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또 꼼수...전력정책 심의위원 대거 교체

 

 

  국가 전력정책을 심의하는 ‘전력정책심의회’가 최근 위원들을 대거 교체하며 전체의 20%를 신재생·환경 전문가로 채운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인원이 늘어나면서 전력과 원자력 분야 전문가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줄었다. “정부가 입맛에 맞게 위원회를 구성했다”는 원전업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8일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실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전력정책심의회 위촉직 위원 수가 17명에서 25명으로 늘었다. 기존 위원 중 14명이 임기 만료로 물러나 교체되고 3명은 유임됐다. 모두 22명이 새로 합류한 것이다. 산업부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당연직 위원 수는 4명으로 같았다.

 

새롭게 꾸려진 위원회에는 신재생·환경 분야 전문가가 5명으로 전체의 20%를 차지했다. 태양광 분야에서 장성은 요크 대표와 이영호 솔라커넥트 대표가 새로 임명됐다. 신재생에너지 분야 전문가로 김구환 그리드위즈 대표, 박승용 효성중공업 상임고문 등이 포함됐다. 환경 분야에서는 석광훈 녹색연합 전문위원이 들어갔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말에는 전력정책심의회 위원에 신재생·환경 분야 전문가로 분류된 인사가 없었지만 이번에 전체의 20%로 늘어났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탈원전 정책과 탄소중립 기조에 따라 관련 전문가들이 영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원자력 전문가는 박원석 한국원자력연구원장과 황용석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등 2명이 포함돼 전체의 8%를 차지했다. 2016년 말과 인원수는 같았지만 전체 위원회 인원이 늘어나 비중은 낮아졌다. 원자력업계는 원전이 국내 전력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위원 수가 지나치게 적다고 지적한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력 생산량에서 원자력의 비중은 29.0%를 차지했다. 원전 발전량도 전년 대비 9.8% 늘어 주요 에너지원 중 증가폭이 가장 컸다. 전력 분야 전문가도 2016년 말과 같은 4명으로 변함이 없었다.

 

 

위원회에 들어간 원자력 전문가도 중립성이 약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위원 중 박 원장이 소속된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정부 출연기관이다.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독립적인 의견을 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의회의 A 위원은 “최근 한 차례 회의를 열었는데 벌써 원전을 더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신재생 환경 분야에 비하면 원자력 분야의 목소리는 사실상 묻힌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기사업법에 따르면 전력정책심의회는 재적 위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개의해 출석 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 분야별 위원 구성과 비중이 낮아지면 관련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힘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는 회의에 참석한 B 위원은 “정부가 탈원전 등 안건을 회의장에 가져오자마자 속전속결로 심의하다 보니 위원들이 제대로 검토하지 못하고 정부 방향에 따라가야 했다”고 털어놨다.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무원들이 부담되는 정책 결정을 심의회에 떠넘기는 식으로 위원회가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동아일보

 

 

   한미정상회담 이후 문재인정부의 원전 정책에 미묘한 변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국내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이지만 정부 투자와 정책이 '원전 해체'에서 '차세대 원전기술 확보'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모양새다.

 

 

한미 동반 수출 방안이 논의된 후 탈탄소 핵심기술로 꼽히는 원전 소형화 및 차세대 원전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한국도 기술 확보에 뒤처지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문승욱 신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8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가을에 소형 원전 개발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할 것"이라면서 "글로벌 경쟁자들에게 뒤처지지 않도록 원전 기술 경쟁력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장관은 "국내 원전 증설은 안전성을 확보한 이후에 논의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 "그런 차원에서 긴 시간이 걸리겠지만 차세대 원전 개발에도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소듐(액화 나트륨)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소형 모듈 원전(SMR)을 건설하겠다고 밝히며 차세대 소형 원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한국도 기술 확보에 뒤처지지 않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SMR란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등을 하나의 용기에 담은 규모가 300㎿(메가와트) 이하인 소규모 원전을 말한다. 지금까지는 경제성 문제로 상용화가 이뤄지지 않았으나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이란 공동 목표가 생기며 부상하고 있다. 석탄화력발전소를 대체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청정 에너지원으로 평가되고 있다.

 

문 장관은 "한국이 SMR를 그동안 전혀 연구하지 않은 것은 아니며 기존 경수로를 축소한 3세대형과 차세대 원전이라 하는 소듐 냉각로 등 수십 가지 차세대 원전이 연구가 되고 있다"며 "게이츠가 언급한 원전은 4세대인 차세대 원전이고 미국 뉴스케일이 추진하는 건 3세대형 원전인데, 한국이 어떤 원전을 향해 가느냐에 따라 정책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장관은 "정책 방향이 어떻게 결정되든 사용 후 핵연료, 안전성 확보 문제를 해결할 기술을 확보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되고 장기적 연구개발 측면에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금까지 추진해오고 있다"며 "향후 실증, 상용화 측면을 염두에 둬야 하므로 산업부와 협업할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탄소제로에서도 침묵만 지키던 원전 역할에 대해서 처음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문 장관은 "국내에 원전 24기가 가동되고 있고 신한울 1·2호기가 완성되면 26기까지 늘어난다"며 "2050년에 원전이 11기로 줄어드는 것으로 계획돼 있는데 여전히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므로 탄소중립에서 원전 역할이 있을 것이고 60년간 가동하며 원전산업도 유지해나갈 수 있는 기회요인이 여전히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원전 수출로 기회요인을 확보하는 것도 정부가 열심히 해나갈 것이고 그 일환이 이번 미국과의 협력"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아직 기존 정책을 전면적으로 수정해서 신규 건설·증설을 검토하는 등 완전한 탈원전 전환 정책으로 보기는 어렵다. 문 장관은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여부와 관련해 "정부는 원전 안전 부분이 담보되기 전까지는 다른 입장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신규 원전 건설 중단 정책을 바꾸려면 사용 후 핵연료에 대한 합의, 진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는데 단시일에 이런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문 장관은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등 핵심전략산업 공급망도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경쟁력을 갖고 있는 부분은 초격차를 더욱 늘리고, 쫓아가는 부분은 격차를 줄여야 한다"며 "다음달 'K-배터리 전략'을 발표하고, 연말까지 핵심산업 브레인 확보 전략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찬종 기자]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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