 등은 오르게 마련이다. 따라서 실질소득이 오르지 않은 일반인은 앞으로 집을 사기가 상당히 어려울 거다.

 

우리 사회 한편에는 막대한 현금을 갖게 된 신흥 갑부도 많다. 지난해만 해도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준 대기업이 많은데 그 금액이 어마어마하다. 수십억 원을 받은 사람도 있다. 기업 실적이 좋아지면서 그 수익을 나눈 회사도 많다.

 

지금 서울 강남 아파트는 이런 사람들이 현금으로 산다고 보면 된다. 문제는 강남 아파트값이 계속 오르도록 둘 것이냐다. 강남이 오르면 '노도강'(노원구·도봉구·강북구)이나 '금관구'(금천구·관악구·구로구)도 5%는 올라야 하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하게 돼 계속 집값이 따라 올라가는 현상이 생긴다."

 

 

‘패닉 바잉' '영끌'도 그런 현실에서 나온 선택이다.

"강남을 시작으로 연쇄적으로 집값이 오르고 패닉 바잉까지 나오게 된 데는 이번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 부동산 가격 폭등은 정부가 투기꾼을 잡겠다며 '집을 한 채만 가지라'고 사인을 낸 데서 비롯됐다. 그렇게 되면 '똘똘한 한 채'여야 하니 지방 사람들까지 서울에 집을 사는 상황이 생긴다. 실제로 지난해와 지지난해 강남이나 마용성(마포구·용산구·성동구)에 집을 마련한 이 중 3분의 1이 지방 사람이다. 정부 정책에 따르면서 투자하려면 자기가 사는 곳보다 더 좋아 보이는 지역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그 사람들이 투기꾼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본인들이 서울에 거주할 가능성도 있고 자녀들이 서울로 유학을 갈 수도 있으니 필요에 의해 장만한 거다. 이런 상황들로 부동산 가격 상승이 계속되면서 패닉 바잉까지 갔다."

 

3기 신도시 인접 서울지역은 가격 조정 가능성 커

가격 상승이 예상됨에도 "실거주 목적이라면 지금이라도 집을 사라"고 말하는 이유는?

"서울이나 부산, 광주, 대구 같은 대도시라면 장기간 살고자 하는 경우 언제든 사도 좋다. 이제 경험으로 모두 알게 됐듯이 부동산 가격은 시간이 지나면 결국 또 오른다. 매수 후 일시적으로 조정을 받아 재산상에 마이너스가 될 수 있지만 10년, 20년 지나다 보면 원래 가격과 비슷해지거나 그 이상으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 현재 예측 가능한 조정 시기는 3기 신도시 입주가 이뤄지는 3~4년 후다. 조정 폭이 얼마나 될지 판단은 어렵지만 과거 주택가격지수를 기준으로 볼 때 5~10%가량 조정이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

 

3기 신도시 입주 후 집값 하락 가능성이 큰 지역은 어디인가.

"신도시 크기에 따라 반경 5~10㎞까지 영향을 받는다. 특히 3기 신도시는 서울과 인접해 있기 때문에 서울 안쪽 지역이 바로 영향권에 들어간다. 경기 과천과 하남은 강남권이, 고양은 수색이나 신촌 등 서쪽 지역이, 인천 계양과 부천 대장은 김포국제공항 근처 마곡이나 화곡동 지역이 해당한다. 가장 우려되는 지역은 경기 남양주인데, 굉장히 큰 신도시가 들어서지만 수요가 그리 많지 않은 곳이다 보니 입주가 시작되면 동북지역이 가격 조정을 받을 거다. 지금 언급된 지역에서 매수를 고려하는 분이라면 가격 조정 가능성까지 충분히 고민하고 구매 결정을 해야 한다. 또 신도시가 아니더라도 가격 조정은 반드시 온다. 어떤 자산이든 올랐다 싶으면 조정을 겪고 다시 오르는 과정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가격 조정 위험성을 피하면서 집을 가장 싸게 매수하는 방법은 청약인가.

"제일 낫다. 얼마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시세의 60~70% 공급을 이야기했다. 공급이 늦어질 가능성은 있어도 정부가 거짓말은 하지 않기 때문에 아마도 가격을 맞춰서 내놓을 테고, 그렇다면 집을 마련하려는 이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거다."

 

전문가 입장에서 3기 신도시를 어떻게 보나.

"여러 측면이 있지만, 주거 여건을 개선하고 집값을 잡는 데는 굉장히 좋은 방법이다. 정부가 광역 인프라와 일자리 확대 측면에서 기존 신도시와는 다르게 접근하고 있어 서울의 복잡함을 해소하는 역할도 할 거 같다. 기본적으로는 서울에 더 많은 사람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것이 환경적으로 좋고 출퇴근에도 유리하지만 그런 상황이 불가능하니 일단은 이렇게라도 숨통을 틔워야 한다. 그사이 서울에서도 지속적으로 재개발과 재건축이 이뤄진다면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거다."

 

벽화 그리기 작업 진행됐지만…

서울 주택 공급 물량 부족도 이번 집값 상승의 원인이 됐다.

"맞다. 서울에서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주택 공급만 지속적으로 이뤄졌어도 집값이 이렇게까지는 안 올랐다. 최근 10년간 25만 채 이상 개발 인허가를 지연시켰다고들 얘기한다. 서울 주택이 300여만 채다. 25만 채면 거의 10%에 육박한다. 개발이 지연되는 동안 도시재생이라는 이름으로 보도블록 개선, 벽화 그리기 작업 등을 진행했지만 정작 그곳 거주 시민들은 불편함을 호소했다. 기본 주거 수준은 보장해주면서 사업이 진행돼야 하는데 너무 의욕적으로 밀어붙인 게 아닌가 싶다."

 

 

10년 세월을 흘려보냈다면 정상화에도 10년이 필요한가.

"그보다는 짧을 거다. 신도시 입주가 시작되면 서울 낙후지역은 가격 조정을 받게 된다. 지금처럼 가격이 높으면 재개발이나 재건축을 해도 수익이 나지 않는다. 선진국 사례를 보면 토지 가격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면 새로운 자본이 유입돼 개보수가 이뤄진다. 또 서울시장이 바뀐 후 민간 주도 개발을 강조하는데 지금 당장은 효과가 없어도 3~4년 안에는 가시적 성과가 나올 거다. 지금 몇몇 재건축 단지를 보면 이상한 규제를 적용해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가 있다. 속칭 미아리 집창촌 근처의 경우 집창촌을 남겨야 한다든가, 어떤 아파트 단지는 문화유산으로 한 동을 남기라고 하는 식이다. 법에도 없는 이런 규제들만 당장 제거해도 가시적 성과가 나올 거다."

 

3기 신도시 입주, 서울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는 3~4년 후에는 집값이 하락할까.

"입주 물량이 터지면 가격 조정은 받을 거다. 어느 정도 빠질지는 예측이 어렵다. 많이 올랐으니 많이 빠질 수도 있고, 경제가 어려워져 빠질 수도 있고…. 또 하나 변수는 정부 정책이다. 사실 집값 폭등은 전 세계적 현상이다.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돈이 많이 풀리면서 모두 같은 상황을 맞게 됐다. 이런 가운데 전체 주택에 임대료 상한제 같은 규제를 펴는 나라는 전 세계에 한국밖에 없다고 보면 된다.

 

지난해부터 많은 전문가가 집값 폭등 우려를 다양한 경로를 통해 얘기했음에도 결과적으로 이런 상황이 온 걸 보면 답답하다. 시작은 투기꾼 잡기였는데 결과적으로는 서민만 초죽음 상태가 됐다. 더 걱정되는 점은 부자와 가난한 사람을 나눠놓았다는 거다. 앞으로 양도소득세 인하, 종합부동산세 인하, 다주택자 규제 완화 같은 이야기가 나오면 '부자만 좋은 거잖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거다. 그래서 사실 지금은 무슨 예측을 하기도 어렵다. 그야말로 각자도생해야 한다."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동아일보

 

 

https://youtu.be/F0zb2ydu-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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