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집주인의 꼼수에 쫓겨난 세입자..."소송해봐!" ㅣ 임대차보호법 시행 전 매수 집주인, 세입자 갱신 요구 거절 가능

 

세입자 임대차 정보 열람 불가 불구

실거주 확인 `확정일자` 보라

 

임대차보호법 온 몸으로 막는 집주인들

위대한 한국인?

 

# 서울 마포구 아파트에 8년간 전세를 산 김 모씨는 작년 12월 집주인이 직접 들어와 살겠다는 말에 계약 갱신을 포기했다. 어렵게 이사할 집을 구했는데, 얼마 전 실거주하겠다던 임대인이 이사하지 않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임대료를 올리려고 거짓으로 실거주하겠다 한 뒤 다른 임차인을 구한 건 아닌지 확인하려고 주민센터를 찾았는데 "계약 기간이 끝나면 그걸(임대차 정보를) 열람할 수가 없다"는 어이없는 답변을 들었다. 국토부,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문의했지만, "죄송하다. 소송을 해보라"는 말만 되돌아 왔다.

 

잠실 부동산중개업소 밀집 지역 모습 [매경DB]

 

 

이달 1일부터 전세보증금 6000만원, 월세 30만원 이상의 전월세 계약은 신고해야 하는 '전월세신고제'가 시행됐다. '임대차 3법'이 완성된 것인데 임차인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지만, 제도가 허술해 본래 취지가 와닿지 않는다는 임차인들이 많다.

 

집주인이 직접 들어와 산다고 해 계약 갱신을 포기해야 했지만, 집주인이 진짜 거주하는 지 확인도 손해배상을 받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3일 주택 및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집주인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갱신 청구권을 거절당한 임차인이 실제로 집주인이 들어와 사는지 확인해볼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 제6조는 계약갱신을 거절당한 임차인은 임대인·임차인의 성명, 확정일자 부여일, 차임·보증금, 임대차기간 등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센터에선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정보를 알려줄 수 없다"며 "확정일자 부여 여부만 확인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확정일자는 대출 미반환 등의 이유로 집이 경매로 넘어 갈 경우를 대비해 임차인이 우선 변제권을 얻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확정일자가 부여됐다면 새 임차인과 계약을 맺었다는 뜻이고, 반대로 확정일자가 없다면 집주인이 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임차인이 새로 들어 왔더라도 선순위 채권이 없거나 보증금이 낮을 경우 확정일자를 받지 않는 세입자도 적지 않다.

 

개정 임대차보호법은 집주인의 실거주 확인을 위해 계약갱신이 거절된 전 임차인에게도 임대차 정보를 제공하도록 했지만, 주민센터는 아직도 임차인만 열람 가능한 주민등록법령만 고집하는 있다.

 

실거주를 이유로 쫓겨난 임차인들은 집주인이 실제로 들어와 살지 않고 새 임차인을 구했을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임대인이 전입신고만 한 채 실제 들어와 살지 않은 사실을 확인해서 손해배상을 받으려 해도 증거 확보가 쉽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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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와 행정안전부는 계약갱신을 거절당한 임차인에게 전입세대(해당 주소지에 살고 있는 사람의 정보) 열람 가능 여부를 두고 협의했으나 과도한 개인정보가 제공될 수 있다는 이유로 정보를 제공하지 않기로 결론 내렸다. 확정일자로도 임대차정보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임대인의 실거주도, 손해배상을 받기 위한 입증 책임도 임차인에게 있는 현 제도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주택업계 관계자는 "국토부에서는 '소송 자료 근거 마련해주겠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정보를 수집하기 어렵게 만들어 놨다"며 "6월 1일부터 전월세 신고제가 시행됐지만, 향후 1년간은 과태료가 부과되지 않아 이같은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임대인의 갱신 거절 사유에 대해서 (임차인이) 구체적으로 객관적으로 확인 가능한 절차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robgud@mk.co.kr]매일경제

 

 

    작년 7월 말 새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기 전에 실거주 목적으로 세입자(임차인)가 있는 아파트를 샀다면 세입자의 계약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는 1심 법원 판단이 나왔다. 작년 9월 국토교통부도 같은 취지의 유권해석을 내놓은 적이 있지만 판결로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0단독 문경훈 판사는 서울 강남구 일원동 모 아파트의 집주인 A씨가 세입자 B씨를 상대로 낸 건물 인도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9일 법원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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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작년 7월 5일 13억5000만원에 일원동 아파트에 대한 매매 계약을 맺고 계약금을 지급했다. 당시 이 아파트엔 B씨 가족이 월세로 살고 있었다. A씨는 기존 집주인과 B씨가 맺은 임대차 계약이 올 4월 14일 끝나면 본인이 들어가 살 생각이었다. 작년 10월 30일 소유권 이전등기도 마쳤다.

 

그런데 작년 7월 31일 새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며 다툼이 생겼다. 이 법은 임차인(세입자)이 정해진 기간 내 계약 갱신을 요구할 경우, 임대인(집주인)은 정당한 사유(실거주, 임차인 의무 위반 등)가 없으면 받아들이게 돼 있다.

 

 

B씨 측은 이 조항을 근거로 임대차 계약이 완료되기 6개월쯤 전인 작년 10월 5일 기존 집주인에게 계약 갱신을 요구했다. 당시는 소유권 이전등기 전이라 법적인 집주인은 A씨가 아니었다. 아파트를 팔아야 할 기존 집주인은 물론, 그 집에 들어가 살 생각이었던 A씨도 계약 갱신을 거부했다. 결국 A씨는 임대차 기간이 종료되면 집을 비워달라며 B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문 판사는 “개정법에 따르더라도 실거주 임대인은 계약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며 “A씨가 B씨의 계약 갱신 요구 이후에 소유권을 넘겨받았다 해서 그런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형평에 어긋난다”고 했다. 이어 “A씨로서는 매매 계약 당시 이 사건 임대차 계약 기간이 종료되면 당연히 자신들이 거주할 수 있다고 믿었을 것으로 보이고, 그러한 믿음에 어떠한 잘못이 있다고 인정할 사정이 없다”고 했다.

 

또한 기존 집주인에 대해서도 “이미 매도 계약을 체결한 상태”라며 B씨의 계약 갱신 요구를 거절한 것도 타당하다고 봤다. 이런 계약 상황은 ‘임대차를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돼 법 위반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은정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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