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보 해체만 연구 말고 한강 하구 안전성 보강해야

 

경기도 일산 한강 자유로 쪽, 폭 900m, 길이 8㎞ 장항습지

국내 최대 버드나무 군락, 큰 홍수 때 제방 괜찮겠나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지난 4일 아침 한강 장항습지에서 생태 교란종 식물 제거 등 활동을 벌이던 50대 환경 단체 조합원이 밟은 지뢰가 터졌다. 안타깝게도 그는 오른쪽 무릎 아래를 절단해야 했다.

 

장항습지는 김포대교와 일산대교 사이 한강의 강북 쪽으로 붙어 형성돼 있는 기다란 습지를 말한다. 자유로 건너편으론 킨텍스와 일산호수공원 등이 있다. 길이가 8.3㎞, 최대 폭은 900m다. 한강 하구부터 밀물을 타고 무장 공비가 침투할 수 있다고 해서 1970년대에 철책을 설치해놓고 군부대가 경계 근무를 섰다. 2018년 군 병력 철수 후론 제한된 숫자의 시민들에게 생태 탐방을 허용해왔다. 지뢰는 한강 하구 비무장지대에 설치됐던 것이 밀물을 타고 거슬러온 것으로 추정된다.

 

 

1988년 상류 쪽에 신곡수중보가 완공된 다음부터 하루 두 번 밀물을 타고 바다에서 들어온 미세 토사가 가라앉으면서 펄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처음엔 새섬매자기 같은 키 작은 풀이 들어와 습초지를 이뤘다가 갈대밭이 만들어지고 나중엔 버드나무 군락이 형성됐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汽水) 구역으로 염분 농도가 다양해 다른 곳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특이한 생태를 이루게 된다. 장항습지에는 식물만 158종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저어새 흰꼬리수리 말똥가리 등 멸종 위기종을 비롯해 조류 55종이 확인되고, 고라니 삵 같은 포유동물도 살고 있다. 매년 철새 종류가 3만 마리 찾아온다고 한다. 말똥게가 발에 밟힐 정도로 많고 버드나무 숲은 국내 최대 규모라는 것이다. 환경부는 장항습지를 2006년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했고, 지난달엔 람사르 습지로 등록돼 보전 가치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

 

신곡수중보 한국일보 edited by kcontents

 

문제는 장항습지가 계속 자라고 있다는 점이다. 일단 갈대, 버드나무 등이 자리 잡으면 식물 뿌리들이 단단하게 엉켜 붙으면서 어지간한 물살에도 토사가 쓸려 내려가지 않게 돼 육화(陸化)가 진행된다.

 

 

그러면서 바깥쪽으로 계속 펄이 확장된다. 한강 하구를 연구해온 건설기술연구원 이삼희 선임연구위원은 “2019~20년 1년 동안 20m 확장되는 걸 관찰했다”고 했다. 2007년 습지 안으로 들어가 본 적이 있는데, 지난주 지뢰 사건을 계기로 다시 가보고 상당히 놀랐다. 출입이 통제돼 있어 일산대교 위에서 전경만 살펴봤지만, 14년 전과는 비교가 안 되는 규모로 확장돼 있었다. 자료를 뒤져보니 환경부의 2009년 2월 보도 자료에는 장항습지 면적이 2.7㎢(길이 7.6㎞, 최대 폭 600m)였다. 지난달 람사르 습지 등록 후 발표한 자료에서는 5.96㎢(약 180만평)였다. 12년 만에 2.2배로 늘어났다. 카카오맵 ‘거리 재기’ 기능으로 재봤더니 강남·강북의 제방 사이 한강 폭이 1.6㎞인데 장항습지 폭은 0.9㎞였다. 물길의 56%가 막혀 있는 셈이다. 비교를 위해 반포 구간을 봤더니, 한강 폭 850m에 강남 쪽 한강시민공원 폭은 150m 정도였다.

 

장항습지의 2019년 3월 구글 사진. 왼쪽 한강을 가로지른 다리는 일산대교. 습지 규모가 2008년에 비해 크게 확장돼 있다.

 

 

구글에서 잡은 장항습지의 2008년 10월 모습.

 

12년 사이 두 배 넘게 확장됐다면 앞으로도 계속 자랄 가능성이 있다. 그 경우 한강의 안전에 문제가 없겠느냐는 것이다. 우리나라 하천은 강수량이 여름철 짧은 기간에 몰려 있기 때문에 최대 갈수기에 비해 최대 홍수기 때의 유량 비율이 굉장히 크다. 유럽 강은 대개 10배 안팎인데 한강은 390배나 된다. 그렇기 때문에 홍수, 가뭄에 대비해 댐을 짓고 제방 쌓고 보(洑)를 만드는 것이다. 하천에 교각을 세우거나 둔치에 인공 구조물을 집어넣을 때도 홍수 때 물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지 따지게 된다. 장항습지 버드나무 숲은 홍수 때 물 흐름을 막는 장애물이다. 수위(水位)를 올리는 작용을 하게 된다. 최근 20~30년 사이엔 다행히 큰 홍수가 없었다. 그러나 한강 물길 절반이 막혀버린 상태에서 큰비가 온다면 제방이 견뎌줄 수 있겠는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환경부와 환경 단체들은 습지를 귀중한 생태로 여긴다. 특히 한강은 국내 큰 강 가운데 유일하게 하구 댐이 없는 자연 하구를 갖고 있다. 환경부는 멸종 위기 식물 매화마름을 장항습지에 이식하거나 겨울 철새들에게 먹이를 공급하는 등의 습지 보전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다 필요한 일이라고 본다. 그렇더라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일은 절대 소홀히 해선 안 된다. 장항습지가 홍수 위험을 높이고 있다면 부분 준설 등의 대책도 검토해봐야 한다. 환경부는 50명이 넘는 직원을 배치해 몇 년째 4대강 보 해체 방안을 연구해왔다. 그런 황당한 일에 쏟는 노력의 아주 작은 일부라도 돌려 장항습지로 인한 한강 홍수 취약성을 보강하는 데 썼으면 한다.

조선일보

 

 

    충남 공주시 공주보(洑) 인근 농민들이 “보 개방 이후 지하수를 퍼 올리기 위한 전기료 부담이 10배 정도 급증했다”며 피해를 호소했다. 보 개방으로 금강 수위가 낮아지면서 지하수도 함께 말라버려 물을 끌어올리는데 애를 먹고 있다는 것이다.

 

금강 공주보 수문을 상기 개방한 수문 위로 금강물이 흘러내리고 있다./신현종 기자

 

2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공주시 쌍신동 농민들은 최근 “공주보 개방 이후 지하수를 퍼 올리기 위해 펌프를 더 오래 돌리다 보니 전기요금이 많이 늘었다”며 지원 방안을 공주시에 요구했다.

 

 

공주보 상류 지역에 있는 쌍신동 농가 80여 가구는 금강보다 높은 지대에 있어 그동안 지하수를 농업용수로 사용해왔다. 농민 김윤호(60)씨는 “예전에는 900평 논에 물을 대는 데 하루면 됐는데, 공주보 개방 이후에는 길게는 엿새 정도 걸린다”며 “보 개방 이전에는 지하수를 뽑아 올리는 전기요금이 연간 2만~3만원가량이었지만, 최근에는 20만~24만원 정도 나온다”고 말했다.

 

현재 주민들이 사용하는 26개 지하수 관정은 2018년 공주보 개방 후 주민들이 지하수 고갈을 문제 삼자 이듬해 환경부가 관정 하나당 2000여만원씩 들여 새로 판 것들이다. 하지만 정부의 공주보 부분 철거 계획의 사전 단계로 수문 완전 개방이 이어지자 강물이 최저 수위로 낮아졌고, 지하수도 예전만큼 나오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김두환(57)씨는 “예전에는 깊이 10m짜리 관정에서도 물이 콸콸 나왔는데, 공주보 수문이 열린 뒤 지금은 물이 없다”고 했다. 농민들은 정부에 공주보 부분 해체 방침을 철회하고 실효성 있는 농업용수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윤응진 공주보해체반대투쟁위원회 사무국장은 “공주보 개방에 따른 농업용수 확보나 전기요금 지원에 대해 정부에 수차례 건의했지만 별다른 답이 없다”면서 “피해는 농민들이 고스란히 입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지역 주민과 운영하는 협의체 차원에서는 최근까지 전기료 관련 문제 제기가 없었다”며 “상황을 파악 중이며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2018년 10월 3일 수문이 모두 열린 공주보 모습. 완전 개방된 공주보 인근에 모래톱이 드러나 있다./신현종 기자

 

다른 지역에서도 정부의 무리한 보 철거 추진에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이날 전남 나주시 영산강 죽산보(洑)에서는 농사철을 맞아 강 수위가 1.5m 정도로 유지되고 있었다. 죽산보는 올 초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가 금강 세종보와 함께 완전 해체하기로 결정한 곳이다. 영산강 물을 농업용수로 이용하는 나주 농민 김영욱씨는 “멀쩡한 죽산보를 파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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