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 깬 1층 특화설계로 단지 최고가 기록

"1층이 제일 비싸다고?"… 특화 설계에 상식 깬 아파트 가격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며 층간소음 분쟁도 덩달아 급증한 가운데, 아파트 1층이 주목받고 있다. 1층에 살면 프라이버시 침해 등의 단점이 있지만, 아이들이 보다 자유로워진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부동산 시장에서 최근 전에 보지 못하던 장면들이 벌어지며 눈길을 끌고 있다. 가장 싸다고 여겨지던 1층에서 단지 최고가가 잇달아 나온 것이다. 독립적인 정원을 제공하는 등의 특화 설계를 적용한 단지들에서 1층 재평가가 진행 중이다.


동탄파크자이 1층 특화설계 조감도. /GS건설 제공


1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경남 양산시 물금읍 양산대방노블랜드8차 로얄카운티 전용 84㎡ 최고가 거래는 지난달 15일 거래된 1층(5억8500만원) 매물이었다. 이로부터 며칠 뒤 거래된 같은 면적 5층 매물은 이보다 낮은 5억1000만원에 2건이 각각 계약됐다. 1층은 10~15% 저렴하다는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1층이 7500만원 더 비싸게 팔린 것이다.




이 단지는 거실 발코니 전면부에 조성된 10평 남짓한 정원(테라스)을 1층 입주자가 전용으로 쓰도록 설계됐다. 외부에서 정원으로 출입할 수 없도록 모서리를 따라 허리 높이쯤 되는 나무들을 빙 둘러 심었다. 1층의 단점인 프라이버시 침해와 방범 우려를 낮추기 위한 설계다.


특화 설계지만 2015년 분양 당시 동일 평형에서 최저가 수준인 2억6460만원으로 공급됐다. 특화 설계로 그나마 ‘1층 최저가’ 공식을 깨고 2층보다 약 600만원 비싸게 분양하는 데 그쳤다. 3~4층과 동일한 분양가였고, 5층보다 약 600만원 저렴했다. 로열층 대비로는 약 3000만원 저렴했다. 현재 1층이 5층보다 7500만원 비싸게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6년여 동안 1층 시세는 5층 시세보다 8000만원이 더 올랐다.


서울 동작구 e편한세상 상도노빌리티 84㎡도 현재 최고가 기록을 1층이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8월 고층매물이 14억~15억원에 거래됐는데, 같은달 1층 매물이 16억원으로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후 집값 상승세를 타고 고층 매물도 지난달말 기준 15억9000만원(11층)까지 올랐으나, 1층 신고가는 아직 경신하지 못했다. 이 단지 역시 1층 일부에 10평 남짓한 전용 정원이 마련됐다.




마찬가지로 대전 유성구 도룡SK뷰 전용 84㎡도 최고가는 1층이 차지하고 있다. 지난달 5일 13억원에 거래돼 직전 거래(10층·11억9000만원·10층)보다 1억원 높은 값에 팔렸다. 이 가구 역시 전용 정원을 쓸 수 있다는 점이 몸값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과거 테라스 특화 1층이 최저가를 벗어나는 정도였다면, 이제는 단지 내 최고가를 차지하는 일이 잦아진 셈이다. 코로나 19 확산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며 층간소음 분쟁이 급증한 여파로 1층에 대한 인식이 바뀐 영향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복층형 1층 특화설계 ‘캐슬 듀플렉스 가든하우스’ 단면도 이미지. /롯데건설 제공


분양 시장에서도 변화가 생겼다. 1층을 로열층·탑층을 능가한 단지 내 최고가로 분양하는 경우가 생긴 것이다. 2018년 분양한 서울 양천구 래미안 목동 아델리체는 1층 테라스 특화형으로만 구성된 84㎡C 분양가가 9억3600만원으로 같은 면적 로열층보다 6100만원 비쌌다. 청약 결과 84㎡C 경쟁률은 23.9대 1로 84㎡ 주택형 중 가장 높았다.




건설사들은 1층을 특화한 다양한 설계를 내놓고 있다. 롯데건설의 서울 광진구 롯데캐슬 리버파크 시그니처와 동작구 상도역 롯데캐슬에는 복층형 1층 특화설계 ‘캐슬 듀플렉스 가든하우스’가 도입돼 인기를 끌었다. 롯데캐슬 리버파크 시그니처는 1층 특화설계가 3~4층에 해당하는 가격에 분양했고, 경쟁률 119대 1로 84㎡ 주택형 중 가장 높았다.


필로티(기둥으로 지탱하는 빈 공간) 구조로 설계해 1층을 사실상 2층으로 짓거나, 1층 입주민을 배려해 출입구를 따로 설치하는 경우도 많다. 일반적인 복층 구조에서 벗어나 지하층을 세대분리 가능한 수익형 평면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다만 환금성이 낮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이남수 신한은행 장한평역금융센터 지점장은 "1층의 단점을 줄여 특화 설계한 평면은 희소성이 크다"면서 "위례신도시나 세종시 등에도 극소수로 1층을 테라스 특화한 매물이 있는데, 단지 내 최고가를 차지한다"고 했다. 이어 "일반 평면 1층은 희소성이 크지 않아 로열층 대비 매매가가 여전히 낮은데, 다른 층수 대비 환금성이 낮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조선비즈 고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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