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뒤 안 맞는 탄소중립 로드맵..."현실적 실행계획 필요"

탄소중립, 현실적인 실행계획이 필요하다


   얼마 전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2050년까지 실질 탄소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탄소중립(net zero)’을 선언했다. 우리나라도 유럽연합(EU)과 중국, 일본 등에 이어 국제사회의 기후위기 대응 노력에 적극 동참하기로 한 것이다.


탄소중립 선언 자체는 고무적이다. 그동안 정부는 환경보호와 지구 온난화 예방이 필요하다는 말만 반복할 뿐,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 계획이나 목표 달성 시점을 제시하지 않아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래서 에너지 전문가와 환경단체들은 이번에 정부가 2050년이라는 목표치를 설정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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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2017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이 7억910만톤으로 세계 7위를 기록해 경제 규모(세계 12위)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여기에 우리나라는 과거 ‘202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통해 스스로 세운 감축 목표를 2010년 이후 매년 달성하지 못해 온실가스 감축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정부는 이번 ‘2050 탄소중립’ 선언을 계기로 ‘기후악당’ 꼬리표를 떼어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석탄발전을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대체해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만들고 전기·수소차 보급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이행방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정부의 탄소중립 공약이 공허한 구호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탈(脫)석탄·탈원전 중심 에너지전환 정책으로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탄소중립 사회에서는 운송, 냉난방, 산업 등 에너지를 사용하는 전 분야에서 온실가스 실질 배출량이 ‘0’이 되어야 한다. 매연을 뿜어내는 내연기관차는 친환경 운송수단인 전기차로 대체하고, 가정집과 건물의 냉·난방은 재생에너지나 원자력 기반 무(無)탄소 전력으로 공급해야 한다. 제조, 철강, 석유화학 공장의 탈탄소화도 이뤄져야 한다. 우리나라 경제에서 제조업의 비중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야심 찬 목표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탄소중립을 목표로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면 전력 수요는 지금의 2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전기차만 놓고 봐도 전력 수요는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은 "현재 운행 중인 2300만대 자동차가 모두 전기차로 전환되고, 이들 차량의 70%가 동시 충전한다면 전력 102GW(기가와트) 규모가 추가 소요될 전망"이라며 "이에 대응하려면 원자력 발전소 102기에 해당하는 전력생산 설비가 구축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 급증할 전력 수요를 재생에너지만으로 충당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정부는 탄소중립을 목표로 현재 전체 전력의 40%를 생산하는 석탄발전을 2050년까지 5% 이하로 낮춘다는 방침이다. 이 경우 기존에 석탄으로 공급하던 전력을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대체해야 하는데, 재생에너지 단독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재생에너지는 날씨와 계절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하고 우리나라의 경우 지리적 특성상 태양광·풍력의 발전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를 보완해주는 안정적인 저탄소 에너지원이 필요하다. 2050년을 목표로 탄소중립을 추진 중인 유럽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생에너지를 보조할 에너지원으로 원전을 활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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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 주범’으로 꼽히는 석탄뿐 아니라 친환경 에너지원인 원전의 비중을 낮추는 탈원전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가동 중인 24기의 원전 중 11기를 2034년까지 폐쇄하는 내용의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을 지난 25일




 확정했다. 현재 전력 생산의 30%를 담당하는 원전의 비중은 10년 뒤 18%로 낮아질 예정이다.


이쯤되면 정부가 어떻게 30년이라는 짧은 시간 내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정부는 다음달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담은 2050 중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을 유엔에 제출하기로 했다. 보다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에너지 전략이 나오길 기대한다.

이재은 기자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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