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바이든, 어떻게 다를까? [방석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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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바이든, 어떻게 다를까?

2020.10.30

미국 대통령선거가 나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공화당 트럼프의 재선이냐, 민주당 바이든의 등장이냐, 미 국민의 선택이 전 세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미국과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는 우리의 관심은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 대통령이 첫 임기를 마치면서 치르게 되는 대선은 현직 대통령에 대한 평가의 성격이 강합니다. 특별한 잘못이 없는 한 대체로 현직 대통령의 연임으로 이어져 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트럼프의 수성과 바이든의 도전은 우열을 가리기 힘든 열전으로 펼쳐지고 있습니다. 바이든이 특별히 주목할 만한 이슈를 들고 나와서가 아니라 트럼프 스스로 숱한 시비와 논란을 불러일으켜 왔기 때문입니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 캠페인 때부터 ‘미국 우선’의 기치를 높이 들었습니다. 재임 4년 동안 내내 미국의 이익을 외치며 우방과 경쟁국을 가리지 않고 외교, 경제 분야에서 압박과 긴장을 더해 왔습니다. 영국의 EU 탈퇴를 부채질했고, 중국과의 무역 분쟁을 최고조로 끌어올렸습니다.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INF)조약, 이란 핵 합의에서 탈퇴했습니다. 파리기후변화협약과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탈퇴했습니다. 나토 회원국들과 한국에 대해서는 더 많은 군비 부담을 요구하며 거침없이 험담을 쏟아냈습니다. 멕시코 국경에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한 거대한 장벽을 세워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트럼프가 특히 강력한 압박으로 일촉즉발의 위기감을 자아냈던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에서는 뜻밖에 북미 회담의 대반전을 보이며 한때 세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트럼프-김정은의 두 차례 회담은 결국 김정은의 존재감만 부각시켰을 뿐 효과 없이 끝나가는 형국입니다. 트럼프에게는 오히려 점수를 잃는 게임이 되고 말았습니다.

트럼프는 한때 해외 투자 기업에 대해 미국 본토로 돌아오도록 압박을 가해 일자리 창출에 상당한 효과를 얻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에 대해서는 국내 경기 위축을 우려한 소극적 대응으로 엄청난 피해를 자초하고 말았습니다. 10월 29일 현재 미국의 확진자는 880만, 사망자는 22만 명이 넘었습니다. 경제를 구하기는커녕 소도 잃고 외양간도 잃은 꼴입니다. 경찰의 흑인 범죄 혐의자 과잉 대응과 사망 사건에서는 경찰을 두둔하는 발언으로 전국적인 항의 시위와 인종 분규를 부추겼습니다. 결국 임기 내내 갈등의 조정자, 문제의 해결자가 아니라 논란의 한가운데서 주역 노릇을 해온 셈입니다.

덕분에 바이든은 별다른 노력 없이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를 앞서 달려왔습니다. 트럼프의 악수(惡手)를 즐기며 민주당은 한때 바이든의 대선 캠페인을 일부러 자제하는 전략을 펴기도 했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지난 25일까지의 지지도 조사에서 여전히 바이든이 최소한 7~8%포인트 차로 앞섰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대선 날짜가 임박하면서 둘 사이의 지지도 격차가 꾸준히 좁혀지는 추세입니다. 백인이 인종 구성에서 절대다수인 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2019년 기준 백인 60.4%, 히스패닉 18.3%, 흑인 13.%, 아시안 기타 7.9%) 무엇보다 여론 조사와는 반대 결과를 빚어낸 2016년 대선을 떠올리면 승패를 예측하기는 더욱 어려워집니다.

사회보장 확대, 오바마케어 지지, 불법이민자들에 대한 보험 혜택, 최저임금 인상, 사형제도 반대, 세금 감면 반대, 전통적 우방과의 관계 회복 등의 정책을 들고 나온 바이든은 특히 흑인과 히스패닉 등 빈곤한 소수 인종들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세금 감면, 기업 활동 지원, 경제의 안정적 관리, 이민 문제와 사회 불안의 예방적 조처 등 바이든과는 상반된 정책을 고수해온 트럼프는 주로 백인 크리스천들을 지지 기반으로 삼고 있습니다.

과연 두 사람의 경쟁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까요? 지구촌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우리의 주된 관심사는 역시 미국의 대외정책입니다. 트럼프가 이긴다면 그의 ‘미국 우선(America First)’주의는 더욱 강화될 것입니다. 성격대로 좌충우돌, 시끄러움도 계속될 것입니다. 반면 ‘미국 재건(Build Back Better)’의 슬로건을 내건 바이든이 집권한다면 지구촌에서의 미국 역할이 어느 정도 증대되고, 대외적인 마찰도 어느 정도 완화될 수 있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중국과의 무역 전쟁, 이란과의 핵 협상에도 새로운 물꼬가 트여 세계 경제의 경색이 다소 완화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갖게 됩니다.

그러나 어느 쪽이 이기든 미국의 국익을 위한 정책이나 전략이 크게 변할 리는 없을 것입니다. 또 세계 흐름을 도외시한 채 고립주의로 빠질 가능성도 별로 없어 보입니다. 상호 견제가 활발한 미국에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길로 나아가는 일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바이든의 경우 우방과의 협력, 동맹과의 결속을 중시해 온 만큼 한미 방위비 분담에 대한 압박도 완화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한미동맹을 국방의 안전장치가 아니라 재갈이나 멍에로 생각하는 사람들로서는 거꾸로 더 큰 압박감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74세의 독일계 도널드 트럼프와 78세의 아일랜드계 조 바이든, 세계 주요 국가 정상들이 젊어져 가는 추세와는 다소 동떨어진 두 노장의 대결은 이래저래 흥미롭습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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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방석순

스포츠서울 편집국 부국장, 경영기획실장, 2002월드컵조직위원회 홍보실장 역임. 올림픽, 월드컵축구 등 국제경기 현장 취재. 스포츠와 미디어, 체육청소년 문제가 주관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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