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대책의 문제점 ㅣ 5대 세제개혁 방안 제안

 

 

與 부동산대책의 문제점

서강대 교수, 전 한국경제학회장

 

효율·형평·최소비용의 조세 3원칙 무시

佛혁명·美독립전쟁·대처정권 몰락·부마항쟁 등 조세저항이 위기 초래

보유세 급격 인상으로 ‘조세 귀착 ’불러 세입자 부담 가중

여권, ‘부동산 보유 죄악시·국민 갈라치기’중지해야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정부와 여당은 징벌적인 부동산세금으로 부동산가격을 잡을 수 있다고 확신했었다. 25차례나 되는 부동산대책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급등했는데도 정부는 주택공시가격 인상 및 반영률 상향 조정으로 시장에 맞서왔다. 급기야 국민의 분노가 4·7 재·보궐선거 결과로 표출됐다.

 

뒤늦게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부동산특별위원회를 설치해 방안 마련에 나섰지만,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여권이 조세의 원칙을 무시하고 ‘철학의 빈곤’에 빠지면서 부동산가격의 안정도 형평도 다 망쳤다. 특히 부동산 보유세인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에서 이런 경향이 크게 나타난다. 근대 역사에서 국민의 조세저항은 때로 정권의 몰락을 부르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재산·종부세 세수 폭증

정부·여당에서 재산세는 점진적으로 완화하고, 종부세는 상위 2%에 부과하는 방안 정도가 논의되고 있지만, 여전히 갈팡질팡하며 논란만 계속되고 있다. 집값 급등으로 무주택자는 ‘벼락거지’가 됐다는 한탄과 무력감에 분노했고, 유주택자는 소득은 그대로인데 늘어난 세금에 괴롭기 짝이 없다.

 

여당은 세금으로 인한 국민의 재산권 침해가 혁명과 전쟁, 그리고 정권의 위기를 가져오는 원인이 됐다는 역사적 진실에 직면해야 한다. 1215년 영국의 마그나카르타(대헌장), 1789년 프랑스대혁명은 말할 것도 없고, ‘홍차 세금’에서 비롯된 1775년 독립전쟁과 미국의 독립, 인두세 성격의 재산세 도입으로 인한 영국 대처 정권 몰락, 부가가치세 신설로 인한 1979년의 부마항쟁 등 역사적 사례는 차고 넘친다.

 

문재인 정부에서 재산세와 종부세 세수가 급증하는 것은 심상치 않다. 국회 예산정책처 자료에 의하면 종부세는 2019년 9524억 원에서 2020년에 1조5224억 원으로, 2021년에 4조5515억∼6조530억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재산세 세수도 공동주택 공시지가 19.1% 인상으로 올해에만 3600억 원이나 늘었다. 이에 따라 올해 부동산 보유세 세수는 10조5000억∼12조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2019년의 6조 원, 2020년의 7조 원과 비교할 때 거의 2배로 늘어나는 셈이다.

 

 

조세의 원칙과 철학

문재인 정부의 조세정책을 보면 이 정부에 과연 조세 원칙과 철학이 있는지를 의심케 한다. 조세의 기본원칙으로는 효율성, 형평성, 최소비용의 원칙이 있다. 우선 효율성의 원칙. 이는 조세가 시장가격을 왜곡시킬 수밖에 없지만 ‘사중손실(dead weight loss)’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국가의 잘못된 개입으로 가격 폭등 같은 것이 나타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다음 형평성의 원칙. 여기엔 수평적 형평과 수직적 형평이 있다. 수평적 형평이란 예컨대 개인이 주식투자 소득과 부동산 소득이 있다면 같은 수준의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수직적 형평은 누진세율로 달성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치가 개입될 수밖에 없어 정치 과정을 통한 국민 동의가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최소비용의 원칙. 과세 당국이 세금을 거두는 징세비용은 물론 납세자가 당면하는 납세협력비용 모두 최소화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우리나라의 재산세와 종부세는 납세협력비용이 과도하게 크다. 세금이 부담스러워 해당 부동산의 처분을 미루는 ‘봉쇄 효과(lockin effect)’나 장기간 보유한 부동산 처분 시 양도차익에 대해 한꺼번에 세금을 내는 ‘결집 효과(bunching effect)’가 생기고 조세 회피 노력도 커진다. 납세자의 조세 회피 가능성이 커질수록 조세저항도 커지게 된다.

 

 

조세의 부과, 전가, 귀착

통상 외국에서 부동산 보유세는 지방 공공재에 대한 지방정부의 핵심 재원으로 활용된다. 보유세 부과가 ‘조세가격’ 기능을 하기 때문에 ‘초과부담’이 낮고 조세저항도 적다. 지방정부 재정자립도가 낮은 한국에서도 부동산 보유세가 지방정부 세목으로 잡혀야 하지만, 중앙정부의 세목으로 설정됨으로써 조세가격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재산세나 종부세가 해당 지역의 학군과 학원 발달 정도와 연관이 크지만, 이를 지방 공공재의 배분으로 볼 수는 없어 조세가격 기능이 작동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종부세나 재산세에 대한 지방정부의 권한을 강화하자는 의견이 나오는 것은 지방자치 정신을 생각해보면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여권은 종부세나 재산세 인상이 불로소득 계층이나 고가주택 보유자에 대한 ‘부자증세’이며 저가주택 보유자에게는 세금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면서 ‘민심 갈라치기’를 한다. 하지만 이는 조세의 부과 측면만 본 것이지 조세의 전가와 귀착 측면은 무시한 것이다. 세금을 내는 당사자와 부담하는 자가 동일인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순수 전세 비중이 감소하고 월세 비중이 높아지는 건 주택 소유자의 보유세 부담을 세입자의 돈(월세)으로 충당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주택 소유자들에 대한 징벌적 부담 증가가 세입자 부담으로 귀착되는 것이다.

 

 

조세는 국민의 의무다. 하지만 국민에게 성실 납세 의무만 있고, 억울해도 세법에 있으면 무조건 세금을 내야 한다면 그건 공평치 않다.

 

안정도 형평도 망쳤다

세금정책을 바꾸려면 효율성, 형평성, 최소비용의 원칙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큰 개혁의 방향을 정하고 점진적인 로드맵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지금 정부와 여당에는 이것이 없다. 보유세 과세기준인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급격히 올리는 등의 정책은 조세저항의 요인이 될 뿐이다. 공시가격 급등으로 각종 제세공과금이 상승하는 연쇄 효과가 나타나는데 이 역시 ‘우회 증세’다.

 

부동산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서 결정된다. 세금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하면서 수요를 억제하고 부동산가격 급등을 초래해, 이로 인한 세금부담을 1주택자와 같은 성실한 납세자가 부담하게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세금이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나면 부당할 뿐 아니라 징벌적 세금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정부와 여당은 부동산가격의 안정성도 형평성도 다 망쳐버렸다. 국민의 조세저항 심리도 턱밑까지 치밀어 올랐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이어져 내려온 부동산 정책의 토대는 부동산 보유자에 대한 징벌적 세금 부과로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이데올로기화한 신념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제대로 된 부동산 대책은 나오지 않을 것이고 부동산 민심도 잡지 못할 것이다.

서강대 교수, 전 한국경제학회장

 

 

국민일보 edited by kcontents

 

세줄 요약

재산·종부세 세수 폭증 : 근대 역사에서 조세저항은 국가의 위기와 정권의 몰락을 부르는 원인이 됐음. 영국 마그나카르타, 프랑스대혁명, 미국 독립전쟁, 부마항쟁 등. 문 정부의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급증도 심상치 않음.

 

조세 철학의 빈곤 : 여권은 효율성, 형평성, 최소비용 등 조세 원칙을 무시하고 ‘철학의 빈곤’에 빠짐. 이로 인해 ‘사중손실’ 최소화에 실패. 특히 보유세 인상은 ‘봉쇄 효과’와 조세회피를 키우고 세입자로의 조세 귀착을 일으킴.

 

안정도 형평도 망쳤다 : 보유세 과세기준인 공동주택 공시가격 급격 인상은 조세저항의 요인이 됨. 여권은 부동산가격의 안정성과 형평성을 다 망침. 여권은 부동산 보유자에 대한 징벌적 세금 부과 집착에서 벗어나야 함.

 

용어 설명

‘사중손실(死重損失)’은 완전경쟁시장에서 정부가 개입함으로써 발생하는 경제적 효용과 사회적 손실. 여기서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조세가격 기능을 하지 못하고 시장가격을 왜곡시키는 것.

 

조세의 ‘부과’로 인한 실제 부담이 시장의 가격조정 과정을 통해 타인에게 전가되는 것을 조세의 ‘전가’, 조세의 전가를 통해 실질적인 부담이 담세자에게 귀속되는 것을 조세의 ‘귀착’이라 함.

문화일보

 

세제개혁 미룰 수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0년 발간한 '조세정책 개혁과 경제성장' 보고서는 지금도 유효하다. 우선 세원을 확대하고 세율을 낮추라는 것이다. 법인세와 개인소득세 부담을 줄일 것도 권고했다. 세금제도는 정책 방향에 따라 한 국가의 기업가정신이나 근로 의욕을 고취할 수도, 저해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매일경제가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필요한 5대 세제개혁 방안을 제안한다.

 

 

① 조세정책 대원칙 바로 세워라

조세정책에는 몇 가지 대원칙이 있다. 보다 많은 납세자에게 세 부담을 낮춰줘야 한다는 '넓은 세원, 낮은 세율' 원칙과 소득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세금이 있다는 '국민개세주의'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한국은 소득세는 고소득자, 법인세는 대기업에 대한 세수 의존도가 기형적으로 높다. 2019년 기준 상위 10% 기업이 부담한 법인세 비중은 전체의 71.2%에 달했다. 같은 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기아, LG전자 등 5대 대기업이 낸 법인세는 17조6000억원으로 전체 세수 중 4분의 1을 차지했다. 소득세도 마찬가지로 근로소득자 상위 10%가 낸 세금이 70%를 넘었다. 반대로 세금을 내지 않는 면세법인은 49%로 전체 법인 중 절반에 달했다. 근로소득자도 면세율이 36.8%로 10명 중 4명이 면세자 범위에 있다. 따라서 면세 범위를 축소해 넓은 세원을 확보하고 최고세율을 낮춰 창업 욕구, 근로 의욕 등을 고취해야 한다. 아울러 소득 최상위 1%에 대한 세율로 38%, 40%, 42%, 45% 등 4단계 구간을 적용하는데 이를 단순화해야 한다.

 

② 상속세 세율 합리적으로 낮춰라

우리나라 상속세율은 할증 시 최대 60%로 OECD 37개국 중 단연 1위다. 기업들의 활력 제고를 위해 상속세율을 합리적 수준으로 낮추고, 납세자가 과도한 세 부담을 한 번에 지지 않도록 현행 5년인 연부연납(분할납부) 기간을 확대해야 한다. 현행 상속세는 납세자의 세 부담 능력을 뛰어넘는 수준인 경우가 많다. 특히 상속세 부담이 준비되지 않은 중소·중견기업은 1세대 창업자들이 은퇴하면서 세금을 부담하지 못해 기업을 외국 자본에 팔아버리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개혁이 시급하다.

 

 

가업상속공제 제도는 중소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현실화해야 한다. 현행대로라면 기업들은 가업상속공제를 받기 위해 매출액 요건, 업종변경 제한, 고용 유지 등 까다로운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기획재정부 차관 출신인 최상목 농협대 총장은 최근 저서에서 "재산의 가족 상속은 보다 쉽게 허용해주고, 경영권의 가족 상속은 보다 엄격하게 이뤄지도록 제도를 갖춰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③ 법인세는 기업 경쟁력 최우선으로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각국의 법인세 인하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은 조 바이든 정부가 법인세 인상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정부가 과도하게 낮춘 법인세를 일부 정상화하기 위한 조치다. OECD 37개 회원국 중 법인세를 기업의 이익 규모에 따라 4단계 누진 세제로 운영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주요 7개국(G7) 가운데 프랑스를 제외한 미국, 영국,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은 모두 단일세율 체계다. 프랑스도 세율 구간이 2단계로 단순하다. 이들이 법인세를 단일세율로 운영하는 것은 효율을 추구해 기업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G7의 2020년 기준 법인세율을 10년 전인 2010년과 비교해보면 독일을 제외한 나머지 6개국이 모두 법인세율을 인하했다. 법인세율은 적어도 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추고, 세율은 단일세율로 바꿔야 한다. OECD는 투자 저해 요인을 축소하고 해외에서 직접투자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법인세 인하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법인세 최저한세제를 폐지하거나 크게 낮추는 방안도 필요하다. 대다수 선진국이 법인세 최저한세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최저한세는 각종 조세 감면을 받아도 혜택이 과다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법인세율을 정한 것으로 한국은 2014년 17%로 인상된 뒤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④ 1주택자 부동산세 과감한 감면

서울에 아파트를 가진 시민 6가구 중 1가구는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인데 모두 100만명이 넘는다.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1가구 1주택자도 종부세를 내게 되면서 도입 취지에 어긋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실수요자인 1가구 1주택자에게는 과감한 부동산세 감면 혜택을 줘야 한다. 매일경제가 전문가 100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행 종부세 개편이 필요하다'는 응답자는 93%였다. 종부세는 공시가격 상위 1~2%만이 부담하는 부유세 성격으로 개편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양도세 부담을 완화해 매물부터 시장에 나오도록 해야 한다. 부동산 보유세 폭탄을 불러온 공시가격과 공정시장가액비율의 급격한 조정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⑤ 부의 소득세 도입 검토를

장기적으로는 소득재분배를 위한 '부의 소득세(NIT·Negative Income Tax)'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부의 소득세는 쉽게 말하면 국가가 정한 기준소득보다 소득이 적은 국민은 세금 형태로 보조금을 받고, 기준을 넘어서면 세금을 내는 제도다. 부의 소득세를 제대로 부과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세정 능력과 정보기술(IT)을 활용해 개별 국민에 대해 종합적으로 소득을 파악해야 한다. 소득 파악이 제대로 되면 일정 소득 이하의 저소득층은 보조금을 받아 현재보다 소득이 늘고, 고소득층은 현재와 비슷하거나 좀 더 많은 소득세를 부담함으로써 소득재분배 효과를 거두게 된다. 현금 지원 성격의 복지 제도를 부의 소득세로 흡수해 단일 제도로 만들면 제도의 중복 지원도 피하고 사각지대도 해소할 수 있다.

[전경운 기자]매일경제 

케이콘텐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