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들, 공시가 올려도 안 판다는데...왜


공시가격 크게 올린다는데도 다주택자 안 판다는 이유… "양도세가 더 무서워"

 

     이번엔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을까. 공시 가격을 시세에 근접하게 올리는 방안이 추진되면서 다주택자 매물이 늘어나 집값 안정 효과를 낼 수 있을 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공시가격이 오르면 고가주택 보유자나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내년 6월부터는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율이 오를 예정이라는 점에서 세부담은 크게 높아지는 형국이다.


정부는 세금이 부담스러운 다주택자가 매물을 내놓으면 주택 시장이 안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다주택자들을 만나는 시장 전문가들은 "매물이 일부 나오긴 하겠지만 많이 나올 것 같진 않다"고 보는 경우가 많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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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부동산 전문가들에 따르면 최근 다주택자들 중 2주택자 중에서는 버티겠다고 생각하는 이가 많고, 3주택 이상을 보유한 사람 중 상당수는 매도를 고민하는 상황이다.


다주택자는 내년 6월1일부터는 보유세(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의 합) 부담이 커진다. 이는 7·10 부동산 대책 여파다. 정부는 3주택자나 조정대상지역 2주택 소유자에게 적용하는 종합부동산세율을 기존 0.6~3.2%에서 1.2~6.0%로 올렸다.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에 따르면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전용면적 84㎡)와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84㎡)를 가진 2주택자의 종부세는 올해 1856만원에서 내년 4932만원으로 2.6배가량 오른다. 은마아파트(84㎡)와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아파트(84㎡),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112㎡)를 보유한 3주택자는 올해 7230만원을 납부했지만, 내년에는 1억9478만원을 내야 한다. 이는 공시가격 현실화를 감안하지 않은 계산이다.


여기에 정부가 고가주택일수록 공시가격현실화율을 빠르게 높일 것으로 보이면서 다주택자가 집을 팔 이유는 더 많아졌다. 조만간 발표될 공시가격 현실화 방안에는 공시가격을 시세의 90%까지 높이되 가격대별로 인상 속도는 차등하는 방식이 담길 것이 유력하다. 비싼 집일수록 공시가격은 빠르게 오를 전망이다. 공시가격이 오르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는 더 오른다.


하지만 여전히 전문가들 중에서는 보유세 부담에 매물이 쏟아질 것이라고 전망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내년 종합부동산세율 인상으로 세금 부담을 견디기 힘든 다주택자의 매물이 시장에 나오기는 할 것"이라면서 "다만 이는 단기적 효과만 내는 데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다주택자가 물건을 내놓지 않는 이유로 우선 최근 전월세 대란이 이어지며 다주택자에게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된 것을 꼽을 수 있다. 서울 전셋값은 70주 연속 상승하고 덩달아 월세도 오르고 있다. 늘어나는 세금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기 쉬운 상황이 만들어진 셈이다. 잇단 부동산 대책 발표에도 집값이 지속 상승하면서 집값이 쉽사리 꺾이지 않을 것이란 심리가 강해진 것도 매물이 나오지 않는 이유다. 세금이 늘더라도 버틸수록 이익이라는 심리가 작용한다는 뜻이다.


여기에 높아지는 양도소득세율 역시 다주택자들의 주택 매각을 망설이게 한다. 양도세율은 내년 6월 이후로 더 높아진다. 서울 전역을 포함한 조정대상지역에 주택을 3채 이상 보유한 경우 양도소득세 추가세율은 ‘기본세율+30%포인트’로 인상 적용된다. 2채 보유시 추가세율은 20%포인트다. 이에 따라 양도세율은 최고 75%까지 오른다.


예를 들어 양도차익이 10억원인 2주택자는 양도세 중과를 적용받아 2주택자는 5억3000만원, 3주택자는 6억4000만원을 내야 한다는 뜻이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장은 "취득세와 보유세 부담이 커진 가운데 양도세 중과를 안했으면 매물이 꽤 나올수도 있었는데, 양도세까지 중과하면서 오히려 매물이 더 숨어버리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부동산 전문가는 "집을 팔면 최고 75%까지 세금을 내야하니 집을 팔지 말고 종부세 내며 버티자는 게 지금 다주택자들의 심리"라면서 "양도세 내고 파느니 버티다가 증여세 내고 자식에게 주자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어차피 자녀들이 자력으로 집을 사는 시대는 끝났다는 계산도 작용한 결과다.


실제로 강남 4구에서는 증여 건수가 매매 건수보다 많아졌다.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 달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의 증여 건수는 1277건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3년 1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난 8월 6일 서울 용산구 유엔빌리지 인근에서 바라본 압구정동 현대 아파트의 모습. /김연정 객원기자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조정대상지역에 1채, 비조정지역에 1채를 보유한 2주택자의 경우 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기 때문에 버티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면서 "3주택 이상이거나 은퇴로 소득이 없는 사람 등 일부만 내년 상반기 내에 보유 주택을 팔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다주택자 보유 매물이 시장에 나오고 가격 하락까지 유도하려면 양도세 중과로 커진 부담을 정상세율로 완화해 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매물이 많이 나와야 가격 조정도 이뤄지는데, 다주택자 보유 매물이 지금처럼 일부만 나와선 가격 하락 효과가 나오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는 대출을 조이는 형식으로 수요를 억제했지만 대기 수요는 아직 많은 상황이다.


하지만 양도세율을 줄여주며 퇴로를 만들어주는 부분은 정부 시각과는 전면 대치되는 부분이다. 정부는 ‘시세차익을 제대로 환수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주면 주택을 많이 사려는 동기를 차단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2017년 문재인 정권에 들어서 주택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양도세율 일시 완화로 퇴로를 만들어 줄 경우, 문 정권이 비난했던 다주택자들의 수익을 결국 인정해줬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지난 7월 박선호 국토교통부 1차관은 양도세를 낮춰 다주택자의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면서 "일관되게 시세차익 환수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게 시장 안정에 더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허지윤 기자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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