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의기술] 두산인프라코어, FI와 '1조원대 소송' 승리...5년만 종결

[로펌의기술]② 

두산인프라 '1조 소송' 구원투수 화우… M&A분쟁 이

정표 세우며 勝


두산인프라코어 1·2심은 김앤장, FI 법률대리인은 세종

상고심부터 ‘화우’...드래그앤콜 취지에 역점 두고 변론


     두산인프라코어와 재무적 투자자(FI)들이 벌여 온 '1조원대 소송'이 두산의 승리로 지난 14일 마무리됐다. 처음 소송이 제기된 지 5년 만이다.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을 준비 중이던 두산그룹은 '소송 리스크'라는 큰 걸림돌을 치운 셈이다.




 

이 소송은 1조원이라는 큰 돈이 걸려 있는데다 두산그룹의 구조조정 향방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경제계의 관심이 컸다. 1심과 2심의 판결이 180도 달랐다는 점에서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지에 법조계도 주목했다.


대형 로펌의 자존심 대결이라는 관전포인트도 있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법률대리인은 김앤장이 맡았고, FI의 법률대리인은 세종이 맡아서 1심부터 불꽃이 튀었다. 하지만 정작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심에서 패소한 뒤 대법원에 상고하면서 변호인단을 보강했다. 김앤장을 중심으로 한 기존 변호인단에 이인복 전 대법관이 합류했다.


이 전 대법관이 속해 있던 법무법인 화우도 자연스럽게 변호인단에 합류했다. 상고심을 앞두고 구원투수로 나선 화우는 '드래그앤콜(Drag & Call)'이 자본시장에 가지는 의미와 영향을 변론에 추가했고, 대법원은 이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여 두산인프라코어의 손을 들어줬다. 구원투수가 승리투수가 된 셈이다.


M&A에서 대주주의 자료제공 의무 어디까지?

두산인프라코어는 중국시장 공략을 위해 1994년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를 설립했다. 이후 2011년 FI에게 DICC 지분 20%를 3800억원에 넘기면서 3년 안에 중국 주식시장에 상장해 FI들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게 돕기로 했다. 하지만 중국 건설경기가 침체되면서 상장은 무산됐고, FI는 투자금 회수를 위해 매각을 추진했다.




두산인프라코어와 FI는 2011년 투자계약을 체결하면서 드래그앤콜을 계약서에 명시했다. 드래그앤콜은 소수지분 투자자의 동반매도청구권과 대주주의 우선매수권을 결합한 영미권의 M&A(인수합병) 기법으로 최근들어 국내에서도 종종 쓰이고 있다.


이 계약에서는 20%의 지분만 가진 FI가 DICC 상장이 실패할 경우 두산인프라코어가 보유한 80%의 지분까지 함께 매각할 수 있는 동반매도청구권을 보장했다. FI가 동반매도청구권을 행사하면 대주주인 두산인프라코어는 이에 동의해 제3자에게 DICC를 매각하거나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FI가 보유한 20%의 지분을 직접 사들일 수 있다.


하지만 FI가 인수예정자에게 보낼 투자소개서 등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영업기밀 등이 담겨 있는 자료인 만큼 인수예정자의 진정성 등을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며 자료제출을 거부했다. 결국 매각 절차는 중단됐고, FI는 두산인프라코어가 자신들의 권리행사를 방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두산인프라코어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원고(FI)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두산인프라코어가 원고 측의 DICC 지분 매각절차에 있어서 매수예정자의 결정 과정을 방해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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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2심에서는 결과가 정반대로 뒤집혔다. FI의 손을 들어준 2심은 두산인프라코어가 FI의 동반매도청구권 행사를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충분한 자료를 제공하지 않아 투자소개서 작성 단계에서 매각 절차가 더이상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2심 재판부는 "두산인프라코어는 DICC의 기업공개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원고의 동반매도요구권 행사에 따른 매각절차를 수인하기로 한 지위에서 매각절차에 협조할 의무가 있음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자료제공 요청을 거절해 협조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2심 재판부는 두산인프라코어의 방해로 동반매도청구권 행사가 무산된 만큼 두산인프라코어가 FI가 보유한 20%의 지분을 사들여야 한다고 봤다. 민법 제150조 제1항(조건의 성취로 인해 불이익을 받을 당사자가 신의성실에 반해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때에는 상대방은 그 조건을 성취한 것으로 주장할 수 있다)을 근거로 내세웠다.


하지만 대법원은 2심 판결이 잘못됐다고 봤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자료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은 것은 맞지만 동시에 FI도 인수희망자의 진정성을 확인하려는 두산인프라코어에게 충분히 협조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 2심 재판부가 판결의 근거로 내세운 민법 제150조 제1항이 정한 방해행위가 성립하려면 단순한 협력 거부로는 부족하고 구체적인 방해행위가 있어야 한다고 봤다.




통상적인 M&A 절차는 15단계를 거치는데 이 사건의 매각절차는 네번째 단계인 투자소개서(IM)와 입찰안내서 작성 단계에서 중단됐다. FI는 4단계에서의 자료제출 협조의무 불이행을 근거로 두산인프라코어가 주식매매 대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대법원은 매수예정자와 매각금액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자료제공 의무가 이행되지 않았더라도 이를 민법 제150조 제1항의 방해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M&A 법률분쟁 이정표 세운 ‘기업분쟁 전문’ 박재우 변호사

이번 대법원 판결은 새로운 M&A 기법인 '드래그앤콜'과 관련한 법률분쟁의 첫 판례라는 점에서 법조계와 투자업계의 관심이 컸다.


동반매도청구권을 행사할 때 계약당사자의 협조의무가 어디까지 인정되는지, 신의성실에 반하는 방해행위가 인정되기 위한 조건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 대법원이 처음으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대법원 판결을 M&A 법률분쟁의 이정표를 세운 판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2심 판결대로라면 드래그앤콜 약정이 들어간 모든 계약이 법적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매수예정자와 매각대금이 확정되지 않은 매각절차 초기단계에서도 협조의무 위반을 이유로 대주주의 우선매수선택권을 박탈하고 형해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드래그앤콜이라는 M&A 기법이 사실상 무력화되는 셈이다.




이 사건 변론을 맡은 박재우 변호사(사법연수원 34기)는 "드래그앤콜 약정은 사적 자치를 통한 자기책임의 원칙과 법적 안정성을 본질로 해 M&A 거래 수요자들이 만들어낸 합리적인 투자금 회수방안으로서 계약 당사자 모두의 이익을 균형 있게 고려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2심 판결은 그런 취지에 맞지 않았는데 대법원 판결로 드래그앤콜 약정이 계속 유효하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박재우 화우 변호사. /화우 제공


또 "2심 판결에 따르면 영업비밀 등의 보호를 위해 매수희망자의 선의와 진의 여부를 확인하고자 관련 자료제공에 있어 신중할 수밖에 없는 대주주의 입장을 동반매도청구권행사 방해행위로 보게 된다"며 "이런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을 경우 M&A 거래의 상식에 반하게 되고, 특히나 외국계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한국시장에서 M&A를 매우 불안정한 거래로 보거나 매번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하는 거래로 인식하게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2심 판결 이후 두산인프라코어에 검토의견을 제출할 때부터 화우의 변호인단을 이끌었다. 대법관 출신인 이인복 변호사, 이상묵 변호사(사법연수원 31기), 판사 출신의 조건주 변호사(사법연수원 25기), 황혜진 변호사(사법연수원 37기) 등이 박 변호사를 도왔다.


법조계에서는 최신 M&A 기법의 의의와 시장 영향까지 변론에 포함한 화우의 전략이 주효했다고 평가가 나온다. 박 변호사는 "드래그앤콜 약정의 본질적인 취지에 역점을 두고 변론을 진행했다"며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인력을 동원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2013년 수원지방법원 행정부 판사를 마지막으로 판사직에서 퇴임했다. 판사 시절에는 노동 및 행정 관련 사건들을 주로 담당했다. 행정부 판사 경험을 바탕으로 화우에 합류한 뒤에는 기업 관련 


민∙형사 소송, 법률위험관리(CRM), 경영권분쟁, 노동, 행정 관련 사건을 주로 맡아왔다.


삼성그룹 상속권회복청구 사건의 항소심, 금호그룹 주식매각∙상표권∙상호주 사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담배소송(피고 BATK, BATKM 대리), 포스코엔지니어링과 이엠종합건설 사이의 공공계약 낙찰자 지위 관련 가처분 및 민사소송 등을 이끌었다.

조선비즈 이종현 기자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21/01/19/202101190267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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