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는 순식간에 화폐가 될 수 있다' 김세완 이화여대 교수

카테고리 없음|2021. 6. 1. 10:21

 

 

     이 글의 결론부터 말하면 가상화폐는 아직은 받아들이기 힘든 허상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컴퓨터 속 한 신호에 불과한 가상화폐가 투자 자산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근본적으로 가상화폐가 언젠가 화폐로 사용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다. 화폐로 사용되려면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첫째, 누군가 가치를 보장한다는 믿음이 있어야 하고 

둘째, 가치가 안정적이어야 한다. 

 

바로 이해하시겠지만, 가상화폐는 두 가지 성질을 모두 가지지 못했다. 또한 가상화폐 가격의 출렁임은 인류가 봐온 어느 자산보다도 심하다. 가장 출렁이는 주식과도 비교되지 않는다. 지난 3년간 코스피 월별 수익률은 -10~14% 사이에 있지만 비트코인의 월별 수익률은 -30~48% 범위에 있다. 비트코인은 주식보다 3배나 위험해 정상적인 인내심을 가진 투자자들이 견딜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

 

전 세계 가상화폐 시장을 주도하는 한국 투자자들은 이런 위험을 어떻게 견디고 있을까.

 

우선 투자자 중 다수를 차지하는 젊은 투자자들의 인생 사이클에서의 위치가 이들을 위험에 덜 민감하게 만든다. 젊은 투자자들은 실패해도 그것을 만회할 시간이 남아 있어 덜 '위험회피적'으로 되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집단적으로 다른 나라 투자자들에 비해 위험한 투자를 덜 회피하는 것으로 보인다. 주식시장의 회전율이나 파생상품 거래 규모가 주요국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사실이 한국 투자자들의 이러한 성향을 보여준다.

 

하지만 젊은 투자자들의 희망과 다르게 가상화폐가 화폐로 인정받으려면 갈 길이 멀다. 아직 아무도 가상화폐의 가치를 보장해주지 않을뿐더러 출렁거리는 가격 때문에 물건을 사고팔 때 가상화폐 몇 개를 지불하는가를 가지고 싸우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가상화폐는 순식간에 화폐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한 변곡점을 만들 수 있는 곳이 선진국 은행들이다. 지불·결제 수단을 장악하고 있으면서 신용카드도 발행하는 은행들은 가상화폐를 받아들여도 별 이득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은행들은 지급·결제와 신용카드를 통한 수익이 전체 수익의 40%를 넘는다. 은행들은 가상화폐를 통해 위험한 비즈니스를 시작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은행들이 가상화폐를 통해 수익을 높이는 길을 찾는 순간 상황이 달라질 것이다. 가상화폐를 통한 수수료, 카드 발급·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을 구조조정해 수익을 높일 수 있다면 언제라도 가상화폐를 받아들일 것이다. 금융정책을 손에 쥐고 있는 정부가 반대해서 안 된다고? 그렇다고 해도 결국 시중은행은 강력한 로비로 가상화폐 사용을 받아들이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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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에서 은행은 최고의 로비 집단이다. 미국에서는 대형 은행장이 대통령에게 면담을 신청하면 예외 없이 받아들여주는 것이 관례다. 은행들이 가상화폐를 받아들이면 가격의 출렁임도 안정화돼 화폐로서 기능이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면 중국과 일본 정부는 가상화폐 사용에 이미 적극적인데 이는 역사적인 경험과 미국이 주도하는 금융시장 질서에 대한 반감에 기인한다.

 

 

두 나라는 17세기 이후 다양한 화폐 사용으로 상업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활발한 화폐 사용이 경제 발전의 원동력임을 이미 경험했다. 또한 두 나라 모두 미국의 금융시장 지배에 대항하는 새로운 질서를 진정으로 원하고 있다. 일본은 1980년대 미국의 주도로 엔화 평가절상을 경험했고, 중국은 새로운 금융질서 없이는 미국과 대등한 경쟁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 정부는 가상화폐의 현실과 희망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가상화폐 투자의 위험성을 지속적으로 경고하면서 동시에 가상화폐가 화폐로 사용될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짧은 생각이지만 젊은 세대의 위험한 가상화폐 투자에는 기성세대가 건전하고 다양한 투자 기회를 마련해주지 못한 잘못이 있다.

[김세완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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