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트하우스의 미학 VIDEO:The $387 Million Penthouse In Monaco

최고를 향한 건축 ‘펜트하우스’

 

펜트하우스의 공간 특성

김홍재 칼럼니스트

 

“어떤 인간의 욕망도 절대 충족되지 않는다. 인간은 더 많은 것을 갖기 위해 끝없이 오르려 하기 때문이다!”

 

TV 드라마 『펜트하우스』가 큰 인기를 끌며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말 방영된 시즌1이 28.8%에 달하는 높은 시청률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더니, 올해 2월부터 방영되는 시즌2 역시 매회 20%를 훌쩍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안방극장을 사로잡고 있다.

 

외부에서 촬영한 펜트하우스 위키백과

펜트하우스

펜트하우스 아파트(Penthouse Apartment), 또는 펜트하우스(Penthouse)는 아파트, 호텔 등의 고층 건물의 최고층에 위치한 고급 주거 공간이다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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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대한민국 최상류층들이 모여 살아 집값 1번지이자 교육 1번지로 불리는 헤라팰리스라는 최고급 주상복합 아파트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아찔하게 높고, 아득하게 먼, 맨 꼭대기층 펜트하우스에서 벌어지는 일그러진 욕망이 가득한 소위 상류층의 내밀한 이야기가 TV 앞에 모인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

 

더 마스터피스 홍콩 짐사저이에 위치한 마천루 위키백과 edited by kcontents

테라스를 갖춘 최상층, 최고급 주거공간

펜트하우스는 대개 고층 건물 꼭대기에 있는 최고급 주거공간을 가리킨다. 「건축디자인 시각사전」에서는 건물의 꼭대기 층이나 옥상에 놓인 아파트나 주택으로 때때로 외벽에서 어느 정도 물러나 있고 테라스를 가지게 되는 옥상 주택으로 정의하고 있다.

 

펜트하우스(Penthouse) 하면 왠지 중요한 시설 느낌이 들기에 미 국방성 펜타곤(Pentagon) 등을 떠올리며 오각형(Penta)과 연관되지 않을까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펜트하우스라는 단어는 오히려 중요성과는 거리가 먼, 본체에 더부살이로 딸린 부록(Appendix)과 똑같은 어원을 갖고 있다.

 

최근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드라마 『펜트하우스』는 최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의 펜트하우스를 배경으로 인간의 일그러진 욕망을 그리고 있다. ⓒ SBS

구체적으로 ‘매달다’는 뜻을 가진 라틴어 Appendere에서 ‘집 옆이나 뒤편의 낮은 건물’을 가리키는 고대 프랑스어 Apentis가 만들어졌고, 중세 영어에서는 A를 생략해 ‘건물에 붙어있는 부속물이나 오두막’을 뜻하는 Pentis가 되었다. Pentis에서 따온 Pent는 ‘(지붕의) 경사’를 뜻하는 프랑스어 Pente와도 연관되는데, 여기에 집을 뜻하는 House가 결합해 펜트하우스라는 단어가 완성됐다. 결국 어원상으로 보면 건물에 붙어있는 지붕의 부속 건물 정도의 의미가 있다.

 

 

참고로, 외국어나 외래어를 순화하고 있는 국립국어원에서는 10여 년 전 펜트하우스 대신 ‘하늘채’라는 아름다운 우리말 사용을 제안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 단어는 이미 특정 건설사에서 아파트 브랜드로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반화하기에는 난감한 상황이었고 결국 대중화되지는 못했다.

 

미국 주택 중 가장 비싼 2억3,800만달러(약 2670억원)에 거래된 뉴욕 센트럴파크 옆 펜트하우스. 건물 꼭대기 4개층을 사용하며, 총 면적은 2,230㎡에 달한다. ⓒ Street Easy

고급 주거공간으로서 펜트하우스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920년대 미국 뉴욕에서부터다. 그전까지 지붕 아래 꼭대기 층은 빈민층 혹은 하인이 살던 불편한 공간으로 생각되었다. 그런데 19세기 후반 엘리베이터가 실용화되면서 건물은 본격적으로 높아지기 시작했고 하늘 높이 세워진 일부 건물에서는 주변을 내려다보는 탁월한 조망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초고층 건물의 최상층의 경우에는 프라이버시가 확보되면서 기업인들을 중심으로 미국의 상류층들이 센트럴파크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초고층 펜트하우스에 자리잡기 시작했다. 지금도 센트럴파크 인근 펜트하우스는 세계적인 부호들이 거주하는 최고가 주택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펜트하우스의 역사는 2002년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삼성 타워팰리스 1차가 건립되면서 시작됐다. 물론 그전에도 아파트의 최상층을 대형 평수로 만들거나 복층으로 설계한 사례들이 존재하는데, 이 경우들은 심한 외풍과 높은 난방비 등으로 인한 최상층에 대한 사람들의 기피현상을 타개하기 위한 건설사들의 방편이었기 때문에 테라스를 가지고 있는 최고급 주거 형태라는 펜트하우스와는 차이를 보인다.

 

 

일반 아파트와 구별되는 공간구성 특징들

펜트하우스는 일반적인 아파트와 구별되는 다양한 특징을 갖고 있다. 눈에 띄는 가장 큰 특징은 일단 압도적인 넓이. 서울시 내 22개 단지의 펜트하우스 248가구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330㎡(100평) 이상이 131가구(52.8%)로 가장 많고, 231㎡에서 329㎡ 사이는 109가구(44.0%)이고, 230㎡ 이하는 8가구(3.2%)에 불과하다.(최광민 외 『국내 펜트하우스의 공간 특성에 관한 연구』 참고)

 

높이도 펜트하우스가 가진 중요한 특징이다. 50층 이상에 위치한 펜트하우스가 4개 단지(18.2%)이고, 40층에서 49층 사이는 9개 단지(40.9%), 39층 이하는 9개 단지(40.9%)가 있다. 높이는 조망과 직접 연관되는데 한강이나 공원, 도로나 철도 등 탁 트인 조망을 갖추고 있는 곳에 펜트하우스가 들어서고 있다.

 

펜트하우스의 외형은 아래층과 똑같은 모습인 동형연장형(9곳), 아래층과 외형은 같으나 건물 안쪽으로 들어가 축소된 형태인 동형셋백형(6곳), 아래층의 일부만 연장된 부분연장형(5곳) 등이 많다. 이 외 펜트하우스 층과 아래층의 외형이 다른데 연장된 이형연장형(1곳)과 모양이 다르면서 안쪽으로 축소된 형태인 이형셋백형(1곳) 등이 존재한다.

 

대한민국 펜트하우스 역사의 시작을 알린 삼성 타워팰리스. 가장 왼쪽에 보이는 3차 G동은 동형연장형, 가운데 보이는 1차 C, B, A동은 동형셋백형, 오른쪽에 보이는 2차 E, F동은 이형셋백형이다. ⓒ 삼성물산

 

일반 아파트에 비해 많은 외기 개방면수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큰 특징이다. 펜트하우스는 개방면수를 최소 3면 이상을 확보하고 있는데, 이는 최상층에 소수의 세대만 배치한 결과다.

 

 

한편 일반 아파트에서 중요한 일조는 펜트하우스에서 전혀 고려사항이 되지 않고 있다. 거실이 위치한 주된 방위를 기준으로 남향 외에 서향과 동향도 있고 심지어 일반 아파트에서는 꺼리는 북향까지 존재한다. 이는 펜트하우스는 3면 이상 개방면수 확보에 있어 다양한 방향에서 햇빛은 들어오기 때문에 일조보다 조망을 우선시해 거실을 배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부 영역 구성에서도 펜트하우스는 일반 아파트와 큰 차이를 보인다. 개인을 위한 공간인 침실 등 사적영역은 분화가 심화되는 특징을 보인다. 부부공간은 욕실과 드레스룸, 파우더룸이 일군을 이루는 것이 보편적이며, 자녀공간도 부부공간과 마찬가지로 파우더룸 등 전실이 존재하는 경향을 보인다. 부부공간과 자녀공간을 현관에서 좌우로 별도 동선으로 분리한다.

 

여러 사람이 함께 이용하는 공적영역은 대부분 정형화된 형태를 띠고 있다. 현관은 충분한 공간을 두고 실내 중문 등을 사용해 내부공간과 분리한다.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거실을 배치하는데, 부부공간과 자녀공간을 양분하는 형태로 해 프라이버시를 보호한다. 복층의 경우 하층에 부부공간과 공적영역을 두고, 상층은 자녀공간을 계획해 독립성을 극대화한다.

 

실외영역으로 일반적인 아파트에서는 볼 수 없는 테라스가 가장 큰 특징이다. 테라스는 외기 개방면수가 많은 펜트하우스 특성에 따라 길게 배치되는 복도형과 마치 안마당처럼 테라스가 가운데 배치되고 3면이 실내공간이 둘러싸고 있는 중정형, 장방형 형태로 외기에 2면 이상이 개방된 데크형이 골고루 존재한다.

 

 

정점에 서고 싶은 욕망이 배어있는 곳

건축물은 인간의 삶이 반영되기 때문에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삶과 욕망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건축가 유현준은 저서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펜트하우스가 왜 비싸게 거래되는지에 대해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채 타인을 내려다보며 군림하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이 배어있기 때문으로 진단한다.

 

내려다 보는 것, 실제 보지 않더라도 내려다 볼 수 있는 것은 권력이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는 공리주의로 유명한 영국의 철학자 제레미 벤담은 최대 이익을 위해 사람을 감시하고 교육하여 질서를 만들고 군림하는 감독을 시행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중앙에 높은 감시탑을 두고 주변에 죄수의 방을 둘러놓은 원형감옥 파놉티콘(Panopticon)을 설계했다.

 

영국의 철학자 제레미 반담이 설계한 파놉티콘은 감시하는 권력을 보여준다. ⓒ The works of Jeremy Bentham

파놉티콘은 그리스어로 ‘모두’를 뜻하는 Pan과 ‘본다’를 뜻하는 Opticon을 합성한 말로 소수의 간수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모든 죄수를 감시할 수 있는 감옥이다. 어두운 감시탑 안에 간수가 있든 없든 이를 알 수 없는 죄수는 공간이 만들어낸 권력의 지배를 받게 된다. 벤담은 파놉티콘 형태로 감옥과 병원, 학교, 공장 등을 만들면 최대 이익을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하고 파놉티콘 계획 실현에 평생을 바쳤다.

 

 

펜트하우스의 평당 분양가는 아래층에 위치한 일반 아파트보다 1.5배에서 2배 정도 더 높다. 펜트하우스가 들어설 수 있는 최상층 공간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희소가치가 더해진다. 건설사들은 특별하고 희소한 주거공간을 위해 돈을 아끼지 않는 부유한 고객을 사로잡기 위해 내부를 화려하게 치장한다. 이렇게 탄생한 럭셔리한 공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일부 펜트하우스 입주민들은 엄청난 금액을 들여 내부 인테리어를 모두 뜯어내고 바꾸기도 한다.

 

펜트하우스는 자본주의 사회의 권력구조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펜트하우스가 가진 권력은 보통 사람들은 접근할 수 없는 높은 가격에 거래가 된다.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펜트하우스에 입주한 사람들은 언제든지 세상을 내려다볼 수 있지만, 그 아래 공간에 사는 이들은 결코 펜트하우스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들여다볼 수 없다. 이는 펜트하우스가 유독 영화나 TV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한 이유일 것이다.

김홍재 칼럼니스트 hongjaikim@gmail.com 

ScienceTimes

 

The $387 Million Penthouse In Mona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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