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지원금과 기초 연금에 대한 오해
5차 재난지원금은 소득 하위 80% 가구에 지급한다. 80.5%, 81%는 못 받는다.
이런 논란이 일자 정부가 4일 '코로나 상생지원금 10문 10답' 설명자료를 냈다. 정부는 "경계선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재산과 소득을 기준으로 선별하는 모든 사업이 가진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 예로 기초연금, 기초생활보장급여, 국가장학금 등을 들었다.
소득 하위 81% 재난지원금 0원
기초연금도 같은 문제라는데 진실은
소득하위 80%는 기준 중위소득의 180%, 4인가구 기준으로 월 878만원에 해당한다. 여기에 들어간 A(4인가구의 가장)는 1인당 25만원씩 10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받는다. 재난지원금이 나오는 달의 A의 소득은 978만원이 된다. 하지만 소득이 879만원인 B는 재난지원금 탈락이다. A가 B보다 99만원 많은 소득역전 현상이 벌어진다. 소득 1만원 차이로 99만원의 '소득 절벽'이 생긴다.
기초연금은 소득하위 70%이하 노인에게 월 30만원을 지급한다. 소득하위 71%는 못 받는다. 여기까지는 정부 설명이 맞다. 하지만 정부가 말하지 않은 것은 기초연금에는 재난지원금과 같은 '소득 절벽'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득역전 방지 장치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기초연금은 소득하위 70% 65세 노인에게 최고 월 30만원 지급한다. 1인가구 노인은 소득인정액(재산의 소득환산액 포함)이 169만원 넘지 않아야 기초연금 대상이 된다.
그런데 139만~169만원에 있으면 삭감된다. 만약 소득인정액이 150만원인 C노인의 기초연금은 19만원(169만원-150만원)으로 줄어든다. 둘을 합하면 169만원이다.
만약 기초연금을 깎지 않고 30만원을 다 지급하면 C의 월 소득은 180만원일 것이다. 이럴 경우 기초연금 기준보다 소득인정액(170만원)이 1만원 많아서 기초연금을 못 받는 D노인보다 소득이 10만원 많아진다. 소득 역전이 발생한다. 소득역전 방지 장치가 경계선을 살짝 넘는 노인들이 억울하지 않게 한다.
2인 가구 노인은 소득인정액이 월 222만4000~270만4000원에 들 경우 소득역전 방지 감액이 적용된다. 이런 식으로 기초연금이 깎이는 노인이 올해 36만1783만명(전체 수급자 598만명)이다.
기초생활보장제의 생계급여도 소득역전 방지 감액 제도는 없지만, 그 비슷한 효과를 낸다. 4인 가구의 생계급여 선정기준은 소득인정액 146만2890원①이다. E의 소득인정액이 50만원②이면 96만2890원(①-②)의 생계비를 받는다. 소득인정액이 기준에 모자라는 만큼 채워주는 보충방식이다. 만약 F의 소득인정액이 150만원이라면 생계급여 수급자가 될 수 없다. 소득인정액 바로 위 저소득층인 F의 소득을 E가 역전할 수 없게 돼 있는 구조다.
정부 설명과 달리 기초연금과 기초생활보장제는 소득역전으로 인한 소득 절벽이 발생할 수 없다.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도입하면서 기초연금이나 기초생보제 같은 장치를 적용하기에는 너무 복잡하다. 이게 가능하게 하려면 소득인정액을 잣대로 써야 한다. 이는 부동산·금융재산·금융부채에 일정 비율을 곱해 소득으로 환산해야 한다. 골프·승마·콘도 등의 회원권, 4000만원 이상 또는 3000cc 이상의 자동차도 소득으로 환산한다.
기초생활보장제에서는 주거용 재산과 나머지 재산의 환산율이 크게 다르다. 자동차 환산율도 기초연금과 다르다.
소득인정액을 활용해 소득역전 방지 장치를 만들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복잡하다. 행정력 소모가 클 것이다. 게다가 한번 적용하는 것이어서 애써 도입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다. 그래서 정부가 이번에 건강보험료와 기준 중위소득을 활용해 소득 하위 80%를 선별하는 게 불가피한 면이 있다. 다만 '소득 절벽'이 불가피하고, 지금 상황에서 기초연금처럼 방지 장치를 두기에는 여건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점을 정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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