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울 3·4호기 건설이 절박한 이유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절박한 이유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전력정책심의회는 지난 24일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신한울 3·4호기를 제외하기로 했다. 그 이유가 황당하다. 에너지전환 정책을 고려하면 신한울 3·4호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았으므로 제외함이 타당하다는 게 한수원의 의견이란 것이다. 황당한 순환논리다. 정부가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신규 원전 건설을 백지화해 놓고는 한수원이 정부 정책에 따라 원전 건설을 못함을 이유로 들어 신규 원전 건설 취소 정책을 확정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탈원전을 핵심으로 하는 에너지전환 정책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수립되지 않았다. 원전 계획을 세우거나 바꾸기 위해선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에 따라 에너지 기본계획에 이에 대한 기조를 먼저 반영하고 이를 구체화한 내용을 전력계획에 반영해야 옳다. 또한, 원자력진흥법에 원자력 이용에 관한 중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조직으로 규정돼 있는 원자력진흥위원회의 의결도 거쳐야 한다. 탈원전 로드맵을 구체화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이 두 현행법을 위반해 수립됐으므로 불법이다.


이러한 근거에 따라 한 반(反)탈원전 단체가 제8차 전력계획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산업통상자원부는 행정계획은 구속력이 없으므로 효력정지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역시 현실적으로는 황당한 주장이긴 하지만 법적으로는 유효하다. 그러므로 한수원은 제8차 전력계획과는 무관하게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추진해도 된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과정에서 한수원은 산업부의 압력에 따라 얼토당토않은 미봉책으로 경제성 평가 조작을 추진했다. 전체 원전의 평균 발전원가보다도 낮은 판매단가를 전망해 월성 1호기 계속 가동의 경제성을 억지로 낮춘 것이다. 정부의 부당한 지시에 굴복한 한수원이 불합리한 미봉책을 동원해 추진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는 기(旣)투입 비용 손실과 대체발전 비용을 고려하면 국민경제에 2조 원 이상의 손실을 보인 중대한 범죄행위가 된다. 만약 한수원 이사회가 적법하지 않은 정부 압력에 따라 신한울 3·4호기 건설계획을 취소한다면 이 역시 공기업의 손해를 통해 국민의 피해를 초래하는 위법행위가 될 것이다. 신한울 3·4호기 건설에 이미 7000억 원 이상이 투입됐기 때문이다.


세계 에너지 정책 조류는 원자력 이용 확대로 바뀌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애초에 반핵 인사였지만 원전 찬성으로 돌아선 존 케리 전 국무부 장관을 기후변화 특사로 지명했다. 영국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재생에너지와 함께 원자력 확대를 줄기차게 추진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최근 루마니아 원전 건설 자금 지원을 승인했다. 세계가 기후변화 대처에 가장 효과적일 수밖에 없는 원자력 확대를 추진한다.


이런 상황에서 신한울 3·4호기는 세계 원전시장 재진출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다. 한수원이 적극 추진 중인 체코 원전 수출 성사를 위해서도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통해 국내 원자력 산업 기술력 유지가 필수고, 이는 한수원이 기존 원전을 안전하게 가동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따라서 한수원은 제9차 전력계획이 확정되기 전에 신한울 3·4호기 건설 의향을 적극 표명하고 정부는 이를 수용해야 할 것이다.

문화일보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01130010735110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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